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말경부터 서구 신학계에서 바울로와 예수의 관계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다. 그것은 복음서에 반영된 예수상과 바울로의 편지들의 내용을 비교해볼 때 여러 면에서 그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바울로가 '예수의 종교'를 조직, 발전시켰다는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주장, 곧 바울로는 예수와 상관없는 새로운 신학을 수립했다는 주장 사이에서 벌어졌다. 두 번째 입장에 섰던 브레데(W. Wrede)는 바울로가 '제2의 그리스도교 설립자'라고 못박고, 그는 예수의 단순한 가르침을 유다ᆞ라삐적인 복잡한 신학으로 둔갑시켰으며, 역사의 존재인 예수를 도외시하고 그를 신화적 그리스도로 만들어버렸다고 했다. 이 논쟁은 마침내 예수와 바울로, 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극단론으로까지 번져나갔다.
사실상 성서를 주의 깊게 읽는 사람들은 복음서와 바울로서신의 차이를 곧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서로 상반되는 것인가? 아니면 발전된 것인가? 만약 발전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때 그 둘 사이에 연속성이 있는가, 아니면 결정적 변화가 있는가를 묻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이다. 또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며,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해도 바울로가 예수와 그의 십자가의 수난을 자기 신학의 바탕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직접 바울로의 글을 분석해봄으로써 바울로의 사상에서 예수가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