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집

전집은 OCR 스캔 잡업으로 진행되어 오탈자가 있습니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이 등록해 주시면 관리자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수정 요청을 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2. 본문을 읽는 중에 오탈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앞뒤 텍스트와 함께 마우스로 선택합니다.
3. 그 상태에서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여 나타나는 창에서 수정 후 [수정요청]을 클릭합니다.
4. 각주의 경우에는 각주 번호를 마우스오버하여 나타난 창을 클릭하면 수정요청 창이 열립니다.

※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가능합니다.
2. 민중사실의 증언

7) 민중신학의 일차적 과제는 민중사실의 증언이다. 이 말은 민중이 일으키는 사건의 진실과 의미를 언어화하는 일이 민중신학의 할 일이라는 말이다. 민중신학은 민중을 의식화나 계몽의 대상으로 삼는 주체적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중과의 만남에서 얻은 충격의 산물이다. 이 만남에서 신학하는 사람들이 역사의 실체를 보았으며 그 힘을 감지했다. 발견된 저들은 인간사회에서 주변적 위치에 있으나 실은 역사를 이끌어가는 담지자였다. 민중의 절규는—그것이 수동적인 것이나 능동적인 것이거나—신학하는 사람들의 '회개'를 요구했다. 그리스도교가 서구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을 때 형성되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전수받아 그리스도교안에서 엘리트로 자부하면서 가르치는 행위를 한 신학인들이 얼마나 삶의 현장과 유리되어 있는지를 자각하게 했다. 저들이 하는 일은 사변적 유희, 도그마의 언어적 정리 정도인데 물음도 대답도 서구신학에서 그대로 받아 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 현장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민중을 만남으로써 지금까지의 삶에서 대전환을 강요받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앞서서 서구 전통의 신학의 틀을 깨고 삶의 현장으로 나오는 일이었다. 민중이 고정관념과 엘리트적 자부심에 사로잡힌 신학하는 사람들을 해방하는 힘을 과시했다. 그 힘에 의해 신학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자부심을 느꼈던 사고의 틀, 언어 그리고 시각을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안될, 결단해야 할 자리에 몰리게 됐다. 마치 바울로의 경우처럼!

바울로는 자신은 그의 출신지나 자라난 과정이나 배운 것이나 사회적 위치나 그리고 그의 정열에서도 단연 선별된 엘리트였음을 자부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하찮은 주변적 존재들이 어떤 명분도 없는 갈릴래아의 예수를 통해서만 살 수 있다는 주장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것은 그 민족사의 모독이요 전통적 종교 교리예의 도전이요, 가치체계의 파괴라고 보았기에 저들을 위험한 병균처럼 보고 그 소탕에 앞장서기도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정통성을 깨는 이 잡패들의 입을 영원히 틀어막거나 세상에서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동시에 기존의 틀에 아무 자리도 없는 갈릴래아의 예수의 힘을 근절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그는 어느 순간 일대 전환을 강요받았다. 그는 자신의 긍지를 나열한 다음 "그러나 내게 유익했던 이런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해로 여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내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무엇보다도 존귀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 밖의 모든 것을 오물같이 여겼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리스도 안에서 내가 발견되려는 것입니다."(필립 3, 7~9)하고 말한다. 이것은 그 사회와 더불어 그가 소외시켰고 멸시했던 민중사건에 저항하다가 그 민중사실에 굴복했다는 말이다. 율법으로 무장하고 율사로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던 그가 율법체제에서 죄인들로 규정된 저들의 반율법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것은 자기 포기를 의미한다. 루가는 사도행전에서 바울로가 만난 이는 '박해를 받는 나자렛 예수'(사도 9, 5 참조)라고 한다. 민중과 하나 되어 체제에 도전하다 처형된 무명의 청년 즉 체제 안에서 불법자로 죽은 그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 그의 회심의 핵심이다. 그는 민중사실에 항복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난 민중사실을 새로운 언어로 증언하는 것을 그의 생의 사명으로 삼았다.

