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선교! 이것이 WCC의 신학이요, 이미 오래 전부터 기독교장로회의 신앙-신학적 노선이다. 그러나 오늘 이것을 다시 물어 볼 때가 되었다.
최근 동남아 사태를 계기로 공산주의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으로 국가안보와 국민총화의 국민운동을 대대적으로 펴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중심이었던 이북에서 거의 전원이 공산당에게 쫓겨나거나 학살 당했으며, 6ᆞ25때에는 가장 피들 많이 흘린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북에서의 초기 경험에 바탕하여 반공은 바로 생존적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공의식은 누구보다도 높을 뿐 아니라, 공산주의와의 대결전선에 서고 있음을 자부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안보나 국민총화의 대열에 나서야 하며, 그것에 반론을 펴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면 지금까지 민주회복을 부르짖고, 가난한 자와 눌린 자 편에 서고, 사회의 부조리와 싸운 이 날까지의 걸음을 멈추어야 하는가? 그게 정말 이적행위이며 그리스도교의 본연의 자세를 이탈한 것인가? 정부비판이나 민주회복을 위한 우리의 주장은 반안보적이며, 우리의 실정을 모르는 이상론인가? 이런 회의가 감도는 오늘, 성서의 기본 주장을 단편적으로나마 다시 물어서 하느님의 선교의 뜻을 밝혀 보겠다.
하느님의 선교를 말함에 앞서서 우선 우리가 공산당에 대결해야 할 몇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역사적으로 공산당을 낳게 한 소임은 그리스도교에 있다. 서구 그리스도교가 기존 세력의 중심에 있음으로 안주하여 자기를 상실하고 그리스도교의 중심적 사명의 핵심을 몰각하고 있을 때, 공산당은 그것을 자기들 것으로 무장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 잃어버린 자기의 것을 도로 찾기 위해서 공산당과의 대결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본문에서 찾겠다.
둘째, 공산주의는 하나의 종교화로 둔갑되어 버렸다. 저들은 신 대신에 역사라는 이름을 등에 업은 당, 하느님 나라 대신 공산세계, 눌린 자를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의 본래 주장을 수용하면서 그것을 위한 전략으로 계급투쟁을 필수화했으며, 유신론 대신 유물론을 내세워 하느님의 신앙에 기초한 인권의 근거 대신에 인권 수호의 길을 물질적 공정분배에 두었다. 저들의 매력은 사회분석이나 전략의 사회과학적 해명에 있다. 그러면 하느님의 선교는 무엇인가?
하느님의 선교는 새 것이 아니라 교회주의 이전의 그리스도교의 본질이다. 구약은 물론이고 신약에서도 그렇다. 모든 영역의 주인이 하느님이니, 어디에서나 간섭한다는 간단하고 자명적인 신앙에 대한 새로운 표현이다.
그런데 이 자명적인 신앙이 교회와 정부 사이의 협정(정치적)에 의해서 그 영역이 둘로 나뉘었다. 그것이 이른바 성-속의 구별이다. 어거스틴에 의해서 기본적인 골격이 갖추어진 성과 속의 구별은 루터에 와서 "두 나라설"로 더욱 강해졌다. 루터의 본뜻은 달랐는데, 결과적으로 영적, 내적인 것은 교회의 소관이고 정치, 경제 등의 일은 일반 정부의 소관으로 이해되었다. 이런 경우에도 루터는, 이 세상의 정부도 하느님의 종의 노릇을 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점차 불가침의 한계처럼 되어 버렸다.
미국의 건국은 신앙의 자유를 위해 떠난 자들이 중심이 되었다(앵글로색슨). 그런데 편의상 정치와 교회의 기능을 구분하여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권이 비대해지고 또 산업기술사회로 발달 함에 따라 마침내 교회의 기능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신성만은 지켜질 수만 있다면, 나머지 것들은 다 양보해서 로마의 지시를 따르겠다는 예루살렘 세력과 같은 것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속에서 교회는, 권력 구조의 증대와 경제 구조의 물질지상주의가 완전히 인간의 뇌리까지 점령당하고, 교회에 나오는 인간들은 그 구조 속에 점점 노예화되어 교회당, 예배시간만이 남게 된 것에 눈을 뜨게 되었다. 결국 교회당, 새크라멘트, 예배 그리고 개인의 신앙만 얻은 듯하나, 실상은 모르는 동안 인간이 무신세계의 종이 된 것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머리털을 잘린 삼손의 꼴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그와 반대로 세계는 인간소외라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어떤 은행에 채용된 젊은이가 다음 취지의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되었다. "당신은 이제 XX은행이라는 거대한 부분품으로 선택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당신은 홀로일 수 없고, 홀로여서도 안 되고, 전체를 돌아가게 할 수 있고, 순간으로 총정리를 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기계가 도는 것과 같은 때, 같은 방향으로 돌아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조금이라도 이에 차질을 일으키면 이 기계는 전부 정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원인이 되는 당신을 가차없이 빼버리고 다른 부분품으로 대용합니다. 그렇게 되는 날, 아무 불평이 없을 것을 서약합니다."
