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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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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의 기도를 전달받은 자들

어떤 사람이 주의 기도를 정말 자기의 기도 제목으로 삼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 기도의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기도의 서두는 "나라가 임하옵소서"인데, 그것을 대전제로 하고 다음 세 가지 구체적 소원이 뒤따른다.

그중 가장 처음 기원은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것이다. 일용할 양식, 그날 그날 필요한 양식을 위한 기도이다. 일주일도 아니며 한 달도 아니다. 하루하루의 양식을 위한 간구이다. 우리는 이 간구의 내용을 쉽게 추상화해버려서는 안 된다. 이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정말 그날 그날의 먹을 것이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 말을 듣는 청중들의 입장이 사실상 그랬을 수 있고 또 저들은 출애굽에서 그날 그날의 만나만을 허용하고 내일을 위한 저장을 용납하지 않았다는 전승을 머리에 두고 있었기에 이런 기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를 싸고돈 민중이 3, 4일을 먹을 것 없이 예수를 따랐다는 이야기를 반드시 비역사적인 것이라고 치부할 근거는 없다. 요한 기자에 따르면 군중들이 예수를 따르는 목적은 빵을 위해서였다는 전제에서 예수가 책망하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마르코를 위시한 공관서에는 그런 기록이 없는 반면 저 민중(오클로스)이 예수를 따른 것은 '좋은 세상'을 그에게서 기대했다는 인상이 짙다.

루가는 이 점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그의 특수자료인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12, 16~21)는 이 점을 역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런 부자에게는 주의 기도가 가능하지 않다. 까닭은 오늘의 양식을 위해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에게 걱정이 있다면 이미 확보된 소유를 어떻게 침범당하지 않고 보존하느냐일 것이다. 이 부자는 어떤 걱정도 없고 무슨 기원도 없다. 단지 모든 것이 보장되었으니 즐기자는 것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소원도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계층과 마찬가지로 가난하기 때문에 또는 힘없는 약자이기 때문에 천대받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내용이다. 가령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용서한 것같이" 하는 경우 우리가 물을 것은 누가, 어떤 계층에 속한 사람이 죄를 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구조화된 사회제도의 측면에서 해야만 한다. 구조화된 권력이나 경제체제에서 가난한 자나 무력한 자는 남에게 죄를 범할 수 없다. 그런 사회에서 참 범죄는 오히려 강자나 부자만이 할 수 있다. 오늘날도 참 범죄는 권력의 남용, 경제력에 의한 착취로 진행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약자나 가난한 자가 생존하기 위해 도둑질 정도를 하는 가능성과 강자의 범죄 가능성은 질로 보나 양으로 보아 비교할 여지도 없다. 그러므로 남의 죄를 용서할 수 있는 자는 착취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의 경우도 같다. 누가 시험(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냐? 그것은 역시 없는 자, 약자이다. 배가 고프기 때문에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처럼 막다른 골목에 부닥친 사람이기에 유혹에 빠질 가능성은 크다. 우리는 계획적이고 '보다 더'라는 욕심에 의해서 부와 권력을 노리는 것을 유혹과 혼돈해서는 안 된다. 아니! 유혹은 약자에게 오는 위험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틀리지 않는다면 주의 기도는 강자나 부한 자의 기도일 수는 없고 약자나 가난한 자의 기도, 그들을 위한 기도라는 결론이 타당하다. 사실상 일 년 아니 일생을 보장받은 자에게 일용할 양식을 위한 기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렇게 볼 때 "나라가 임하옵소서"를 대전제로하고 있는 이 기도는 바로 가난하고, 눌린 자의 기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라는 첫 축복은 쉽게 이해된다. 마태오는 이것에 "영에 있어서"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 가난의 의미를 추상화했으며, 그리스도교가 권좌에 앉게 되면서 오히려 마태오적 표현에 비중을 두었으나 그것은 잘못된 것임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학문적으로도 루가의 것이 원형이라는데 이론이 없다.

여기서 '가난'은 결코 정신적인 것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일용할 양식 때문에 고투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백 보를 양보해서 마태오의 해석대로 한다고 해도 분명한 것은 하느님의 나라를 간구하는 계층은 어떤 의미로나 포화상태에 있는 자의 것이 아니라 정말 실존적으로 가난한 상태에 있는 자의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고 있는 그 나라 앞에 가난한 자에 대한 축복은 우연이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또 하나의 비유가 있다. 그것은 만찬 초대의 비유(루가 14, 16~24)이다. 이 비유는 약간 다른 강조점이 있으나 위에서 보아온 것들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것도 역시 하느님 나라의 비유이다. 그러나 다른 하느님 나라의 비유와 같이 하느님 나라를 직접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오고 있는 그 나라 앞에 선 두 가지의 다른 인간 계층을 반영한다. 한 계층은 하느님 나라의 초대를 거부하며, 다른 하나는 그 초대에 무조건 응한다. 전자는 소유자(땅, 소, 여인)들로 성격지었고, 후자는 가장 가난하고 버림받은 계층임을 나타내는데 가난한 자, 불구자, 맹인, 절뚝발이 등이 그것을 상징한다.

