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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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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혼동의 현장

오늘 이 땅의 가치관은 뚜렷하다. 그건 부강(富强)이다. 바로 재력과 권력이다. 이것을 이룩하는 것이 근대화이다. 그 바탕을 이루는 것은 실리실용주의이다. 잘산다는 것이 바로 부강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까닭은 실용주의는 몰윤리 화의 길이니까! 그런데 최근에 어디서 거론하기 시작했는지 모르나 충과 효가 가치체계의 기준처럼 내세워지고 있다. 근대화에 충효가 어떻게 결부되나? 자전거를 타고 상투를 틀라는 것과 어떻게 다를 까? 충효란 봉건체제의 유물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불신하기 앞서 더 중대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어른이 어린이에게 해야 할 의무에 대한 어떤 제시도 없고 단순히 아래에서 위를 향해 해야 할 의무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요새 '3대 스캔들'이니 해서 야단이지만 놀랄 것 없다. 왜냐하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그것은 당연한 귀추니까! 부강을 제일목표로 하는데 전화 한 번으로 천여만 원의 불로소득을 마다할 '병신'이 어디 있으며, 눈만 가릴 길이 있다면야 교사자격증을 사는 것이 계산상 맞는데 왜 안 한단 말인가! 어린 소녀들을 무더기로 농락한 권력 있는 파렴치범에게 적용할 법이 없어 처벌 못한단다. 모두 어른들, 부강한 자들이 한 짓이다. 그런데 이런 성인들이 어떻게 충효만을 강조할 수 있나? 글자 그대로 성인폭력의 시대이다. 지금의 성인은 충효를 받아야 할 대상이고, 그 의무는 없는 결과가 됐다. 그렇지 않고야 어떻게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녀석들이 돈을 주고 거짓 자격증을 사고 파느냐 말이다.

휴머니스트였던 카뮈가 1948년 파리의 도미니코 회원들에게 한 연설 중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악을 미워합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과 함께 희망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나는 어린이들이 괴로워하고 죽어 가는 이 세상과 맞서서 싸우기를 결코 그치지 아니할 것입니다. 세상이 그리스도인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추상적 관념에서 벗어나 피로 얼룩진 우리 시대 역사의 모습을 마주보는 것입니다.

법도 없는 곳곳에서 지칠 줄 모르고 어린이들과 사람들을 위하여 몸을 내대고 있는 한줌의 사람들의 외침에 온 세상 수백만 그리스도인들이 참으로 수백만의 소리를 합해야 할 줄 압니다.

이 말 속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어린이들을 학대하는 것을 일차적인 고발의 내용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폭정과 어린이 학대의 함수관계는 성서에도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다. 에집트의 파라오가 이스라엘의 어린이들을 학살한 것이나, 예수가 태어났을 때 헤로데가 어린이들을 학살했다는 전설은 이를 말하는 것이다. 역사상에서도 정적의 씨를 없애기 위해 어린 생명들을 없애는 것을 당연한 일로 알았으며, 독재자들이 어린이 학살을 다반사로 한 예가 얼마든지 있다.

오늘의 정치경제문화의 이름 밑에서 근대화가 선전되고 집행되고 있는 현장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미칠 영향이 고려되고 있지 않다. 어린이를 위한 교과서가 계속 바뀌는데, 그것이 과연 어린이를 위한 것인가? 정치악을 그대로 어린 가슴에 심어주고, 성인들의 선전을 위해 어린이를 마이크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어린이들은 성안들에게서 쏟아져나오는 탁류에 오염되어 익사당하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

어린이는 어린이로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무한의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어린이에게 어떤 기존의 것을 주입시켜 꼭두각시로 만들거나 어떤 목적의 이용물로 삼는 것은 더 없는 죄악이다. 히틀러는 기초학교를 국민학교(Volksschule) 라 고쳤다. 그리고 그들에게 배타적 민족의식(그것도 허위의 민족의식)을 주입시키고, 그들에게 군국주의를 주입시켰다. 결국 침략군대로 기른 것이다. 이렇게 자란다면 기능 공은 될 수 있어도 사람은 될 수 없다. 오늘 이 사회의 교육이 바로 이런 사고와 풍조로 조종된다면 우리 민족의 장래를 망칠 위험신호이다. 근대화의 물결로 우리의 가치관이 근본적으로 흔들렸다. 현금은 부강해지는 것을 지상목적으로- 알고 눈이 충혈된 사람들로 차 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은 보류하고 있다. 그 질문이 진지해지면 허무주의에 빠질 것이다.

그런 위기 앞에 나는 '어린이'를 새로운 '가치기준'으로 등장시켰다. 그것이 본보기가 되어 젊음의 순위를 일차적인 가치기준으로 삼 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연령에 직결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요는 기존 가치관에 오염되지 않은 계층일수록 가치있으며, 그들을 지키고 그들의 편이 되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을 때 우리는 새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 『현존』 제94호, 1978년 9월호. 원제는 '새 출발의 기점'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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