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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형제들이여, 여러분이 부르심을 받을 때…… 지혜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으며, 권력 있는 사람이나 가문이 훌륭한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어리석은 자들을 택하셨으며, 강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세상의 약한 자들을 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유력하다는 자들을 무력하게 하기 위하여 세상에서 천한 자들과 멸시받는 자들과 존재없는 자들을 택하셨습니다"(고전 1, 26~28).

이상은 고린토교회에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당시 고린토 시는 풍요한 사회였다. 그런데 그리스도 공동체에 참여한 무리는 지식으로 보나 권력으로 보나 혈통으로 보나, 어리석고 약하고 천한 자들이 중심을 이루었다. 역시 '가난한 자'들, 하류계층의 집단이 고린토교회원의 주류였던 것이다.

이들의 '모교회'(母敎會)인 유다 지방의 그리스도인들도 어떤 부류인지를 추측할 수 있다. 최고 간부인 사도라는 자들은 어부, 세리 등의 이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저들 중에는 사제족의 피를 이은 자는 한 사람도 없었고, 바리사이파나 서기관 정도의 이력을 가진 자도 없었다. 당시 엘리트의 눈에 저들은 어리석고 무력하고 약한 집단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들은 몹시도 가난했다. 특히 예루살렘 공동체는 기아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구제하기 위해 여러 교회에 호소 한 바울로의 편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전 16, 1~3; 고후 8, 1~99, 1~15; 갈라 2, 10). 예수를 끝까지 따른 자들은 주로 갈릴래아에서 따라온 '암 하 아레츠'들이었고, 사도행전에 나오는 120명이 대체로 그들이라는 추측을 부정할 근거는 없다(사도 1, 15). 그들이 새로운 공동체의 구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 공동체의 지도자들이 어부였고, 바로 그들에게 예수가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겠다고 하며, 저들을 파견하여 새 세계의 도래를 선언하게 했다는 사실을 아무런 변명도, 부끄럼도 없이 전했다.

그런데 이것은 바울로도 마찬가지이다. 바울로는 그러한 천한 구성원을 가진 공동체를 부끄러워하거나, 아니면 기존가치와 상부하도록 변명하거나, 그것은 불행한 현상이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지혜 있는 자, 권력 있는 자, 혈통이 좋은 자 등 다른 계층과 대립시킨다. 그리고 바울로는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정치적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상류신분과 하류신분으로 구분한다면 처음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후자에 속한다는 것이다(고전 1, 26~28). 그것은 우연도 불행도 아니며, 그렇다고 바울로는 유다교 일부 종파에서 볼 수 있듯이 '가난함'을 의로움과 결부시키지도 않는다. 그는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구원사적으로'해석하고 있다.

바울로는 미련하고 약하고 천한 자들에 대해 '선택했다'는 말을 거듭 반복한다. '선택했다'는 말은 구약적 전통으로써 역사적 사명을 전제하는 말이다. 그럼 어떤 역사적 사명인가? 지혜, 정치적 권력, 혈통, 이 셋은 당시, 아니 현금까지도 세계의 가치체계를 재는 척도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것들과 상반되는 저 민중을 하느님이 선택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바울로는 그것을 바로 기존체제에서 안정과 보장을 찾고 그것을 자랑하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고, 무력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선언한다. 이것은 기존 가치체제의 파괴이며, 혁명 선언이고, 동시에 새로운 세계 도래의 역사에서 주역이 이동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또한 바울로의 이 선언은 본문의 문맥으로 보아서 일반혁명에서 보는 것 같은 복수(Ressentments)의 뜻은 없고, 기존체제가 옥죄고 있는가치체계로부터의 자유를 역설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혁명적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바울로는 하느님께서 미련하고 약하고 천한 자들을 선택한 이유는 그 누구도 "하느님 앞에서는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역사의 주인이 오직 하느님이라는 사실을 이 공동체가 사회계층적으로는 약하나 강자를 무색하게 한다는 사실로써 증언한다는 뜻이다. 마치 그가 자기의 병을 낫게 해주기를 간구하다가 자신이 약함을 통해 하느님의 강함이 분명하게 계시됨을 깨달았다고 하는 논리와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바로 저같은 가난한 민중을 선택했다는 의미를 약화해서는 안 된다.

이미 언급한 대로 바울로는 구원사적으로 보는 역사사건을 해석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를 '새로운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그는 또한 이방인에게 구원사 성취의 주역이 주어졌다고 본다. 그것은 유다인을 포함한 전인류의 구원을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논리를 바울로의 이 선언에 적용시키면, 바로 기존 권력자, 지혜로운 자, 신분이 높은 자들이 지배하던 시대는 그들에 의해서 억압되고 소외된 자들에 의해서 종말을 고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어리석음이 지혜를, 약함이 강함을 그리고 천한 것이 귀한 것을 굴복시킨다면 그것 또한 혁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바울로의 이 선언은 일반적으로 일컫는 혁명처럼 단순한 사회의식이 아님은 뒤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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