신학하는 사람들이 이와 흡사한 막다른 골목에 몰려 결단해야만 했다. 그의 위치는 민중과 더불어 전선(戰線)에 나갔으나 총은 메지 않고 카메라와 붓을 든 종군기자의 그것에 흡사하다. 그는 보고 들은 바를 전선에 있지 않은 자들에게 전해야 한다. 그러나 촬영한 것이나 녹음한 것을 빠뜨리고 전할 수는 없다.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알아듣고 볼 수 있게 편집해야 하고 해설해야 한다. 그 편집, 그 해설은 물론 사실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

신학하는 일들이 민중현장에서 민중사실을 목격했다. 사실이기에 시비의 대상은 아니고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거부하느냐,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재래적인 각도에서 볼 때 추하기도 하고 비접하며 이기적이기도 하고 탐욕적이기도 한 민중사실, 그러나 때로 자기초월을 쉽게 하는 저들, 그리고 가는 실개울 같은 저들이 갑자기 합류하여 건널 수 없는 큰 강을 이루고, 어떤 때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아무런 힘을 못 낼 것 같은 저들이 때가 오면 강철같이 응결하여 어떤 아성도 뚫고 나가는 힘이 되는 민중사실, 아무튼 이 민중사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그 의미를 해설하는 것이 민중신학의 일차적 과제이다.

 

■ 이 글은 1968년에 집필한 것임.


List of Articles
바알 (열상 19, 18)
남은 칠천 명 (19, 7-18)
민중의 손으로 통일되는 날 (아모 9, 11-15)
겨울은 가고 (에제 37장)
에제키엘이 무등산에서 절규한다 (에제 24, 6-8)
포로에서의 탈출 (이사 66, 1-8)
위정자와의 대결 (이사 7, 10-14)
   
제5부 새로운 존재
일상성과 비일상성 (루가 10, 38-42)
그래도 다시 낙원에로 환원시키지 않았다 (창세 3, 1-10)
새로운 인간상 (창세 12, 1-9)
믿음의 조상 (창세 22, 17-18)
두 사이 에 손을 얹을 판결자 (욥기 9, 25-35)
하느님으로부터의 도피 (시편 139편)
하느님의 웃음 (시편 2편)
잠과 신앙 (시편 127편)
교회란 무엇인가 (로마 8, 9-30)
인간을 말한다 (마르 12, 28-34)
존재 근거 (시편 42편)
우주의 품으로 (시편 8,3 이하)
   
판권
표지
예수의 민중사건 : 『민중과 성서』를 내면서
   
제1부 복음서와 민중
   
예수와 민중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전제
    2. 마르코복음 안의 오클로스
    3. 마르코복음에 나타난 오클로스의 성격
        1) 오클로스의 성격
        2) 오클로스에 대한 예수의 행태
        3) 종합
    4. 예수를 따른 자들
    5. 마르코복음 안에 있는 어록
    6. 오클로스의 언어학적 의미
        1) 라오스와 오클로스
        2) 오클로스와 암 하 아레츠
    7. 종합
마르코복음에서 본 역사의 주체
    1. 전제
    2. 마르코의 삶의 자리
    3. 마르코의 민중신학의 기조
        1)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14a절)
        2) 갈릴래아로 가다
        3) 하느님 나라의 도래 선포
    4. 민중의 행태
예수사건의 전승 모체
    1. 문제 제기
    2. 케리그마의 성격
        1) 고린토전서 15장 3~8절
        2) 필립비서 2장 6~11절
        3) 사도행전에 나타난 케리그마
    3. 민중언어의 성격
    4. 수난사
    5. 예수의 행태 일반
        1) 기적 이야기와 예수의 행태
        2) 아포프테그마와 예수의 행태
        3) 로기온(Logion, 어록)과 예수의 행태
    6. 결론
가난한 자 : 루가의 민중 이해
    1. 가난한 자
        1) 통계적 고찰
        2) 루가의 특수자료
        3) 예수의 탄생설화와 나자렛 선언
        4) 마르코와 Q자료
    2. 루가복음서의 청중
    3. 결론
마태오의 민중적 민족주의
    1. 문제 제기
        1) 마태오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논의들
        2) 문제 제기
    2. 마태오가 처한 현실
        1) 마태오와 그의 시기
        2) 민족적 와해 위기
    3. 마태오의 현실인식
        1) 이스라엘 : 길 잃은 양들
        2) 길 잃은 양이 놓여 있는 현실
    4. 민족동일성 재확립
        1) 뿌리 찾기
        2) 바리사이파가 주도하는 라삐 유다교와의 대결
    5. 마태오의 민중 이해
        1) 언어적 성격
        2) 의식화된 민중
    6. 맺는 말
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예수사건의 재발견
    2. 마르코복음과 민중
    3. 민중은 수단이 아니다
    4. 민중은 객체일 수 없다
    5. 십자가는 민중수난의 극치다
민중신학의 어제와 오늘
    1. 독재와 대항하므로
    2. 민중을 만나므로
    3. 민중과 더불어
   
