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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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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민중적 민족

▶ 현상에 대한 진단은 어느 만큼 나왔으니까, 이제 조금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볼까요? 선생님 말씀 가운데 '민중적 민족'이라는 표현은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우리 민족을 바로 그런 개념으로 포착하게 되면, 영어의 네이션(nation)이나 독일어의 폴크(Volk)로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해지겠지요. 그런데 우리 민족의 민족의식은 어떤 계기에서 형성되었을까요?

역사적으로는 잘 규명하지 못하겠지만,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우리 민족이 문화적으로 동화되어 적대의식을 별로 갖지 않았단 말이지요.중국은 문화적으로 침탈해 들어왔지, 군사적으로 점령하여 지배하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우리 민족의 민족 의식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고조되었어요. 우리 민족은 일본을 문화 적으로 깔보았는데, 그런 일본이 군사적으로 침범해 들어오니까 이에 대한 저항감이 컸던 것이지요. 우리 민족은 단일민족으로서 오랜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공동운명체라는 의식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지배세력이 민족개념을 유일한 고리로 삼아 통합을 이루고자했어도, 대외적인 측면에서 우리 민족은 계속 눌려 살 수밖에 없었단 말이지요. 우리 민족이 민족을 내세울 때에도 제국주의적인 의미의 민족주의를 표방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우리 민족은 의세에 억눌린 상태에서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의미의 민족주의를 내세웠을 뿐이지요. 그야말로 '민중적 민족주의'라고나 할까요?

▶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민중적 민족' 개념은 부르주아적 민족 개념이나 마르크스주의적 민족개념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글쎄, 거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만, 우리의 민족개념은 부르주아적 민족개념은 아니지요. 유럽에서는 민족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에 봉건사회가 자리잡고 있었지요. 바로 이 봉건사회를 무너뜨리고 민족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는 민족개념보다는 계급개념이 앞서지 않았겠어요? 그래서 유럽의 민족국가에서는 그야말로 민족국가보다는 부르주아계급이 중심에 선 민족국가가 앞섰고, 그것이 제국주의시대에 들어와서는 침략적인 성격을 띠게 된 것이지요. 우리에게는 엄밀한 의미의 봉건사회가 없었어요. 우리는 타 민족의 박해와 침략 속에서 민족주의를 갖게 되었던 것이지요. 우리 민족에게 계급의식이 생긴 것은 자본주의체제가 이식되면서부터이 지, 지금 내 기억으로는 타민족과의 관계에서 계급의식이 싹렀다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마르크스주의는 서구의 역사경험으로부터 나을 수 있는 것 아니에요? 1920년대에는 한국에서도 마르크스주의가 시골에까지 깊이 침투했었는데, 지주에 대한 저항은 계속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반제투쟁이었단 말이에요. 계급의식이라는 것은 별 게 아니었어요. 해방 후 이북에서 계급의식을 고조시키려고 했어도 뭐가 있었어야죠. 소지주들을 내쫓고, 별것도 없는 부르주아와 계급에 대한 투쟁을 자꾸 강조했는데, 그 점에서는 성공을 못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어요.

지금은 문제가 다릅니다만,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외세에 눌려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내부에서의 계급의식보다는 외세와의 관계에서 민족의식이 더 강했어요. 물론 계급적인 의미에서 민중은 지배층의 억압과 수탈을 당했고, 이 지배층은 다시 외세와 결탁하고 있었다는 것이 분명해요.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민중이 일어났다가도 쓰러진 것은 언제나 지배세력에 의해서가 아니고 원병에 의해서였단 말이지요. 그리고 이 괴뢰적인 정부가 유지된 것도 외세의 힘 때문이었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 민족의 민족의식에는, 우리 민족 전체가 외세에 의해 깡그리 망한 민족이다, 외세에 의해 수난당하는 민족이다 하는 감정이 일차적으로 작용하고 있었어요. 이 감정은 지배 세력에 의해 역이용당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지배세력과 외세에 의해 이중적으로 억눌리고 수난당하는 민중이 있었어요. 그들에게는 외세의 침탈을 받는 서러움과 한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지요.

▶ 그러니까 우리 역사에서는 민족감정이나 민족의식, 민족주의를 가진 사람들이 지배층이 아니고, 외세의 침탈과 이와 결탁한 지배층에 의해 착취를 당하며 서러움과 한을 안고 살아가는 민중이라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평소 '민중적 민족'을 말씀하시면서 문화적 차원을 굉장히 중시하지 않으셨습니까? 방금 서러움과 한이라는 표현도 사용하셨는데, 그것을 조금 더 보충해주시면 '민중적 민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습니다.