처음 계층은 기득권자인 데 반해 후자는 그렇지 않다. 이것은 기존 사회질서를 반영한다. 전자는 그 초대를 거절했다. 까닭은 이미 무엇을 소유하고 있어서 다른 것이 절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서 후자는 무조건 그 초대에 응했다. 까닭은 저들은 가난하고, 바로 그러기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이 두 유형은 다음과 같이 성격화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자는 "나라가 임하옵소서"라는 기도를 드릴 수 없는 또는 드릴 필요가 없는 계층이요, 후자는 진정으로 그 나라를 갈망할 수 있는 계층이다. 이러한 구분은 루가에서 확실하게 부각된다.

마태오(마태 22, 1~14)는 루가와 같은 자료인데 후차적으로 초대된 사람들을 "큰 거리에 나가서 아무나"라고 추상화함으로 단지 유다인 선민권에 도전하는 것에서 그의 이야기를 그친다. 그러나 루가는 뚜렷하게 계층적 대조를 시킨다. 우리는 루가의 이 구체적 분류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루가는가난한 자의 축복을 말하는 경우에 동시적으로 부유한 자에게 화를 선언함으로 이 계통성을 뚜렷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루가에는 오고 있는 그 나라 앞에서 소유 또는 부가 사람을 갈라놓는 요소로 부각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일련의 말씀에서 볼 때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 기보다 어렵다"는 Q자료의 어록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특정이 직접 하느님 나라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고 보면 잘못이다. "나라가 임하옵소서"라는 기도는 그 나라로의 초대가 전제되고 있다. 그러나 그 나라로의 초대는 편파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말씀을 결코 찾아볼 수 없다. 그 나라로의 초대는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그 나라는 역사적 상황과 상관없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를 향한 자세에서 두 계열이 분명하게 갈린다. 그것은 "나라가 임하옵소서"라는 기도를 할 수 있는 계층이 갈라지게 된다는 말도 된다. 여기서 우리가 전체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강자나 부요한 자들이 "나라가 임하옵소서"라는 기도를 진심으로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며, 좀더 좋게 말하면 비록 그런 기도를 함께한다고 해도 그 의미하는 바가 같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바알 (열상 19, 18)
남은 칠천 명 (19, 7-18)
민중의 손으로 통일되는 날 (아모 9, 11-15)
겨울은 가고 (에제 37장)
에제키엘이 무등산에서 절규한다 (에제 24, 6-8)
포로에서의 탈출 (이사 66, 1-8)
위정자와의 대결 (이사 7, 10-14)
   
제5부 새로운 존재
일상성과 비일상성 (루가 10, 38-42)
그래도 다시 낙원에로 환원시키지 않았다 (창세 3, 1-10)
새로운 인간상 (창세 12, 1-9)
믿음의 조상 (창세 22, 17-18)
두 사이 에 손을 얹을 판결자 (욥기 9, 25-35)
하느님으로부터의 도피 (시편 139편)
하느님의 웃음 (시편 2편)
잠과 신앙 (시편 127편)
교회란 무엇인가 (로마 8, 9-30)
인간을 말한다 (마르 12, 28-34)
존재 근거 (시편 42편)
우주의 품으로 (시편 8,3 이하)
   
