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집

전집은 OCR 스캔 잡업으로 진행되어 오탈자가 있습니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이 등록해 주시면 관리자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수정 요청을 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2. 본문을 읽는 중에 오탈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앞뒤 텍스트와 함께 마우스로 선택합니다.
3. 그 상태에서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여 나타나는 창에서 수정 후 [수정요청]을 클릭합니다.
4. 각주의 경우에는 각주 번호를 마우스오버하여 나타난 창을 클릭하면 수정요청 창이 열립니다.

※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가능합니다.
3.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오늘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관계에서 심각한 대립 속에 살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존재성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실은 괴리와 상반 그리고 부조리로 차 있다. 그래서 고민하고 울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개개인이나 사회 일반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고 심지어는 교회의 내부, 가정의 내부에도 상존한다. 우리는 이런 현실이 없는 듯이 눈을 감을 수도 없거니와 이렇게 대립된 상태를 계속할 수도 없다. 이런 마당에서 직선적으로 시비하거나 다툰다면 대립의 해소는 고사하고 결국 피를 보거나, 좌절감을 안고 후퇴하거나, 아니면 이를 갈면서 복수의 때를 기다리는 길밖에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점점 더 절망으로 빠져들게 될 뿐이다. 이것은 정말 무덤을 찾는 여인들의 모습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

우리가 살 길은 역시 너와 나, 내 안의 대립성에서 해방될 때이며, 그곳에서 다시 통합을 이룰 때이다. 무덤에서 예수를 만나지 못한 것처럼 대결상태에 머물러 있는 한 서로의 구열을 메우려는 어떠한 노력도 실패에 그칠 것이다. 그렇다고 틈이 난 관계를 완전히 박살내어 버림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길은 더욱 없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칼은 칼로 망한다. "갈릴래아에서 만나자"라고 부활한 예수는 말씀한다. 절망 속에서 체념했거나 복수심에서 이를 갈거나 바로 이러한 대결상태에 정착해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갈릴래아에서 만나자고 한다. 갈릴래아, 새로운 차원에서 만나자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갈릴래아를 알고 있는가이다. 좌절된 너와 나, 대결하고 있는 너와 나, 그러한 모두를 끌고 갈 장소인 갈릴래아를 우리가 알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우리의 정부가 갈릴래아를 알고 있는지, 야당이 갈릴래아를 알고 있는지, 위협이나 회유나 돈 따위 말고 정말 새로운 통합의 장소인 갈릴래아를 우리는 알고 있는지, 아니 꼭 찾으려 하고 있는지, 우리의 교계가 갈릴래아를 아는지, 헤어진 교회가 다시 만날 갈릴래아를 알고 있는지, 갈릴래아를 찾고 있는지, 거기 예수가 먼저 가서 만나자고 했는데 그 초대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

그러면 오늘 우리의 갈릴래아는 어딘가. 물론 그곳은 팔레스틴의 갈릴래아는 아니다. 갈릴래아는 너와 내가 처음 만난 원점일 수도 있다. 사이가 나빠진 부부에겐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고백하던 곳, 사이가 벌어진 친구들에겐 서로 마음을 한데 묶어 미래를 맹약하던 곳, 바로 그곳이 갈릴래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처음 그리스도교인들은 바로 그리스도의 영이 지배하는 자리를 갈릴레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 영을 받기 위해 기대했고 그 영 앞에 함께 복종했다. 참 성령을 받았다는 것은 너와 나의 대립관계가 지양되고 통합을 이루었음을 말한다. 이것은 이른바 기도하고 성령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분열, 작당하는 일은 근원적으로 잘못되어 있음을 말한다.

바울로는 이 갈릴래아를 ἐν χρστω 즉 '그리스도 안'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리스도 안'이 헬라인이나 히브리인, 남자나 여자, 상전이나 종 할 것 없이 현실적으로 거리가 있는 이 간격이 무너지고, 혈연이나 지연마저도 지양되어 통합이 되는 장소이다.

오늘 그리스도교가 이 세계에서 해야 할 지상의 과제는 바로 이 갈릴래아, 새로 만날 장소, 온 세계 인간이 새로 만날 장소, 한 사람 한 사람이 새로 만날 장소, 인간의 고향인 갈릴래아를 알려주는 일이다. 그런데 그곳은 결코 피안이 아니라 정말 갈릴래아라 했듯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땅 위다. 그곳은 분열된 그리스도교인들, 분열된 정치인들, 세계의 국가들, 우정이 금간 친구들, 그들이 새로운 눈으로 미래를 지향할 새로운 가치관의 자리일 수도 있다.

예수는 갈릴래아에서 만나자고 한다. 우리는 그를 부활의 주로 믿는다. 우리가 그의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달리 새로운 통합의 길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갈릴래아에서 만나자는 바로 이 예수를 향해서 가고 있다.

 

■ 『현존』 1972년 2월호에 수록.


List of Articles
바알 (열상 19, 18)
남은 칠천 명 (19, 7-18)
민중의 손으로 통일되는 날 (아모 9, 11-15)
겨울은 가고 (에제 37장)
에제키엘이 무등산에서 절규한다 (에제 24, 6-8)
포로에서의 탈출 (이사 66, 1-8)
위정자와의 대결 (이사 7, 10-14)
   
제5부 새로운 존재
일상성과 비일상성 (루가 10, 38-42)
그래도 다시 낙원에로 환원시키지 않았다 (창세 3, 1-10)
새로운 인간상 (창세 12, 1-9)
믿음의 조상 (창세 22, 17-18)
두 사이 에 손을 얹을 판결자 (욥기 9, 25-35)
하느님으로부터의 도피 (시편 139편)
하느님의 웃음 (시편 2편)
잠과 신앙 (시편 127편)
교회란 무엇인가 (로마 8, 9-30)
인간을 말한다 (마르 12, 28-34)
존재 근거 (시편 42편)
우주의 품으로 (시편 8,3 이하)
   