제2부 민중운동사
   
민중사건과 언어사건
    1. 성서에서 본 말의 성격
        1) 그 말의 현장은 어떤 것이었나
        2) 예수의 경우
        3) 예수사건에 관한 전승
        4) 오순절의 말 사건
    2. 무엇으로 말하는 것인가
    3.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4. 우리가 해야 할 말
미래는 가난한 자의 것 : 루가 6장 20~26절
    1. 축복과 저주
    2.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
    3. ‘지금’과 ‘장차’
    4. 우리의 선택
나라가 임하옵소서
    1. 예수의 기도
    2. 그의 기도를 전달받은 자들
    3. 하느님의 나라
고향 잃은 민중
    1. 피난민
    2. 성서에서 본 피난민문제
    3. 게르(GER) 문제 해결의 시도
    4. 이방인에 대한 관용의 한계
    5. 당면한 과제
        1 ) 새로운 인식을 위한 운동
        2)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제언
이스라엘 민중사
    1. 머리말
    2. 출애굽
    3. 고대 이스라엘 종족동맹
    4. 민중을 배반하고 세워진 왕권
    5. 분단시대의 고난
    6. 민중운동의 여러 계열
    7. 예수의 민중운동
    8. 맺는 말
   
제3부 민중과 체제
   
민중사실의 증언
    1. 민중신학의 전제들
    2. 민중사실의 증언
고난과 고백
    1. 수난자와의 일치
    2. 마르코의 민중
    3. 수난사와 고난
    4. 더불어의 고난
    5. 맺는 말
갈릴래아 민중에 항복한 바울로
    1. 바울로의 위치
    2. 사울은 어떤 사람인가
    3. 그리스도교 박해
    4. 예수를 만남
    5. 전향
    6. 맺는 말
소명(召命)
    1. 바울로의 소명
    2. 사도 됨과 소명
    3. 이방인에게로
바울로와 역사의 예수 I
    1. 머리말
    2. 예수에 대한 바울로의 말
    3. 예수냐 바울로냐
    4. 왜 예수가 아니고 케리그마인가
선택받은 민중: 고린토전서 1장 26~31절
    1. 고린토교회 구성원의 사회계층
    2. 공동체원의 가치 판단 기준
    3. 민중을 보는 눈
    4. 택함을 받은 민중
   
제4부 예수의 희망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낙원 이야기
    2. 아담一인간
    3. 실락원은 공을 사유화함으로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마르코 16장 1~8절
    1. 제3의 자리
    2. 갈릴래아
    3.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예수의 희망
    1. 새 세계에의 희망
    2. 희망과 세계혁명
    3. 바른 인간공동체의 희망
    4. 맺는 말
   
판권
표지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제1부 민중의 언어, 이야기
   
1. 성서라는 책의 성격
2. 성서의 서술양식
    1) 구약성서
    2) 신약성서
    3) 민중언어
   
제2부 예수의 이야기(비유)
   
1. 만성병에 걸린 세대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
텍스트를 수정한 후 아래 [수정요청]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