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의 경험을 거울로 한 여러 가지 피난자의 양상, 주로 구약의 피난자의 현실 그리고 약간의 해결방안을 제시한 것과 동시에 그와 상반되는 장애요소도 보았다. 우선 피난자가 발생하는 큰 요인을 세 가지로 보았다.
첫째, 제국주의적 국가주의, 둘째 독재적 정권교체, 셋째 이데올로기의 갈등이다. 그리고 그것에 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피난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에서 발생한 당면문제를 예수 그리고 신약의 시각에서 원칙적 대답을 찾아보겠다.
이번 공산권의 붕괴로 국가주의나 폭력적 독재체제나 이데올로기에 의한 쇠퇴가 얼마나 허구적인지가 폭로되었다. 70년간 폐쇄하고 경제적 혁명으로부터 인간의 사고, 나아가 인간을 구조적으로 혁명하려고 했으나 그 안에 갇힌 사람들은 이윤추구를 동력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인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 이 시대는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이 너무 거창해 보여 접근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지엽적인 카리타스(Karitas, 박애)적 봉사나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탈출하여, 과감히 근본문제에 뛰어들 용기를 가질 때이다. 살인무기의 고도발달에 의한 무력의 한계는 노출되어 인간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신(新)사고를 하게 하고, 특히 어쩌면 인류의 본향인 이 지구를 송두리째 죽여버릴 수 있는 생태학적 위기 앞에서 인류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국경을 넘어서는 지구촌적 공동의식과 더불어 이에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대전환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때임을 직시하면 우리는 이 이상 소극적인 자세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