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민중은 수단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지적해야 할 또 다른 특색이 있다. 그것은 바리사이파들이 율법체제를 만들고 민중을 그것에 맞게 살도록 강요하고, 에쎄네파가 엄격한 공동체의 규율을 만들고 그곳을 찾는 자와 함께 훈련했고, 현대에 공산주의가 '프롤레타리아'라는 개념을 설정하고 역사를 계급투쟁사로 봄으로 프롤레타리아에게 정신적으로 의식화시켜서 총을 메고 전선에 나가 죽게 하는 것을 혁명의 길이라고 하고, 라틴아메리카의 해방신학자 중 일부는 어떤 투쟁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민중을 투사로 삼음으로써 사령탑과 희생자가 구별되는 등, 혁명은 인간을 위한 것인데 어느덧 인간 하나하나의 인권이 무시되어버리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예수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제시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과 싸운다는 사실이다.
예수는 투쟁이라는 안목에서 볼 때 거의 무의미할 뿐 아니라 장애가 되는 병자, 약자 그리고 버려진 자 등 이른바 찌꺼기처럼 취급당하는 저들의 살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99마리 양을 내버려두고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떠나는 목자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하느님의 급속한 도래라는 예수의 선언은 바로 이런 민중의 희망을 집약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