판권
표지
예수의 민중사건 : 『민중과 성서』를 내면서
   
제1부 복음서와 민중
   
예수와 민중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전제
    2. 마르코복음 안의 오클로스
    3. 마르코복음에 나타난 오클로스의 성격
        1) 오클로스의 성격
        2) 오클로스에 대한 예수의 행태
        3) 종합
    4. 예수를 따른 자들
    5. 마르코복음 안에 있는 어록
    6. 오클로스의 언어학적 의미
        1) 라오스와 오클로스
        2) 오클로스와 암 하 아레츠
    7. 종합
마르코복음에서 본 역사의 주체
    1. 전제
    2. 마르코의 삶의 자리
    3. 마르코의 민중신학의 기조
        1)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14a절)
        2) 갈릴래아로 가다
        3) 하느님 나라의 도래 선포
    4. 민중의 행태
예수사건의 전승 모체
    1. 문제 제기
    2. 케리그마의 성격
        1) 고린토전서 15장 3~8절
        2) 필립비서 2장 6~11절
        3) 사도행전에 나타난 케리그마
    3. 민중언어의 성격
    4. 수난사
    5. 예수의 행태 일반
        1) 기적 이야기와 예수의 행태
        2) 아포프테그마와 예수의 행태
        3) 로기온(Logion, 어록)과 예수의 행태
    6. 결론
가난한 자 : 루가의 민중 이해
    1. 가난한 자
        1) 통계적 고찰
        2) 루가의 특수자료
        3) 예수의 탄생설화와 나자렛 선언
        4) 마르코와 Q자료
    2. 루가복음서의 청중
    3. 결론
마태오의 민중적 민족주의
    1. 문제 제기
        1) 마태오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논의들
        2) 문제 제기
    2. 마태오가 처한 현실
        1) 마태오와 그의 시기
        2) 민족적 와해 위기
    3. 마태오의 현실인식
        1) 이스라엘 : 길 잃은 양들
        2) 길 잃은 양이 놓여 있는 현실
    4. 민족동일성 재확립
        1) 뿌리 찾기
        2) 바리사이파가 주도하는 라삐 유다교와의 대결
    5. 마태오의 민중 이해
        1) 언어적 성격
        2) 의식화된 민중
    6. 맺는 말
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예수사건의 재발견
    2. 마르코복음과 민중
    3. 민중은 수단이 아니다
    4. 민중은 객체일 수 없다
    5. 십자가는 민중수난의 극치다
민중신학의 어제와 오늘
    1. 독재와 대항하므로
    2. 민중을 만나므로
    3. 민중과 더불어
   
제2부 민중운동사
   
민중사건과 언어사건
    1. 성서에서 본 말의 성격
        1) 그 말의 현장은 어떤 것이었나
        2) 예수의 경우
        3) 예수사건에 관한 전승
        4) 오순절의 말 사건
    2. 무엇으로 말하는 것인가
    3.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4. 우리가 해야 할 말
미래는 가난한 자의 것 : 루가 6장 20~26절
    1. 축복과 저주
    2.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
    3. ‘지금’과 ‘장차’
    4. 우리의 선택
나라가 임하옵소서
    1. 예수의 기도
    2. 그의 기도를 전달받은 자들
    3. 하느님의 나라
고향 잃은 민중
    1. 피난민
    2. 성서에서 본 피난민문제
    3. 게르(GER) 문제 해결의 시도
    4. 이방인에 대한 관용의 한계
    5. 당면한 과제
        1 ) 새로운 인식을 위한 운동
        2)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제언
이스라엘 민중사
    1. 머리말
    2. 출애굽
    3. 고대 이스라엘 종족동맹
    4. 민중을 배반하고 세워진 왕권
    5. 분단시대의 고난
    6. 민중운동의 여러 계열
    7. 예수의 민중운동
    8. 맺는 말
   
제3부 민중과 체제
   
민중사실의 증언
    1. 민중신학의 전제들
    2. 민중사실의 증언
고난과 고백
    1. 수난자와의 일치
    2. 마르코의 민중
    3. 수난사와 고난
    4. 더불어의 고난
    5. 맺는 말
갈릴래아 민중에 항복한 바울로
    1. 바울로의 위치
    2. 사울은 어떤 사람인가
    3. 그리스도교 박해
    4. 예수를 만남
    5. 전향
    6. 맺는 말
소명(召命)
    1. 바울로의 소명
    2. 사도 됨과 소명
    3. 이방인에게로
바울로와 역사의 예수 I
    1. 머리말
    2. 예수에 대한 바울로의 말
    3. 예수냐 바울로냐
    4. 왜 예수가 아니고 케리그마인가
선택받은 민중: 고린토전서 1장 26~31절
    1. 고린토교회 구성원의 사회계층
    2. 공동체원의 가치 판단 기준
    3. 민중을 보는 눈
    4. 택함을 받은 민중
   
제4부 예수의 희망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낙원 이야기
    2. 아담一인간
    3. 실락원은 공을 사유화함으로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마르코 16장 1~8절
    1. 제3의 자리
    2. 갈릴래아
    3.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예수의 희망
    1. 새 세계에의 희망
    2. 희망과 세계혁명
    3. 바른 인간공동체의 희망
    4. 맺는 말
   
판권
표지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제1부 민중의 언어, 이야기
   
1. 성서라는 책의 성격
2. 성서의 서술양식
    1) 구약성서
    2) 신약성서
    3) 민중언어
   
제2부 예수의 이야기(비유)
   
1. 만성병에 걸린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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