여기서 교회는 하느님을 극도로 위축시키며 그것만이라도 고수하려다가 보니까 결국 백성 없는 하느님으로 몇몇 교권자들이 짜놓은 조직 속에 포로가 되어 있었다. 아니! 하느님은 교회 안에만, 예배시간에만 신도들에게 전능한 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냐!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이유는 첫째, 교회주의 때문이다. 서구가 그리스도교 세계가 되면서 교회가 곧 하느님 자리에 앉았다. 희망 샘 구멍을 막은 것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기존 체제뿐, 이것이 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교회가 성서에 앞선다"(만들어 내고 보존했다)는 주장들의 결과는, 결국 성서는 그리스도교 교회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되었다.
둘째, 이 세계의 무신적 자율성이 극성을 부리게 된 탓이다. 양 체제, 그 어느 것이 신을 전제하느냐? 정치, 경제 설계에 신의 간섭할 자리를 마련하나? 전쟁준비와 전략 계획 때, "신의 심판"을 계산하는 지휘자가 있나? 그러면 이 같은 우리의 잘못 때문에 하느님은 그만 그 할 일을 그만 두었는가? 아니다. 그럴 수 없다. 성서는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성서는 오히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은 이것을 인간화 또는 인간회복이라고 말하며, 인간화란 구속된 데에서의 자유화를 뜻했다. 한편 교회는 이것을 복음화라고 부르고, 복음화란 크리스천을 만드는 것이라고만 주장했다. 그런데 이 두 용어는 실상 하나의 뿌리를 갖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장이 다르게 들리는 것은 성서를 잘못 보았거나 왜곡한 탓이다. 나는 오늘 예수에게 돌아가서 몇 가지 예만 들어서 하느님의 선교의 폭의 일면을 보여 주겠다.
마르코복음 1장 40절 아래를 보자. 예수께서는 한 나병환자를 깨끗하게 하고 "가서 제사장에게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데 대해서 모세가 명한 예물을 드려 사람에게 증거하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전도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이렇게 묻기 전에, 이게 그 나병 환자되었던 자에게 무슨 뜻이 있나? "전도"라는 측면에서 보면 예수는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해서 제 편이 되게 해야지, 그러면 교회의 일원을 만드는 것이 복음인가?
"너희들에게 화가 있으라! 너희는 한 사람의 개종자를 만들려고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닌다. 그러다가 만들면 너희보다 배나 악한 게헨나의 자식으로 만들어 버린다"(마태 23, 15). 이것은 유대교인에게 국한한 말로 인도하면 큰 과오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예수가 한 나병환자를 치유하고 이렇게 지시한다. "가서 제사장에게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데 대해서 모세가 명한 예물을 드려 사람에게 증거하라." 이 사람에게 말한 것이 교회에서 말하는 전도냐? 또 그것은 그 사람에게 교회에서 말하는 구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병든 몸을 성하게 하여 사회에 환원시킨 것 이상이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왜 제사장에게 보내는가? 그것은 그래야 소외된 사회에 되돌아갈 정당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예수는 기존 질서에 필요한 것을 그의 자유를 위해 이용한다. 그것은 교회 안에서, 교회의 이름으로 그리고 교회의 일원이 되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다. 아니! 거리에서, 자연 속에서, 중간에 어떤 개입 없이 직접 예수가 그를 만남으로 이루어졌으며, "교회로 오라!"가 아니라 "집으로 가라!"고 했다.
거기 참여한 제자들이 교회의 상징인가? 아니다. 그 역할은 단지 보조 역할로, 증인의 역할일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동안 교회는 하느님의 선교의 군대라는 말이 쓰여졌다. 그러나 하느님의 선교의 현실을 무시하면 전위대는 물로 낙후된 몰락자로 그 반열에서 소외될 것이다.
(1975. 10. 목포 총회강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