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이래로 예수의 행태와 말이 결합된 내용(불트만―아포프테그마 : 디벨리우스―파라디그마)에서 그 안에 내포된 예수의 말씀은 그 자체로 원래 독립된 것이고, 말해진 상황은 그 말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한 틀(Rahmen)로서교회 편집자에 의해서 첨가된 것이라는 주장이 통설처럼 되어왔다. 그러면서 양식사 연구에서는 그 상황, 즉 예수 행태의 역사성 자체에 대해서는 규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포프데그마들도 민중에 의해서 전승된 것이라고 본다면 결코 그렇게 이해할 수만은 없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안식일에 밀이삭 자르는 일에 관한 아포프테그마(마르 2, 23~28)에서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마르 2, 27)라는 말씀 자체만을 독립시킨다면 극히 추상적이 되고 만다. 이 이야기는 민중의 배고픈 현실과 결부되어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말씀과 민중의 배고픈 현실이 결부됨으로써 민중의 현실 앞에서 유다교와 대조적인 예수의 행태를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런데 양식사 연구에서처럼 이것을 논쟁대화로 규정하고 유다교의 율법에 대한 교회의 해명에 그 동기가 있다고 보는 것은 일방적인 견해이다. 이 말씀을 배고픈 문제와 결부시키는 것은 그리스도 케리그마적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 이 그것을 논쟁대화라고 보더라도, 안식일과 배고픔을 결부시킨 이 아포프데그마의 삶의 자리가 교회의 설교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민중이 전승한 역사적 사실의 서술로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이른바 정결법논쟁(마르 7, 1~19)도 그렇다. 그것은 사제들에게 국한된 정절의무를 일반에게 확대한 바리사이파와의 대결이라는 성격을 지녔음에는 틀림없으나, 바로 이 법에 직접적으로 관심을 가진 층은 그 법에 의해 규정받고 죄인으로 소외된 민중이었음에 틀림없다. 배부른 자들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이 정결법은 언제나 노동해야만 그날 그날의 양식을 구할 수 있는 민중, 그러면서도 언제나 배고픈 민중에게는 혐오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그것에서 해방시킨 예수의 행태와 말씀이 생존과 결부된 소중한 것으로 전승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에서 든 예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아포프테그마들도 교회의 제도적인 문제나 그리스도론적인 문제와는 직접 상관이 없는 병든 자들, 과부, 아이들, 배고픈 자들과 같은 민중의 현장 속에 뛰어든 예수의 행태를 서술한 것이다.64)무엇보다도 바울로의 편지를 위시한 다른 문서들에서는 예수가 특별히 이러한 계층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급되지 않는다. 가령 바울로가 수차에 걸쳐 교회 안에서의 가난한 자와 약자를 두둔하고 변호하면서도 예수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복음서의 예수사건 전승에 있어서 예수와 민중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예수의 활동무대가 갈릴래아였으며, 처음 그를 따르던 추종자들이 모두 갈릴래아 출신이었다는 것을 계속 반복하는 것도 이런 사실과 깊은 관계가 있다.65)안병무, 「예수와 민중」, 『 현존』 제106호., 1979년 11월호 : 안병무, 「마르코복음에서 본 역사의 주체」, NCC 신학연구위원회 편, 『민중과 한국신학』, 한국신학연구소, 1981. 예루살렘과 갈릴래아의 대립에 관하여 신학적 의미만을 묻고 그 역사성을 따지려고 하지 않는 것은 그 전승 모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온 것이다. 갈릴래아는 예수사건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갖고, 갈릴래아 인은 예수의 수난사건과 예루살렘 교회 형성에 중심요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복음서 외에는 일언반구도 언급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상에서 간단하게 언급한 예수의 행태에 관한 전반적인 전승을 케리그마의 틀에서 포괄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또 케리그마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예수의 수난과 부활 사건을 통하여 다른 여타의 전승들을 역광적으로 해석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기적이야기를 위시하여 예수의 행태를 서술한 단편적인 전승들은 마르코에 의해서 집성되었다. 그것들의 원래의 모습은 과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목격자의 진술일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신학적인 동기도 배제된 이런 단순한 이야기들 안에 예수 행태의 사실(史實)이 보존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