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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본래 이스라엘도 다른 어느 민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가난함은 좋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저주로 보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나라가 점점 쇠퇴하여 약소민족이 되면서 가난함 또는 약자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여기서 '역사적'이란 하느님이 역사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외세에 짓밟혔을 때 이 민족의 가난하고 비참함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역사적(동적) 사명을 찾은 것이 제2이사야였다(이사 41, 1749, 1353장). 즉 제2이사야는 비록 외세에 의해 침탈당한 이스라엘은 약함, 수난당함 그리고 패배의 상징처럼 되어 승자에게 조소거리가 되었으나, 바로 그것이 이 역사의 온갖 죄악을 대신 짊어지도록 선택받은 표정이라는 역사적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포로생활과 더불어 하느님과의 계약이라는 관계 개념에서 율법준수를 신앙생활의 중추로 삼으면서부터는 '가난한 자'와 종교적 그룹 안에서의 율법준수자(이들은 '건전한 자' 또는 '의로운 자'로 불렸다)를 결부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가난함 자체가 종교적, 율법적 개념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마카베오 가문이 유다전쟁(B.C. 165년)에서 승리한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난한 자'를 위해 싸운 그들은 '부한 자'가 되었고, 그에 따라 '가난'이라는 개념도 종교적 의미와 결합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래도 완전히 정치적 의미를 지녔던 이 개념이 바리사이파시대에 와서는 완전히 율법과 결합된 종교적 개념이 되고 말았다.

반면 구약에는가난한 자에 대한 약속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것은 계약의 전통 안에 포함되어 있다. 즉 구약에서는가난하고 눌린 자의 해방과 저들의 고유한 사명('가난한 자')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출애굽기, 레위기, 신명기 그리고 특히 시편에 그런 내용이 많다.

야훼여 당신은 미약한 사람들의 호소를 들으시고 그 마음 든든하게 해주시옵니다. 귀를 기울이시어 억눌린 자, 고아들의 권리를 찾게 하시고……(시편 10, 17~18).

이것은 잃었던 권리를 찾아주리라는 것이다(82, 2~4 참조). 그것은 바로 가난한 자들에게 준 야훼의 약속이다(74, 19 이하). 이 약속 안에서 가난한 자의 축복은 권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약속의 성취는 때가 와야 한다. 그때가 새로운 하느님의 통치의 때이다. 시편 72편은 그런 뜻을 대표한 것으로서, 이 새로운 통치의 구체적인 것은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며 그들에게 권리를 찾아주는 것임을 반복하여 말한다. 또한 하느님의 새로운 통치를 실현할 존재를 '메시아'라고 한 것이 이사야 11장 4절, 즈가리야 9장 9절 등에 나타나며, 그가 와서 가난한 자의 편에 서게 되는 것이 종말적 계약의 약속이라는 사상이 제2이사야에 반복된다(이사 41, 1749, 1351, 2154, 1166, 2).

이런 가난한 자의 개념 전승의 맥락 속에서 예수는 '가난한 자'가 하느님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가난한 자'를 종교논리와 결부시키지 않았다. 이것은 당시 바리사이파적 유다교에서 볼 때에는 이단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것을 단순히 선언한 것이 아니다. 그가 싸고돈 무리나 그의 가르침에서 보면 이 특징이 뚜렷하다.

그의 '가난한 자'는 정치사회적 개념이다. 루가복음은 가난한 자를 이런 측면에서 이해하여, 가난한 자를 부한 자와의 대립개념으로 파악하고 부자에 대한 저주 그리고 어리석은 부자와 나자로를 대립시킨다는 점에서 프롤레타리아적 해석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면 예수는 휴머니즘의 입장에서 가난한 자의 편에 선 것이라고 하면 맞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예수의 주제가 하느님 나라 도래인 것은 다 아는 바이다. 하느님의 나라는 도래한다.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는 일차적으로 '하느님의 미래'이지 인간의 유토피아는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휴머니즘에서 출발한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혁명이 결과적으로 그들이 설정한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되고 마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예수에게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전통적 계약을 자명한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며, 이제 그 약속의 때가 왔다고 본 점이다. 이 점에서 루가는 이사야와 예수의 행태를 결부시켰고, Q자료인 세례자 요한의 질문에 대한 대답(마태 11, 4 이하) 등에서도 '약속과 성취'라는 의식에서 예수의 출현을 이해했다. 그것이 바로 찬(滿) 때, 카이로스(καιρός)이다. 그것이 와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예수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가 임박했음을 선포함과 동시에, 이미 그때가 도래한 듯이 자신은 가난한 자의 편에 섰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조건도 없이 그들에게 개방적일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 바울로의 경우는 다르다. 바울로는 이미 새로운 그리스도 공동체를 전제하고, 거기 들어온 가난한 이들에 대해서 구원사적 해석을 한다. 이제 여기서 '가난한 자'란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다. 바울로에게는 하느님 나라 도래의 임박성이 후퇴하므로 교회란 것의 비중이 커지고, 이에 따라서 가난한 자는 교회 안과 밖으로 분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므로 바울로에게 있어서는가난함과 경전함이 연결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또한 바울로에게는 그리스도인 이외의 가난한 자 일반에 대한 존중과 평가가 없다. 말하자면 그는 '이스라엘'의 자리에 그리스도인을 대치시킨 것이다. 따라서 그가 가난한 자를 말할 때에는 구약에서 나약한 이스라엘 민족을 지칭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야고보서는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이미 지적한 대로 야고보서는 복음서, 특히 루가의 입장을 재현한다. 그러나 야고보서도 이미 교회라는 조직체가 형성된 입장에 있으므로 '가난한 자'를 두 계열(교회의 안과 밖)로 나눌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는 바울로와 같으나, 야고보서는 교회의 안과 밖을 막론하고 '가난한 자'의 편에서 세상의 부요한 자를 경고, 고발한다(야고 5, 1~4).

야고보서가 특히 부자가 가난한 자를 학대하고 권력으로 재판을 악용한 사실을 상기시킴으로써 교회에 접근하는 부한 자를 특대하는 것을 책하는 것은 그러한 추세에 대해 반감으로 차 있음을 말한다. 이런 계급적 증오심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고보서가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를 대립과 증오를 통한 혁명을 시도하는 마르크스주의와 가장 유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는 복수심을 조장시켜서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편지의 처음 구절 "낮은 처지에 있는 형제는 하느님께서 그를 높여주신 것을 자랑하고, 부요한 형제는 자기가 낮아진 것을 자랑하시오"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가 지향하는 바는 뒤집어엎는 것이 아니라 평등이다. 이 평등은 강제로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거듭 부에서 어떤 삶이나 힘의 보장을 찾는 것이 얼마나 허무한가를 역설함으로써 스스로의 결단을 촉구한다(1, 115, 1 이하).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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