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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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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에의 초대
마가복음 6, 31

"오라! 너희들은 따로 조용한 곳에서 쉬라." 이것은 명령을 받들어 맡은 일을 다하고 돌아온 제자들에게 한 예수의 말씀이다. 참 가슴 깊이에 간직한 인정을 느끼게 하는 초대의 말씀이다. 예수는 너무 사람들 틈에서 분주하게 살므로 식사할 틈도 없는 제자들을 걱정 해 주신 것이다.

우리는 너무 일상생활에서 분주하게 사는 것을 숨돌릴 새가 없다고 한다. "쉰다"는 말은 숨을 쉰다는 말이다.

숨을 쉰다는 것은 흐려진 자기 의식을 되찾기 위해서도 필요하거니와 자지의 위치, 그리고 자기가 보고 경험한 모든 것을 바로 인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쉰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참 쉼은 희미한 것을 밝히고 일그러진 것을 바로 잡고 잃은 것을 되찾는 일이 된다. 우리는 어떤 일에 성공했을 때, 또 어떤 일을 실패한 뒤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또 자기하는 일이나 만나는 사람과도 일단 거리를 두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그 일 자체에 매여서 자기를 잃어버린 것도 모르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쉬는 것이 필요하다.

쉰다는 것은 한결 같이 즐거운 일은 아니다. 어떤 일에 도취했었거나 땀을 흠뻑 흘리도록 일을 했거나 어떤 과제를 완수한 다음에 쉬는 것은 가볍고 즐거운 일이나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채 쉰다는 것은 오히려 고역일 수밖에 없다. 맡은 일에 충성을 다한 다음에 "와서 쉬자"는 초대처럼 행복하고 은혜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제자들은 그러한 초대를 받은 것이다.

이 휴식에 초대는 단순히 저들에게 시간과 장소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 한 분과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이다. 꿈을 가진 사람이 꿈을 안고 쉬는 것은 행복하다. 사랑하는 자가 가슴에 사랑을 안고 조용히 쉬는 것은 행복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간직한 것이 없는 자의 쉼은 고독밖에 될 것이 없다. 여기서 쉬라는 것은 나와 더불어 쉬자는 것이다.

예수는 또한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는 내게 와서 쉬라고 했다. 이 제자들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사람들이다. 짐을 졌기에 쉬는 것이 필요하고, 짐을 졌기에 그리스도와만 함께 있는 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과제가 없는 수양회, 그리스도 없는 퇴수회, 그런 것처럼 사람을 오히려 피곤하게 하는 것은 없다.

하루 종일 맡은 일에 분주히 지나다가 저녁에 어른, 어린이의 잠자리까지 다 마련해 주고 저들이 잠들었을 때 조용히 불을 끄고 눕는 어머니! 내일 아침 저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저들이 출근하거나 학교 갈 준비를 해 줄 생각과 함께 눈을 감는 어머니는 "와서 쉬라!" 하는 목소리를 들을 권리와 들을 귀가 있는 것이다.

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종장(終章)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것은 죽음을 뜻한다. 쉰다는 것은 일상생활을 등지는 것도 아니며 그것과 단전된 황홀경에 있자는 것도 아니다. 쉰다는 것은 그 다음의 과제를 향한 숨 쉼이어야 한다.

우리는 변화산상의 이야기를 안다. 종교적인 황홀경을 경험한 제자들이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습니다라면서 아주 그 자리에서 정주하려고 간청했다가 거절당했다. 바캉스의 예정한 날이 끝났는데 일상생활에 돌아가기 싫어지는 것은 바로 쉬지 못한 증거다. 참 쉬었다면 어서 일터로 돌아갈 마음과 새로운 과제에 대한 의욕과 기쁨이 생겨야 할 것이다.

산에 오른 것은 산 아래로 내려가기 위함이다. 산 아래에서 기다리는 새로운 과제를 더 힘차게 수행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와서 "잠깐" 쉬라고 한 것이다. "잠깐"이란 시간적인 표시이기보다 계속되는 과제가 앞에 있다는 뜻이다. 할 일이 없는 사람,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잠깐 쉰다는 것이 없다. 만일 잠깐이란 말을 뺀다면 은퇴한 노인에게나 더 일할 능력을 상실 한 자에게 퇴거명령을 하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큰 전투를 목전에 둔 군인에게, 큰 잔치를 치뤄야 할 주부에게, 높은 산을 향한 등산객에게, 내일에 있을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에게 "잠깐" 쉬라는 말이 알맞는다.

쉼, 그것은 숨쉬는 것이다. 그것은 내일의 보다 나은 삶, 보다 힘차게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한 도약대다.

성서에는 예수가 사람들과 헤어지고 기도하러 산으로 오르셨다는 기록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는 산에 올랐다.

사람들이 쉴 장소를 집에서 구할 때, 예수는 산에서 쉴 자리를 찾았다. 그의 참 쉼은 홀로 하나님과 교류하는 시간이었다. 예수의 참 쉼은 바로 기도하는 시간이었다.

그의 기도는 쉼, 즉 숨쉼과도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새가정』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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