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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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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예수의 이야기』를 내면서

이야기는 민중언어이다. 논설이니 논문이니 하는 것은 일정한 가설을 전제하고 그것을 입증해 보는 것이다. 따라서 논설은 그물로 바다의 물을 뜨는 것과도 같아서 물은 물론이고 그물의 크기보다 작은 것은 다 빠져버리고 그물의 크기보다 큰 것, 즉 목적한 것이 걸려든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이야기는 사람의 호흡과도 같이 삶에서 흡수(체험)했던 것을 통째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 이야기는 삶을 말하므로 유기적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토막토막 잘라내거나 어느 부분만 끄집어내어 전체의 뜻을 대신해버릴 수 없기 때문에 통째로 받아야만 된다. 그렇게 한다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떤 산 물체에 접하는 듯한 생동감을 경험할 것이다.

이야기는 입에서 나온 그대로가 원모습이다. 그것은 사람의 목줄을 타고 숨과 함께 나은 것으로 땅에서 방금 파낸 감자처럼 싱싱하다. 그런데 그것이 문자를 배운 사람의 입으로 반복되거나 문자화되면 달라진다. 바로 파낸 감자와 삶은 감자만큼이나 달라진다. 원래의 것보다 더욱 다듬어져서 겉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생기는 잃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분석되어 논문화되면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 되고 만다.

민중은 논(論)하지 않고 이야기한다. 문자를 배우고 삶을 통해 높은 성숙의 단계에 이른 사람들은 '논'에서 '이야기'로 돌아간다. 석가가 그렇고 공자가 그러하다. 일생을 학문으로 경륜을 쌓은 사람들도 연륜이 높아지면 이야기로 돌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 대신에 '이야기는 존재의 품'이라고 말함직하다. 어떤 차원에 들어서면 따지고 논하는 것이 오히려 한때의 하찮은 말장난처럼 생각된다.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석가, 공자들처럼 학문세계를 거친 흔적도 없다. 그의 연륜 자체로 보아서도 그런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다. 그는 '배운 사람'이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다의 종교지도자들이 그의 행태에 대해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는 그때 민중이 모두 아는 이야기만했다. 일부러 수준을 청중에 맞게 낮추어서 말한 것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그의 언어였다.

그의 말을 전형적으로 나타낸 것이 이른바 그의 '비유'들이다. 예수의 역사성의 많은 점을 의심할 뿐 아니라 불가지론(不可知論)에 빠진 사람들도 그의 비유의 역사성은 받아들인다. 비유는 그의 고유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 비유들은 그 소재나 표현에 있어서 문자적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이 다 알 수 있는 말이다. 그의 이야기에는 꾸미는 것이 없다. 맑은 호수에 모든 것이 다 비치듯이 그대로 그의 삶과 주변의 것이 다 드러난다. 갈고 다듬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숨결이 내비친다.

이른바 학자들은 그것을 저마다 제 방법으로 난도질해서 '예수의 비유 연구'라는 무수한 연구서적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렇게 내놓은 것은 재생산품일 뿐이지 그의 이야기를 되살려내지는 못했다. 나 역시 그런 방법으로 난도질하는 일로 밥술을 얻어먹어왔다.

이야기를 이야기로 풀이할 수 없을까? 이런 생각을 오래 품어오다가 때를 찾아 이 작업에 착수하여 나온 것이 바로 이 이야기들이다. 이 작업에서 노력한 것은 지금까지 배워 온 '먹물냄새'를 지우는 일이었다. 모든 '학문적'인 방법을 배제하고 그저 순수한 이야기를 오늘에 사는 나의 이야기로 다시 하느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버리는 것이 얻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람은 본래 가진 것을 써먹고 그것을 남에게 시위하기를 좋아하는 동물이니까!

또 하나의 고충이란 내가 예수의 이야기의 현장인 농경시대에 살고 있지 않고, 아스팔트가 깔린 길 위로 자동차들이 살인적 독기를 뿜으며 달리는 현장에 살고 있는 탓에 예수의 이야기에 호흡을 맞추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연히도 이 글을 쓸 무렵 서울의 끝 변두리 우면산 기슭에 집을 옮기게 되었다. 나는 줄곧 숲속의 공기를 마시고 대지의 숨을 들이 마시고 있다. 나는 숨쉬는 자연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이 이야기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내 나름으로 오래 소외되었던 자연과 다시 인연을 맺을 뿐 아니라 함께 숨쉬는 감격에서 울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고는 여전히 먹물냄새를 지울 수 없었다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예수의 이야기들을 모조리 정성껏 듣고 오늘의 삶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1992년 가을

우면산 아래에서

안병무


List of Articles
바알 (열상 19, 18)
남은 칠천 명 (19, 7-18)
민중의 손으로 통일되는 날 (아모 9, 11-15)
겨울은 가고 (에제 37장)
에제키엘이 무등산에서 절규한다 (에제 24, 6-8)
포로에서의 탈출 (이사 66, 1-8)
위정자와의 대결 (이사 7, 10-14)
   
제5부 새로운 존재
일상성과 비일상성 (루가 10, 38-42)
그래도 다시 낙원에로 환원시키지 않았다 (창세 3, 1-10)
새로운 인간상 (창세 12, 1-9)
믿음의 조상 (창세 22, 17-18)
두 사이 에 손을 얹을 판결자 (욥기 9, 25-35)
하느님으로부터의 도피 (시편 139편)
하느님의 웃음 (시편 2편)
잠과 신앙 (시편 127편)
교회란 무엇인가 (로마 8, 9-30)
인간을 말한다 (마르 12, 28-34)
존재 근거 (시편 42편)
우주의 품으로 (시편 8,3 이하)
   
