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운동의 맥을 성서에서 잡는다면 먼저 에집트 탈출사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출애굽기를 중심으로 구약이 시작되는데, 출애굽 이야기를 볼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그것을 모세와 파라오의 싸움 이야기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모세를 한 개체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한 개인이 아니라 집단성의 표상이다. 구약에서는 모세=이스라엘=야곱으로 항상 묘사되고 있다. 서구의 개인주의를 성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모세와 파라오가 싸운 것을 개인이 싸웠다는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민중이 파라오와 어떻게 싸웠는가하는 관점에서 보아야 이 이야기의 맥을 짚을 수 있다.
에집트 탈출에 이어서 민중운동의 맥은 예수사건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요한묵시록으로 계속되는데, 요한묵시록은 로마제국의 박해에 따른 민중의 아우성에 다름 아닌 것이다.
일단 구약에서의 민중운동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전술한 대로 출애굽은 민중의 사건이고, 이에 가나안 민중이 후에 합세하게 된다. 이들은 부족동맹체를 형성하여 "야훼만이 승리자"라는 신앙으로 군주체제에 대해 승리를 거두게 된다. 즉 에집트를 탈출한 합비루들이 가나안 합비루들과 함께 국가전설의 모체인 부족동맹체를 전설하고, 야훼에 대한 신앙만으로- 군주가 없는 나라를 200년 동안 면면히 지켜온 것이다. 여기에 성서의 위대한 민중운동의 맥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후 사울시대를 거쳐 다윗왕조로 접어드는데, 다윗은 권모술수를 지닌 간교한 인간이요, 군사적 승리를 기반으로 하여 마음껏 폭정을 누린 폭군이었다. 그러나 성서의 편집이 다윗시대에 주로 되었기 때문에 사가들은 다윗왕을 미화ᆞ찬양하기만 하였고, 따라서 성서에서 다윗의 이미지는 상당히 왜곡된 것이다. 다윗이 이러한 폭군이었다면 그와 같은 학정을 견딜 수 없어 민중봉기가 있었을 법하다. 다윗시대의 민중봉기는 압살롬과 세바에 의한 두 번의 민중 봉기가 유명한데, 이들 봉기로 다윗왕권은 무력하게 된다.
한편 압살롬과 세바의 민중봉기로 이어진 민중운동의 맥은 예언자들에게로 계승되는데, 예언자를 보는 시각도 역시 그들을 개인이 아니라 민중 안에서, 민중과 더불어 나은 자들로, 곧 집단개념으로 파악해야만한다. 그들의 역할이 돋보이는 것은 그들이 어떠한 조직이나 제도의 우두머리나 권력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민중이라는 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언자는 민중의 힘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다 지방의 예언자들은 'Israel'이라는 단어를 '돌아가야 할 곳'에 대한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어서 포로기에 접어들면서 민중운동의 맥은 암 하 아레츠(Ám hā´ āres, 땅의 사람들)에게로 이어진다. 당시 포로들의 대부분은 외세와 결탁했던 사람들로서 이들은 외국으로 잡혀갔다. 그리고 그후 땅에 남아서 민족혼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바로 이 암 하 아레츠이다. 이들 포로시대의 사상은 주로 묵시문학운동에 의해 이끌어지는데, 이 묵시문학운동은 민중들의 아우성이자, 운동이었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중심은 예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즉 예수시대의 민중운동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성서 속의 민중운동을 확실하게 보는 것이다. 일단, 예수 전 시대로 더듬어 올라가자. 물론 예수에 대해 살필 때도 '예수'라는 한 청년에게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고 그와 함께 있었던 민중과 더불어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