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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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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수와 석가의 만남

우리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예수의 죽임 당함의 사건을 통시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으로 족하냐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시점에서는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빌라도의 후예들이 그대로 엄존하여 예수를 죽였던 것과 같은 사건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의 죽임당함을 그때에 가두어놓아 서도 안 되고 세진이의 죽음 역시 오늘에 한정시켜버려서도 안 됩니다. 비록 2천 년을 사이에 두었지만 두 사건은 연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른바 맥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통시적으로 묶어놓으면 보편성을 잃은 편견적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수의 십자가사건은 기독교의 전유물로 독점되었으며 그 입장에서 해석해왔습니다. 그러므로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진이의 사건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사건으로 인위적이 아닌, 너무도 자명한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그것은 세진이의 어머니가 2월 18일 악랄한 고문으로 피살된 박종철의 어머니를 찾아 부산으로 간 데서 발단됩니다. 종철이 어머니는 외곱의 불교신도로서 그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늘 절을 찾았다고 합니다. 거기서 그는 종철이의 죽임당함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얻었을까요? 모름지기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종철이의 죽음보다는 보편적인 인간 고(苦)의 하나인 죽음에 대한 설법에 접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거기서 그는 생의 무상을 들었을 수 있으며, 윤회적인 시각에서 사즉생(死卽生)이라는 탈역사적인 보편적 설법에 접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중요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의 죽음의 특유성이 희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오는 필연적인 것이라는 의미에서는 통시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에 젖은 세진이 엄마가 종철이의 엄마를 찾아 만난 것입니다. 두 어머니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종교 사이의 이론적 논쟁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만남입니다. 이 만남에서 종철이와 세진이의 죽음을 부활로 체험하는 엄청난 사건이 벌어 집니다. 여기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담은 사라지고, 예수와 석가가 만납니다. 생과 사에 대한 인위적인 담은 어디엔가로 사라지고, 삶 자체만이 현실로 남았습니다. 그 삶은 무시간적인, 비역사적인 삶이 아니고, 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삶이고, 동시에 빌라도나 전두환이 손을 댈 수 없는 그런 삶, 세진이나 종철이만이 독점할 수 없는 그런 삶 말입니다. 이런 엄청난 인식이 바로 우리 한국 땅에서 행동으로 구현된 것입니다.

나는 이 두 어머니가 만나는 장면에서 문득 세례자 요한을 잉태한 엄마와 예수를 잉태한 엄마의 마음을 연상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루가복음에만 있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볼 때, 이미 세례자 요한도 예수도 처형된 다음에 죽음 또는 죽임에 관한 민중의 정확한 인식인 것입니다. 죽었다는 차원에서 세례자 요한도 예수도 같은 영역에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의 민중 들은 죽은 자식을 슬퍼하는 어머니들의 정황이지만, 그의 아들들의 죽음에 관한 영상이 아니라 이제 탄생할 새로운 생명이 뱃속에서 뛰고 있는 것을 교감(交感)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거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마리아를 통해서 토해내는 생명의 정체성과 한 은둔자의 입을 통해 예언되는 그 생명의 역사성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주께서 그의 팔로 권능을 행하시고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셨으니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시고
낮은 사람들을 높이시고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 손으로 떠나보내셨도다(루가 1, 51~53; 마리아의 찬가).

보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 중의 많은 사람을 넘어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사람들의 반대를 받는 표정으로 세워진 분입니다. 또한 슬픔이 날카로운 점과 같이 당신의 마음을 찌를 것입니다(루가 2, 34~35; 시므온의 말).

이 잉태된 생명은 비역사적인, 역사의 혁명을 일으킬, 역동하는 생명이며, 동시에 이 생명은 단순한 희망이나 기쁨의 상징이 아니라 슬픔과 죽음을 배태한 생명이라는 것입니다. 이 두 어머니의 만남은 이미 과거가 된 한을 품거나 회포를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음의 투쟁을 위한 다침의 만남, 그러므로 죽은 세진이와 종철이가 다시 자라 역사를 무대로 싸우게 하려는 만남입니다. 그때 세진엄마는 "이 모든 현실이 누구 다른 사람의 탓이 아니라, 바로 내 탓이라고 생각해요. 세진이가 분신자살한 것이나 종철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 사회는 바로 우리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니까요. 이제 우리가 우리 아이 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지요"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죽임의 연대성과 동시에 역사 속에서 삶의 연대성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불꽃 같은 인식은 그들에게만 머물지 않고 확산되어나갑니다. 5월 5일 장례식 때 서울대학교학생회 대표는 조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게도 바라던 자유! 그렇게도 원했던 민주! 그렇게도 목마르게 찾던 민족해방! 자주통일을 위해 그대는 진정 온몸으로 그 무거운 십자가를 지려고 했는가! 역사는 기억하리!

그대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영원한 삶이었기에 그 불꽃은 꺼지지 않는 횃불이 되어 영원히 이 강토를 밝힐 것일세!

그리스도교 청년단체에서는 그의 죽음을 이렇게 말합니다.

아아, 누가 우리 김세진 동지를 죽게 했는가! 그것은 실천하지 못했던 우리의 비겁과 안일이다. 동지는 이 땅의 자주화와 민주화를 위해 척박한 대지 위에 자신을 거름으로 심으면서 산화해간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양키 고 홈'이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랑처럼 떠벌리던 우리에게 진정한 한미관계는 상호 평등한 입장에서 서야 한다며 몸으로 실천해 보인 동지의 죽음은 우리의 타성의 죽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며 결코 내릴 수 없는 깃발을 우뚝 솟은 민족해방의 산정에 꽂은 것이다. 동지의 죽음은 지금 여기에서 부활하는 산하, 동트는 산하의 여명을 알리는, 우리에게 죽음을 극복하는 실천을 일깨우는 사자후로 되살아나고 있다.

우리는 분명한 신념으로 외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부활의 화산맥은 제3세계로 이동하여, 마침내 한국 땅에서 활화산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마르코복음은 부활한 예수의 현시(現示)를 보도하지 않고, 단지 부활의 첫 마당은 갈릴래아라고 할 뿐입니다. 그런데 그 부활의 마당은 이동하여 이제 한국이 된 것이 아닙니까?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어디서? 2천 년 전 갈릴래아에서? 아니, 지금 한국 땅에서."

우리는 세진이에게서 지금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의 죽임당함과 부활을 통한 운동의 화산맥에서 이제 한국 땅의 활화산으로 폭발한 것이 세진이사건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엄청난 사건이 아직도 역사를 뒤엎지 못했으니까 제2, 제3의 불꽃이 이어져 터져나은 것입니다.

오늘 이처럼 꽉 막힌 현장에서 수수방관만할 것입니까? 그러면 부활한 세진이는 다시 몸에 기름을 부을 것입니다. 바로 그러한 사실을 그처럼 단순하고 평범한 송광영의 어머니가 이미 예고 했습니다.

내 아들이사 대학교 졸업장도 못 받아보고 장개도 못 가보고 땅 속에 들어가 썩어버리겠지만, 제 똥 구린 줄이라도 아는 세상이 되기만도 하면이야 광영인 백 번이라도 제몸에 불을 싸지를 거구먼.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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