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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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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사건

우리는 이상에서 그것을 부활이라거나, 다시 산다거나 또는 환생이라고 부르거나 간에 이런 신념을 관철시키는 데는 다음 두 가지 역사적 배경을 상정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이 역사는 반드시 정의로운 목적을 향해 간다는 목적론적 사관을 가진 민족이나 집단에게 가능하고, 둘째는 역사발전에 인간이 주역으로 참여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확신입니다.

그런데 이 역사가 가야 할 방향대로 가지 않고 불의한 자들의 횡포의 장으로 변함으로 그 목적이 불투명해집니다. 그와 더불어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의 그 희망은 한(恨)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비록 자기의 힘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목적의식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소명처럼 받는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나 그 영원이 계승되어 완성되는 그날을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가령 부모가 자기 생에서 이루려는 간절한 소원이 좌절되었을 때, 그 자식이 대를 이어 그 일을 완성하기를 요구하든지 아니면 정신적인 후계자를 양성함으로 그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는 것이 사람의 상정입니다. 그런데 그런 의지가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것이 '환생'이라는 신념입니다. 그것은 혈연적인 전승이나 또는 정신저인 계승과 같은 어느 부분을 인계해주는 것 같은 양태가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이나 집단이 그의 목적 또는 한을 풀지 못한 그 역사에 어떤 형태로든 변신하여 다시 나서 그 일을 계속하겠다는 신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부활 사상도 한의 역사를 무시하고는 그 실상을 파악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한은 물론 힘없는 자의 한입니다. 어떤 가진 것으로 문제를 척결할 수 없는 자의 집요한 투쟁의지의 반영입니다.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 한국 민족만큼이나 자기 정부에 의해서 박해를 받고, 억울한 죽음을 그토록 많이 당한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특히 419 이래로 죽음을 무릅쓰고 전선에서 싸우다가 희생 되어가거나 아니면 불의한 구조적인 악에 대항할 어떤 것도 갖지 못했기에 자기 몸을 불살라 민족제단의 제물로 삼는 일이 속출한 민족사를 나는 다른 데서는 듣지 못했습니다. 노동자들도 그 뒤를 이었습니다. 저들이 오죽 한에 맺혀 있으면 스스로 자기 몸에 불을 그어댔을까! 그러나 그런 자기 희생을 단순히 자학적인 행위라고 규정해버리면 그것은 저들의 뜻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아니, 저들이야말로 반드시 옳은 민족사회가 이루어지고 만다는 신념을 그렇게 나타낸 것입니다.

419 이후, 1970년 전태일의 분산자살 이후 수많은 수난사 가운데 광주학살사건이나 또는 분산자살하여 민중봉기를 유발한 때가 돌아오면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그날을 기억하여 어떤 형식으로나 행사를 치릅니다. 특히 지난 5월은 광주학살사건 10주년으로서 다른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두고 긴장 속에서 행사를 치렀습니다. 그런데 그런 유의 행사에서 무엇을 기대하거나 얻습니까? 크게 나눈다면 '진혼제' 같은 제사형식을 취하거나, 그때의 상황을 이야기로 되살려 사람들의 희미해진 기억을 되찾게 하고 죽은 자들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노력 정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환생'이나 '부활'이라는 신념은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전태일이나 광주사건의 박관현이나 송광영이나 김세진 등의 죽음을 단순히 추모하거나 정신적으로 그들의 절규를 이어받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전태일, 박관현, 김세진, 송광영이는 반드시 살아나서 그들이 절규하던 내용을 성취한다든지, 아니면 어떤 다른 존재로 변형하여 환생함으로 그 싸움을, 목적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승할 것이라는 신념이 우리의 것이 된다면, 우리의 역사의 모습은 급속히 달라질 것입니다. 칼을 가진 자가 법까지 무시 하면서 자기의 적대자를 죽여버리면 일은 끝난다고 안심해도 되는 사회라면 누가 그 횡포를 막을 수 있을까?

세례자 요한을 죽인 헤로데 안티파스가 예수의 행태에 대한 소식을 듣고 자기가 불의한 동기로 처형한 세례자 요한이 환생했다고 하는 민중의 염원과 신념 앞에 떨 수밖에 없었던 그런 풍토가 우리에게 있다면, 가령 광주의 대학살사건이 일어난 지 10년이 되는 오늘까지 그 가해자들이 계속 거짓말로 이 민족을 기만하는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역사나 전설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생 동안 무술을 닦고 그 원수를 찾아 전국을 헤매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달성했다는 이야기는 많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이스라엘 민중이 믿었던 것과 같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죽었거나 처형 된 이가 다시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서라도 그 일을 이루리라는 그런 집요한 기대와 믿음이 있다면, 투쟁에서 체념이란 있을 수 없으며 소수라는 고립의식에 빠져 좌절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횡포의 역사는 그만큼 빨리 단축될 것입니다.

 

■ 『살림』 1990년 7월호에 수록.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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