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바울로의 케리그마와 마르코와 루가의 입장에서 민중과 교회를 살펴보았다. 여기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아마도 민중신학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교회론의 범위일 것 같다. 또 이러한 연구들이 계속되어서 좀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으면 한다.
문제는 오늘 우리에게 있어서 교회와 민중의 문제이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은 예수가 처했던 민중의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또 바울로와 마르코가 고민했던 그 고민을 우리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회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교회의 존립과 확장을 위해서 비역사적인 케리그마를 옹호할 것인가? 아니면 민중의 사실적 상황을 외칠 것인가? 나는 교회의 존립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케리그마를 말해야 했던 그 입장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또 오늘날 우리 교회가 양자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 둘이 긴장 속에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교회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다. 교회를 비정치화시키고 복음의 순수성을 말하면서 특권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묵인 내지 동의하는 것은 괜찮고, 민중의 편에 서서 민중의 입과 손발이 되어주는 것은 안 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어느 것이 더 교회적인 것일까? 아무리 교회당이 있고 조직이 있어도 하느님의 뜻대로 민중을 위한 교회가 아니라면 그런 교회는 그리스도교가 아니다. 그리스도교가 아니라면 우리에게 교회가 무슨 필요가 있는가?
적어도 목회자들은 늘 교회의 교회다움을 자각하고 고민하면서 설교해야 한다. 갑작스레 민중신학의 결론들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누구를 위한 교회가 참 교회인가를 생각하면서 오늘 날 우리 교회의 문제를 풀어가야 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