그렇지요. 역사가들은 어떻게 정리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역사는 어떤 의미에서는 체념의 역사였어요. 남을 침범하지 않는 평화 민족이라는 것은 미화하는 말이고, 실제 체념에 빠져 힘이 없었어요. 역대의 왕조나 위정자들은 이 체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민을 지배 하기도 했죠. 지배층은, 앞에서 말한 바 있듯이, 민족주의를 내세울 필요가 없었어요. 언제나 외세를 이용했기 때문이지요. 지배층은 또한 '충'(忠)과 같은 지배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내어 왕권에 저항할 수 없는 것처럼 민중을 세뇌하기도 했지요. 특히 이조 500년이 그랬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중은 진실한 민족주의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민중은 노동을 통해 가치를 생산하고 민족의 살림살이를 꾸리는 살림의 주체가 아닙니까? 이 살림의 주체는, 외세의 침략을 받았을 때 민족이 살아야 우리도 산다는 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텐데, 거기서 민족의식이 발전하지 않았겠어요? 민중이 강인한 힘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간도에서의 경험인데, 한국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이야기하게 되면, 거의 예외없이 울어요. 가슴에 한이 차 있는 증거지요. 그렇지만 그들은 개, 돼지처럼 산다고 자학하면서도, 땅을 빼앗기면 화전을 일구어서라도 살아야겠고, 정 살 곳이 없으면 만주에 가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겠다고 나선 사람들이거든요. 그들은 수난 속에서도 강인하게 살아간 사람들이지요. 물론 그 일차적인 동기는 굶지 않고 살아남아야겠다는 것이었지만 말입니다.


List of Articles
표지
역사의 담지자
   
제1부 민중의실체
   
민족ᆞ민중ᆞ·교회
    1. 민중이 없었던 역사
    2. 그리스도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3. 한국 그리스도교의 기본자세
민중과 더불어 I
    1. 가치의 붕괴
    2. 가치의 기준
    3. 이웃이 누구인가
    4. 민중과 예수
    5. 예수와 어린이
    6. 혼동의 현장
풀과 씨알과 돌
    1. 민의 두 얼굴
    2. '기적'을 일으키는 민중
    3. 소리를 지르는 돌이 되는 민중
민중언어와 그리스도교
    1. 민중언어
    2. 한국 혼의 전승자
    3. 서구 문화와 성서언어
    4. 한국 교회와 민중언어
민중의 힘
    1. 성서 안의 민중운동의 맥
    2. 민중운동의 태
    3. 민중운동의 태동
고난하는 한국의 민중 : 독일 신학계에 하는 말
    1. 독일 신학의 피할 수 없는 함정
    2. 육의 자기초월
    3. 반(反) 두 나라설
    4. 비그리스도인들과의 연대
   
제2부 민중, 역사의 주체
   
민중신학은 무엇인가
    1. 민중신학의 주제들
    2. 질문과 대답—성서해석의 시각
    3. 민중신학의 축
민중적 신앙고백
    1. 우리의 현장
    2. 우리 교회사적 반성
    3. 현재와 미래의 과제
민중과 교회
    1. 민중신학과 교회론
    2. 고린토교회의 문제
    3. 교회 밖의 문제와 바울로의 케리그마
    4. 교회론이 없는 마르코복음
    5. 루가의 교회론
    6. 맺는 말
새 역사의 주인
    1. 역사의 담지자
        1) 예수의 경우
        2) 가난한 자의 공동체(바울로)
        3) 야고보의 경우
    2. '가난한 자'가 주인 되는 때
    3. 맺는 말
민중이 주도하는 민족통일
    1. 분단상태의 성격
    2. 민족통일을 위한 움직임
    3. 민족통일운동의 거점
    4. 통일문제 해결의 성서적 거점
예수와 민중
    1.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의 예수
    2. 예수와 민중
    3. 그리스도론의 핵심으로서의 예수의 고난
예수와 해방
    1. 머리말
    2. 예수시대의 민족해방의 노력들
    3. 예수의 해방운동
        1) 병에서의 해방
        2) 체제에서 해방
        3) 증오, 복수에서의 해방
    4. 결론(마리아 찬가)
   
