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집

전집은 OCR 스캔 잡업으로 진행되어 오탈자가 있습니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이 등록해 주시면 관리자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수정 요청을 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2. 본문을 읽는 중에 오탈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앞뒤 텍스트와 함께 마우스로 선택합니다.
3. 그 상태에서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여 나타나는 창에서 수정 후 [수정요청]을 클릭합니다.
4. 각주의 경우에는 각주 번호를 마우스오버하여 나타난 창을 클릭하면 수정요청 창이 열립니다.

※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가능합니다.
그는 흥해야 하고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 이것은 예수의 선구자 요한이 예수와 자신과의 관계에서 한 말이다. '홍한다'(increase, wachsen) '쇠한다'(decrease, abnemen)는 상반개념이면서 함수관계에 있다. 이것은 '너도 잘 되고 나도 잘 되어야 하겠다' 따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염원이다. 너도 그리고 나도에는 일견 '서로'라는 뜻이 있는 듯하나 실은 유기적 관계가 계산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어떤 결과도 전제되지 않은 흔해빠진 이른바 휴머니즘에서 나타나는 삶의 자세다. 이에 대해서 '너는 흥해야 하고 나는 쇠해야 하고'는 벌써 유기적인 깊은 관계를 전제한다. 그것은 내가 쇠해야 네가 흥할 수 있으며, 나도 흥하겠다고 너와 나란히 버티고 있는 한 너는 흥할 수 없다는 진리를 말한다. 그러기에 여기에서는 결단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한정된 면적에 두 나무가 서면 함께 자라지 못한다. 그럴 때 한 나무는 제거해야 한다. 한 쪽을 살리기 위해 다른 한 쪽이 양보해야 한다. 또 하나가 땅에 들어가 썩어야 많은 씨알이 나온다는 것도 결국 자연에서 보는 생존원칙이다. 자연만이 아니다. 드높고 화려한 주택이 서면 어느 한 구석의 집들은 더 낮아지거나 없어진다. 치부하는 자가 소수면 대다수는 가난해진다. 그것은 한정된 물량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분배원칙이다. 그러므로 '내 힘으로 벌었는데 무슨 상관이야'라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논리는 사실을 은폐하는 것이다.

"너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해야 한다." 이것은 그리스도교의 기본된 삶의 정신을 집약한 것이다. 세례 요한의 예수를 향한 자세가 그러했다는 것이나, 실은 예수는 '너'를 위해 자신을 철저히 버리기를 죽음에까지 했다. 이로써 그 후 순교자의 피가 역사라는 나무를 키우는 진액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너무도 다르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자세가 있다면 그것은 큰 미담의 자료이고, '너는 쇠해야 하고 나는 흥해야 한다'가 생존싸움의 황금률 같이 되어 있다. 찰스 다윈의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의 논리가 마치 권리이듯 자기 주장의 무장으로 삼는 자들로 판을 치고 있다.

'나는 흥해야 하고' 하는 대전제 앞에서는 갖은 방법이 다 동원 될 수밖에 없다. 내가 흥할 길을 방해하는 일체의 것은 제거해야만 한다. 이런 일이 정계에, 경제계에, 심하게는 학계에까지 번지고 있는 거 같다. 그들은 그것을 삶의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나'와 '너'의 정체다. 한 정치인이 정말 한 나라를 위한 위인이라면 '나'와 '너'를 통합해서 생각할 수 있을 만큼은 현명해야 한다. 너와 나는 통체의 어느 부분에 나타난 두 얼굴이다. 그런데 얼굴은 하나여야 한다. 그것은 '너'로서 나타날 수도 있고 '나'로서 나타날 수도 있다. '너'가 얼굴이 되어야 하겠다고 할 때에는 '나'는 '너' 안에서 살겠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어야 하고, '나'를 내세울 때는 너를 흥하게 하기 위한 희생의 제물로서의 '나'임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 '나'와 '너'는 어느 개인아 아니라 한 나라 또는 민족을 지칭하는 것임을 알되, 정말 철저히 알아야 한다. 그렇게 보면 나를 살리기 위해 나나 너는 죽어야 한다는 데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나와 너를 완전 분리시키고, 그 어떤 것을 소유의 대상으로 알고 서로 싸우다가 결국 그것을 완전제거하거나 불질러버린다면 그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다! 너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한다! 그럴 때, '내'가 살기 때문이다. 너나 나나 '나라'를 위한 제물이어야 하는 것인데, 어느 것이 그럴 수 있는 첩경이겠느냐를 선별하고 결단하는 일만이 있어야 한다.

(1980. 4.)


