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케리그마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는 교회에서 공식화된 가장 오래 된 케리그마를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바울로 이전에 일찍이 교회공동체에 의해서 형성된 예수의 죽음과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케리그마이다. 그 원형은 3절에서 5절까지이고, 그 다음 구절은 첨가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11)H. Conzehmann, Der erste Brief an die Korinther, Meyers Kommentar V, 1969, S. 293~296; J. Jeremias, The Eucharistic Words of Jesus, 1964, p. 101ff. 바울로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바울로 이전에 이미 교회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우리의 관찰에는 별 중요한 의미가 없다.
이 케리그마를 보면 다음 몇 가지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예수사건의 비역사화이다. 예수가 죽은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구문에서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왜"라는 관심을 봉쇄한다. "성서에 기록된 대로"(κατά τάς γραπάς)에 대해서 구약의 여러 구절들과 연결시키려고 하는 학자들의 노력들이 있으나12)C. K. Barrett, A Commentary on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Black’s NT Comm., p. 337ff.; H. Conzehmann, op. cit., S. 296~301 참조. 모두 가설에 불과하고, 이 본문에는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직결시킬 수 있는 구절은 없다. "성서대로" 또는 "우리의 죄를 위하여"(ύπέρ τών άμαρτιών)라는 표현은 경과적으로 사건의 역사적 진상의 진술을 회피하는 것이다.
둘째, 사건의 진상규명보다는 교권확립의 노력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첫 목격자를 게파, 즉 베드로로 한 것이라든지, 주의 형제 야고보를 부활 증인으로 열거한 것이라든지, 열두 사도라는 추상적인 집단개념을 사용한 것 등이 이런 노력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게파에게 처음 나타났다는 기록을 가진 바 없으며,13)루가 24, 34에 부활증인의 우선권을 게파에게 돌리려는 흔적이 있으나, 이것은 이 케리그마와의 조화를 꾀한 후기 소산임이 틀림없다. 야고보가 예루살렘 교회에서 지배권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그가 언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복음서에는 예수의 형제들의 불신앙의 모습만이 전승되었을 따름이다. 그리고 열두 사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복음서에 따르면 열한 사도여야 할 것이다.14)마태 23, 16 이하. 바울로는 이 구절 외에 열두 사도라는 용어를 사용한 일이 없다. 그러므로 열두 사도라는 개념 자체가 교권의 상징 이상의 의미는 없다. 한편 부활의 목격자 명단과 그 배열순서도 역사적이 아니다.15)바르트가 이것을 역사적이 아니라고 본 데 대하여(K. Barth, Die Auferstehung der Toten, 1924, S. 74f.) 불트만은 바울로가 여기에서만은 부활을 역사적 사건으로서 전제했다고 말한 것은 옳다. 그러나 부활사실이 역사적이라는 말과 목격자의 명단과 순서배열이 역사적이라는 말은 다르다.
셋째, 이것은 공적 성격이 뚜렷하다. 공적인 문서화에서는 언제나 의적인 조건을 의식하게 된다. 부활이 십자가의 수난사건과 유리될 수 없는 사건이며, 또 십자가사건의 역사적 현실을 규명해야만 그 사건의 의미로서의 부활의 성격도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공표될 때 예수를 처형한 로마제국이 엄연히 존재했고, 그것과 야합한 유다인의 세력층도 엄연히 존재해 있었다. 당시에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예수의 십자가처형의 비리와 그것에 대한 원망 내지는 한이 풀리지 않고 생생하게 남아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런 마당에 이런 형식적인 표현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떻게 용납될 것인가! 단지 이런 형식적인 표현이 가능한 것은 강력한 로마제국과 유다교를 의식하고, 그 안에서 제도화된 교회의 존립을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따라서 사실과도 그리고 예수의 민중의 감정과도 크게 유리되는 표현일 수밖에는 없다. 이 사실은 복음서의 수난사와 비교하면 더 확실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