판권
표지
예수의 민중사건 : 『민중과 성서』를 내면서
   
제1부 복음서와 민중
   
예수와 민중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전제
    2. 마르코복음 안의 오클로스
    3. 마르코복음에 나타난 오클로스의 성격
        1) 오클로스의 성격
        2) 오클로스에 대한 예수의 행태
        3) 종합
    4. 예수를 따른 자들
    5. 마르코복음 안에 있는 어록
    6. 오클로스의 언어학적 의미
        1) 라오스와 오클로스
        2) 오클로스와 암 하 아레츠
    7. 종합
마르코복음에서 본 역사의 주체
    1. 전제
    2. 마르코의 삶의 자리
    3. 마르코의 민중신학의 기조
        1)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14a절)
        2) 갈릴래아로 가다
        3) 하느님 나라의 도래 선포
    4. 민중의 행태
예수사건의 전승 모체
    1. 문제 제기
    2. 케리그마의 성격
        1) 고린토전서 15장 3~8절
        2) 필립비서 2장 6~11절
        3) 사도행전에 나타난 케리그마
    3. 민중언어의 성격
    4. 수난사
    5. 예수의 행태 일반
        1) 기적 이야기와 예수의 행태
        2) 아포프테그마와 예수의 행태
        3) 로기온(Logion, 어록)과 예수의 행태
    6. 결론
가난한 자 : 루가의 민중 이해
    1. 가난한 자
        1) 통계적 고찰
        2) 루가의 특수자료
        3) 예수의 탄생설화와 나자렛 선언
        4) 마르코와 Q자료
    2. 루가복음서의 청중
    3. 결론
마태오의 민중적 민족주의
    1. 문제 제기
        1) 마태오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논의들
        2) 문제 제기
    2. 마태오가 처한 현실
        1) 마태오와 그의 시기
        2) 민족적 와해 위기
    3. 마태오의 현실인식
        1) 이스라엘 : 길 잃은 양들
        2) 길 잃은 양이 놓여 있는 현실
    4. 민족동일성 재확립
        1) 뿌리 찾기
        2) 바리사이파가 주도하는 라삐 유다교와의 대결
    5. 마태오의 민중 이해
        1) 언어적 성격
        2) 의식화된 민중
    6. 맺는 말
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예수사건의 재발견
    2. 마르코복음과 민중
    3. 민중은 수단이 아니다
    4. 민중은 객체일 수 없다
    5. 십자가는 민중수난의 극치다
민중신학의 어제와 오늘
    1. 독재와 대항하므로
    2. 민중을 만나므로
    3. 민중과 더불어
   
제2부 민중운동사
   
민중사건과 언어사건
    1. 성서에서 본 말의 성격
        1) 그 말의 현장은 어떤 것이었나
        2) 예수의 경우
        3) 예수사건에 관한 전승
        4) 오순절의 말 사건
    2. 무엇으로 말하는 것인가
    3.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4. 우리가 해야 할 말
미래는 가난한 자의 것 : 루가 6장 20~26절
    1. 축복과 저주
    2.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
    3. ‘지금’과 ‘장차’
    4. 우리의 선택
나라가 임하옵소서
    1. 예수의 기도
    2. 그의 기도를 전달받은 자들
    3. 하느님의 나라
고향 잃은 민중
    1. 피난민
    2. 성서에서 본 피난민문제
    3. 게르(GER) 문제 해결의 시도
    4. 이방인에 대한 관용의 한계
    5. 당면한 과제
        1 ) 새로운 인식을 위한 운동
        2)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제언
이스라엘 민중사
    1. 머리말
    2. 출애굽
    3. 고대 이스라엘 종족동맹
    4. 민중을 배반하고 세워진 왕권
    5. 분단시대의 고난
    6. 민중운동의 여러 계열
    7. 예수의 민중운동
    8. 맺는 말
   
제3부 민중과 체제
   
민중사실의 증언
    1. 민중신학의 전제들
    2. 민중사실의 증언
고난과 고백
    1. 수난자와의 일치
    2. 마르코의 민중
    3. 수난사와 고난
    4. 더불어의 고난
    5. 맺는 말
갈릴래아 민중에 항복한 바울로
    1. 바울로의 위치
    2. 사울은 어떤 사람인가
    3. 그리스도교 박해
    4. 예수를 만남
    5. 전향
    6. 맺는 말
소명(召命)
    1. 바울로의 소명
    2. 사도 됨과 소명
    3. 이방인에게로
바울로와 역사의 예수 I
    1. 머리말
    2. 예수에 대한 바울로의 말
    3. 예수냐 바울로냐
    4. 왜 예수가 아니고 케리그마인가
선택받은 민중: 고린토전서 1장 26~31절
    1. 고린토교회 구성원의 사회계층
    2. 공동체원의 가치 판단 기준
    3. 민중을 보는 눈
    4. 택함을 받은 민중
   
제4부 예수의 희망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낙원 이야기
    2. 아담一인간
    3. 실락원은 공을 사유화함으로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마르코 16장 1~8절
    1. 제3의 자리
    2. 갈릴래아
    3.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예수의 희망
    1. 새 세계에의 희망
    2. 희망과 세계혁명
    3. 바른 인간공동체의 희망
    4. 맺는 말
   
판권
표지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제1부 민중의 언어, 이야기
   
1. 성서라는 책의 성격
2. 성서의 서술양식
    1) 구약성서
    2) 신약성서
    3) 민중언어
   
제2부 예수의 이야기(비유)
   
1. 만성병에 걸린 세대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위로
텍스트를 수정한 후 아래 [수정요청]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