판권
표지
예수의 민중사건 : 『민중과 성서』를 내면서
   
제1부 복음서와 민중
   
예수와 민중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전제
    2. 마르코복음 안의 오클로스
    3. 마르코복음에 나타난 오클로스의 성격
        1) 오클로스의 성격
        2) 오클로스에 대한 예수의 행태
        3) 종합
    4. 예수를 따른 자들
    5. 마르코복음 안에 있는 어록
    6. 오클로스의 언어학적 의미
        1) 라오스와 오클로스
        2) 오클로스와 암 하 아레츠
    7. 종합
마르코복음에서 본 역사의 주체
    1. 전제
    2. 마르코의 삶의 자리
    3. 마르코의 민중신학의 기조
        1)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14a절)
        2) 갈릴래아로 가다
        3) 하느님 나라의 도래 선포
    4. 민중의 행태
예수사건의 전승 모체
    1. 문제 제기
    2. 케리그마의 성격
        1) 고린토전서 15장 3~8절
        2) 필립비서 2장 6~11절
        3) 사도행전에 나타난 케리그마
    3. 민중언어의 성격
    4. 수난사
    5. 예수의 행태 일반
        1) 기적 이야기와 예수의 행태
        2) 아포프테그마와 예수의 행태
        3) 로기온(Logion, 어록)과 예수의 행태
    6. 결론
가난한 자 : 루가의 민중 이해
    1. 가난한 자
        1) 통계적 고찰
        2) 루가의 특수자료
        3) 예수의 탄생설화와 나자렛 선언
        4) 마르코와 Q자료
    2. 루가복음서의 청중
    3. 결론
마태오의 민중적 민족주의
    1. 문제 제기
        1) 마태오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논의들
        2) 문제 제기
    2. 마태오가 처한 현실
        1) 마태오와 그의 시기
        2) 민족적 와해 위기
    3. 마태오의 현실인식
        1) 이스라엘 : 길 잃은 양들
        2) 길 잃은 양이 놓여 있는 현실
    4. 민족동일성 재확립
        1) 뿌리 찾기
        2) 바리사이파가 주도하는 라삐 유다교와의 대결
    5. 마태오의 민중 이해
        1) 언어적 성격
        2) 의식화된 민중
    6. 맺는 말
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예수사건의 재발견
    2. 마르코복음과 민중
    3. 민중은 수단이 아니다
    4. 민중은 객체일 수 없다
    5. 십자가는 민중수난의 극치다
민중신학의 어제와 오늘
    1. 독재와 대항하므로
    2. 민중을 만나므로
    3. 민중과 더불어
   
제2부 민중운동사
   
민중사건과 언어사건
    1. 성서에서 본 말의 성격
        1) 그 말의 현장은 어떤 것이었나
        2) 예수의 경우
        3) 예수사건에 관한 전승
        4) 오순절의 말 사건
    2. 무엇으로 말하는 것인가
    3.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4. 우리가 해야 할 말
미래는 가난한 자의 것 : 루가 6장 20~26절
    1. 축복과 저주
    2.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
    3. ‘지금’과 ‘장차’
    4. 우리의 선택
나라가 임하옵소서
    1. 예수의 기도
    2. 그의 기도를 전달받은 자들
    3. 하느님의 나라
고향 잃은 민중
    1. 피난민
    2. 성서에서 본 피난민문제
    3. 게르(GER) 문제 해결의 시도
    4. 이방인에 대한 관용의 한계
    5. 당면한 과제
        1 ) 새로운 인식을 위한 운동
        2)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제언
이스라엘 민중사
    1. 머리말
    2. 출애굽
    3. 고대 이스라엘 종족동맹
    4. 민중을 배반하고 세워진 왕권
    5. 분단시대의 고난
    6. 민중운동의 여러 계열
    7. 예수의 민중운동
    8. 맺는 말
   
제3부 민중과 체제
   
민중사실의 증언
    1. 민중신학의 전제들
    2. 민중사실의 증언
고난과 고백
    1. 수난자와의 일치
    2. 마르코의 민중
    3. 수난사와 고난
    4. 더불어의 고난
    5. 맺는 말
갈릴래아 민중에 항복한 바울로
    1. 바울로의 위치
    2. 사울은 어떤 사람인가
    3. 그리스도교 박해
    4. 예수를 만남
    5. 전향
    6. 맺는 말
소명(召命)
    1. 바울로의 소명
    2. 사도 됨과 소명
    3. 이방인에게로
바울로와 역사의 예수 I
    1. 머리말
    2. 예수에 대한 바울로의 말
    3. 예수냐 바울로냐
    4. 왜 예수가 아니고 케리그마인가
선택받은 민중: 고린토전서 1장 26~31절
    1. 고린토교회 구성원의 사회계층
    2. 공동체원의 가치 판단 기준
    3. 민중을 보는 눈
    4. 택함을 받은 민중
   
제4부 예수의 희망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낙원 이야기
    2. 아담一인간
    3. 실락원은 공을 사유화함으로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마르코 16장 1~8절
    1. 제3의 자리
    2. 갈릴래아
    3.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예수의 희망
    1. 새 세계에의 희망
    2. 희망과 세계혁명
    3. 바른 인간공동체의 희망
    4. 맺는 말
   
판권
표지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제1부 민중의 언어, 이야기
   
1. 성서라는 책의 성격
2. 성서의 서술양식
    1) 구약성서
    2) 신약성서
    3) 민중언어
   
제2부 예수의 이야기(비유)
   
1. 만성병에 걸린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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