List of Articles
우물가의 대화 (요한 4, 3-42)
구걸하는 초월자 (요한 19, 28)
심는 자 와 거두는 자 (요한 4, 31-38)
나를 먹어라 (요한 6, 34-40)
약자 예수 (고후 13, 4)
남은 고난 (골로 1, 24)
제물 (히브 11, 17-19)
죽어야 산다? (마태 16, 24-25)
십자가의 의미 (마르 15, 27-39)
어머니 (마르 7, 24-30)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마르 5, 1-15)
 
제2부 신, 당신은 누구요?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마가 8, 27)
모순과 은혜 (로마 9, 19-24)
신의 주권만이 (누가 11, 1-4)
이 사람을 보라 (요한 19, 6)
하느님의 눈 (마태 6, 2-4)
앞선 자와 뒷선 자 (마가 10, 31)
예수의 눈 (마르 5, 25-34)
이 분이 누구인가? (마르 4, 35-41)
 
제3부 인간, 너는 누구냐?
삶의 좌표 (빌립 2, 12-18)
바울의 실존 (빌립 3장)
소명에서 산다 (빌립 1, 18-26)
복음의 생명력 (마가 1, 15)
바리새 사람과 세리 (누가 18, 9-14)
어떤 아버지와 두 아들 (누가 15, 11-32)
부모와 자녀들 (누가 15, 11-32)
두 인간형 (누가 18, 9-14)
보물이 담긴 질그릇 (고후 4, 7-18)
사람으로서의 삶 (마태 6, 25-34)
 
제4부 돌들이 소리를 지르리라
사건을 통한 구원 (고후 11, 23-33)
돌들이 소리지르기 전에 (누가 19, 37-41)
이 성전을 헐라 (요한 2, 13-22)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낙타는 삼키는 놈들 (마태 23, 16-26)
핍박을 받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마태 5, 11-12)
무대에서 춤추는 꼭두각시와 무대 뒤에 숨은 주인 (마태 6, 1-8)
 
제5부 나를 따르라
그리스도를 따라서(imitatio Christi) (고전 11, 1)
역경과 복음의 전진 (빌립 1, 12-17)
그리스도의 공동체 (로마 12, 1-8)
복권(復權) (마르 1, 40-41)
제가 무엇인데 감히 (출애 3, 1-12)
소명 (사도 7, 23-35)
하느님의 선교 (마르 1, 40-45)
예수의 낙인 (갈라 6, 11-17)
그리스도를 본받아 (빌립 2,1-11)
무위와 신앙 (마태 6, 24-34)
 
제6부 영원한 현재
하느님 나라 (마태 13, 44)
휴식에의 초대 (마가 6, 31)
영원한 현재 (계시 21, 6-8)
전야 (계시 22, 10-16)
오늘의 성탄 (누가 2, 1-7)
바울 사도의 기도
새 세계에의 초대 (누가 14, 16-24)
단 둘 (요한 8, 1-11)
결단은 수난의 각오다 (마르 3, 1-6)
성 윤리의 기준 (요한 8, 1-11)
갈릴리 교회는 왜 세워졌나? (마태 4, 12-25)
표지
 
재1부 이천 년 동안 십자가에서 못 내려오는 저 사나이
이천 년 동안 십자가에서 못 내려오는 저 사나이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수난
베일에 싸인 십자가
화려한 십자가
부활은 십자가의 표면
부활의 뜻
부활절 새벽
부활절 아침에 드리는 기도
4월과 부활절
부활과 4ᆞ19
부활을 믿느냐?
부활절의 십자가
Advent
생명을 잉태한 여인
오늘의 성탄절
구유에 누운 아기
영원한 평화
그는 흥해야 하고
누가 내 이웃이냐!
예수는 정치범?
수난의 각오
종말사상의 힘
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사건화하는 손
 
재2부 성서가 사람을 죽여?
성서가 사람을 죽여?
성서
두 가지 물음
성서 절대주의
성서를 찾는 마음과 눈
그리스도는 우주인인가
이미 늦었다
우상화
삶의 모순율
자유와 예속
무상과 영원
살인과 분노
죽음에 이르는 병
어린이 같지 않으면!
보물을 담은 질그릇
휴식에의 초대
편리라는 유혹
기술사회의 도전
전체주의와의 투쟁
현대의 욥
자다가 깰 때
 
제3부 축제
축제
하나님이 만물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
이 때는 잠에서 깰 때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없다
물질은 하느님의 것
봄의 찬가
고백
증인
의식은 죽음인가?
사랑의 저항
민주주의 제일장
거짓증거
양심
은어
해결해
탈우상화
반복
시간과 영원
휴머니즘의 한계
죄란 무엇인가?
정치적?
계룡산
'상도'(常道)
현존의 의미
야도(夜禱)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회개의 의미
고난의 의미
오 주여!
성문 밖으로
 
제4부 남은자의 윤리
종교적 창기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인상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인가?
오늘의 그리스도론
정치신학
평등추구의 기독교사
기성교회의 꼴
그리스도교가 잘못된 날(?)
한국 교회의 암?
한국의 교회
종은 누구를 위해 우나!
수도자들의 수난사를 들으며
수도원을 찾아서
학문의 자유
'우리 신학' 추구
현대와 그리스도교
교회일치운동
교회 분화론
그리스도 교회의 진통
그리스도교적 교육
남은 자의 윤리
목사 후보생들에 준 말
젊은 목사에게
신학의 길
인간은 관념의 노예?
하느님의 동역자
역사의 핏줄을 만드는 마술사
그리스도교의 목표
어떻게 살 것인가
표지
 
표지
 
표지
 
표지
 
제1부 혁명과 예수
역사적 예수와 신앙상의 그리스도
무신론과 기독교 신앙
무신론자의 예수
자유와 예수
혁명과 예수
 
제2부 서구신학을 넘어서
신학한다는 일
성서와 대결 못하는 신학
기독교화와 서구화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
텍스트를 수정한 후 아래 [수정요청]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