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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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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한 친구의 어머니는 83세인데도 아직 팔팔하기로 이름났다. 그런데 하루는 그이가 "나는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내가 어느새 할머니가 됐구나하지, 보통 때는 새파란 젊은이로 알고 산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거울이란 나쁜 것이구나 생각했다. 실은 나도 유럽에서 10여 년 머무는 동안 내가 외국인, 그것도 황색인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사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이질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역시 상가에서 필요에 따라 걸어놓은 거울이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은 비통하기만 하고 힘의 한계를 느껴 우울하던 저녁, 동료들이 몽땅 머리를 깎아버렸다. 한 친구가 불러온 이발사에게 머리를 내밀었는데, 염색한 머리인지라 기계가 가는 데 따라 하얀 도랑이 지며 머리칼이 제법 둔탁한 소리로 땅에 툭툭 떨어졌는데 웬지 섬뜩해졌다. 그러기로 제의한 것이 나 자신이었기 때문에 그가 후 회라도 하는 날이면 원망을 들을 게 걱정이 돼서였다. 그런데 그중에 한 동료가 머리를 다 깎고 체경(體鏡)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더니 자기 어릴 때 이름을 연거푸 불러댄다. 머리를 깎으니 소년 시절의 자기 모습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그만큼 미숙해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여태껏 그의 머리가 그를 위장한 셈이다. 거울이 본래의 자신을 알려준 것이다.

옥에 들어갔던 한 친구의 이야기이다. 옥에 들어가 자신의 체취가 물씬 밴 '신사옷'을 벗어주고 죄수들의 옷을 갈아입었을 때, 그리고 기결 후 머리를 빡빡 깎이고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봤을 때 그 초라함에 놀라는 한편, "야, 요게 내 전부구나. 그러고 보니 어떤 권위 따위를 풍기게 한 것은 양복, 머리카락으로 꾸민 스타일, 안경 등이 만든 존엄성이었구나"고 홀로 중얼거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그에게 문제를 던진 것이 아니란다. 그와 동시에 그 감옥에만도 만 명을 육박하는 그런 수의(囚衣)의 죄수들이 있는데, 그런 이들을 자기가 과거에 얼마나 멸시했는가, 또 감옥 밖에서도 인간대우를 역시 옷을 위시한 그 풍채에서 판단해 온 자기가 폭로 된 것이 그를 몹시 부끄럽게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거울의 공죄(功罪)는 병행한다. 외양(外樣)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거울은 자기에 대해 실망하게도 하지만 가상과 실상의 폭을 좁혀주어 자신을 본래의 그로 되찾게 해주게도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홀(自惚)의 여인처럼 거울을 맴도는 것으로 나날을 소모하는 사람도 있게 하는 대신, 남을 외양으로 규정해버린 잘못을 뉘우치게도한다.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신경 쓰는 것은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이나하는, 남에게 주는 내 이미지에 대한 관심의 일부이다.

나는 외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치부되어 있었다. 사실 감옥에서 거울을 거의 볼 수 없었던 10개월 동안 아무런 불편을 못 느꼈는데, 그것은 내가 평소에 별로 거울에 관심하지 않은 탓이리라. 그래서인지 내 머리는 언제나 방금 자다가 일어난 사람 머리처럼 부스스하다. 그런데 어떤 친구가, 바로 내 머리가 화제로 오고가는 와중에 "그게 다 자기가 선택한 멋이지. 그저 내버린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둘은 후 자기 성찰을 해보았더니 과연 나도 내 머리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축이 아니었다. 아침에 세수하고는 빗질은 별로 안하지만 예외없이 머리를 내 취미에 맞도록 매만지는 것을 의식했다. 그럼 그건 왜인가? 역시 남의 눈에 '나다움'을 보이고자 하는 노력의 일단인 게 틀림없다.

가만히 자성해보면 나도 남의 눈에 비치는 나에 대한 예민성에서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에서 초연하려고도 했다. 남의 눈에 비친 '나'는 나에 대한 남의 평가이다. '그 사람 멋이 있다', '못 생겼다' 따위의 평가는 거울을 향한 민감성에 포함되는 것이고,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질이 나쁘다거나 속물이라거나 위선자라거나하는 따위의 인간성과 관련된 평가이다.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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