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민중운동사
민중사건과 언어사건
1. 성서에서 본 말의 성격
1) 그 말의 현장은 어떤 것이었나
예레미야는 이미 아모스나 호세아 등이 예언, 즉 말의 활동을 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 완전히 망해버린 다음, 분단된 나라의 반쪽인 유다왕국이 북이스라엘과 꼭 같은 전철을 밟게 될 위기 속에 있었는데 바로 그런 상황이 그가 말을 해야 하는 현장이었다. 어린 예레미야는 감복숭아 가지의 환상을 보았다(예레 1, 11~12). 그는 이것을 하느님이 그에게 한 말씀은 반드시 이루어지고야 말 것이라는 계시로 받아들였다. 다음에 그는 부글부글 끓는 솥 물이 묘에서 쏟아져내리려 하는 환상을 보았다(예레 1, 13). 그는 이것을 북의 세력이 유다왕국의 운명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것은 바로 신흥제국인 바빌론의 침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예레미야가 말해야 하는 현장은 한정 된 어떤 종교적인 영역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당해야 할 사건이 전개될 현장이었다.
이것은 예레미야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예언활동이란 이스라엘에 군주체제가 이루어진 후부터 시작된 것이다. 다윗왕조 이래로 군주들의 횡포와 그 밑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리, 마침내 민족의 반영구적인 남북분단, 그리고 갈라진 두 쪽이 하나씩 망해가는 와중에서 예언자들의 말의 현장은 성전이나 교회와 같이 한정된 성역 같은 곳이 아니라 역사의 한복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