제3부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민중사전 속의 그리스도
    1. 충격
    2. 신학적 문제 정리
    3. 민중사건 속의 그리스도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1. 속죄양
    2. 세진이의 부활을 경험한 어머니
    3. 예수와 석가의 만남
    4. 보라, 이 사람을
민중과 더불어 II
    1. 거울이 유죄?
    2. 허상과 실상
    3. 논어를 읽으며
    4. 역사적 시점
    5. 민중과 더불어
민중사와 교회사
    1. 그리스도교회로 몰려든 자들의 사회적 성분
    2. 교회는 저들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3. 그리스도교와 사회주의
    4. 성서에서 본 한국 교회사
민중운동과 민중신학
    1. 민중운동에서 민중신학으로
    2. 민중신학의 눈으로 본 성서
        1) 민중신학 이전의 신학
        2) 구약은 민중해방의 사건이다
        3) 예수의 민중이야기—'우리'
    3. 한국 역사 속에서 민중신학의 과제
    4. 민중운동의 그리스도적 의미
   
제4부 민중과 민족
   
옳은 백성 옳은 민족
    1. 민심이 곧 천심
    2. 잘난 백성 못난 백성
    3. 산 백성으로 서는 길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1. 배고픔
    2. 그날 그날 먹을 양식을!
    3. 우리에게 그날 그날의 배고픔을 주소서
민중은 '환생'한 예수
    1. 예수는 '영웅'이 아닙니다
    2. 왜 마르코는 '만나자'는 약속만 남기고 붓울 놓는가
    3. 민중으로 환생한 예수?
    4. 오늘도 이어지는 '환생' 사건
민중적 민족주의 : 한완상 『민중과 지식인』 서평
    1. 개복(開腹)된 병상
    2. 민중은 누구인가
    3. 민중에게 의한 민족 세우기
   
제5부 민중과 예복
   
민중과 예복
    1. 객이 주인 되는 이야기
    2. 폭력으로 기득권 수호
    3. 수호자에 대한 심판
한국적 그리스도인상의 모색
    1. 문제 제기
    2. '한국적'이란 어떤 것인가
    3. '한국적'인 것과 그리스도교
    4. 한국 문화와 그리스도교 유산의 합류
    5. 근대화의 모순과 민족통일의 과제 앞에서
    6. 한국적 그리스도상의 맹아
민족문제와 민중신학
    1. 민족문제에 눈을 뜰 때까지
    2. 오늘의 민족문제를 보면서
    3. 민중적 민족
    4.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민중은 생명의 근원이다
    5. 민족적인 것에 대한 예수의 태도—선 자리에 대한 강한 책임의식
    6. 민족문제를 어떤 원칙에서 풀어나가야 하나
    7. 민주에 대한 영원
탈서구신학과 민중신학 : 독일신학자들과의 논쟁
    1. 여러분들이 제기한 질문의 전반적인 구조
    2. 하나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판권
표지
 
제1부 부활의 아침
어느 부활절 아침 (요한 21, 1)
오늘의 부활현장 (사도 2, 22-24)
부활의 그리스도와 그 현장 (사도 2, 22-24)
받은 것을 땅에 묻어두지 말라 (마태 25, 14-20)
사람을 낚는 어부 (마르 1,16-20)
부활 신앙 (고전 13, 12)
공포에서의 해방 (마태 10, 26-33)
"와서 보라" (요한 1, 35-39)
민중은 '환생'한 예수? (마르 6, 14-16)
 
제2부 하느님과 우상
두 질서 (마태 20, 1-16)
빛의 아들들 이 세대의 아들들 (루가 16, 1-8)
악에서의 구원 (마태 6, 13)
성서의 구원론 (요한 17, 13-16)
민중의 설교자 (루가 9, 3)
우상과 하느님 (고전 8, 1-6)
뱀처럼 들리운 예수 (요한 3, 14-16)
누가 네 이웃인가? (루가 10, 29-37)
믿음과 결단 (마태 4, 1-11)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 (마태 7, 7-11)
기도 (마태 14, 22-23)
저항과 복종 (마태 21, 28)
단(斷)! (마르 9, 42-48)
살림운동은 죽임의 세력과 투쟁이다 (요한 1, 4; 6, 53)
 
제3부 새 세계의 건설자
자유에의 길 (갈라 4, 1-10)
일어나라 (사도 3, 1-10)
새 세계의 건설자 (에페 2, 11-22)
죽음보다 더 확실한 것 (로마 8, 38-39)
바울의 인간관 (로마 8, 18-30)
바울의 현존 이해 (필립 3, 1-14)
문(門) (요한 10, 7-16)
나를 따르라 (루가 9, 57-62)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현실 (갈라 3, 26-29)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고전 12, 12-27)
자유에의 길과 그리스도 (루가 4, 18-19)
표지
 
제1부 구걸하는 초월자
앎의 두 면 (고전 8, 1-13)
져야 할 십자가 (마르 8,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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