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온 세계가 어둡고 캄캄해도, 어지러움과 시끄러움이 겹쳐도, 우리의 사정이 더할 수 없는 궁지에 몰려 견디기 어려운 시련을 겪게 되어도, 그래서 우리에게 무서운 파탄이 와도, 우리는 절망하지 않으렵니다. 그것은 우리의 주님이신 당신이 죽음에서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주님, 우리가 증오와 배신과 박해로 둘러싸이더라도, 우리의 가장 사랑하는 이가 우리를 미워하고 원수처럼 여기더라도, 우리는 여기에 분노와 미움으로 대하지 않게 하시고, 다시 저들에게 새로운 사랑과 신의와 관용이 되살아나게 하소서. 당신은 온갖 증오와 배신과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분이십니다.
주님, 지금 우리 주변에는 실의와 절망, 증오와 복수심, 냉전과 열전의 현실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수많은 인간들이 있습니다. 주님, 저들에게도 나타나시어 새 삶의 아침이 되게 하소서. 전쟁터에도, 감옥에도, 시장에도, 교회에도 나타나시고, 또한 가난한 사람들, 억울한 사람들, 정치인들, 학생들, 관리들, 기업인들에게도 나타나시어 닫혀진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부활의 당신을 맞이하게 하소서.
주님, 이 시간 우리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 주시고 내 이웃과의 관계에서 포기하고 체념했던 일들이 새 가능성으로 전환되는 기적을 베풀어 주소서. 주님, 우리는 당신의 부활을 통하여 어떤 고난과 죽음도 끝내 살아있는 생명 그것을 가두어 두지 못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나약한 우리에게 믿음과 용기를 더하게 하소서.
주님, 우리의 자랑은 다만 당신뿐이옵니다. 승리해도 패배해도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신 당신 때문에 기쁘옵니다.
주님, 부활의 그리스도가 나타날 현장은 바로 오늘의 동결된 대지이오니 잃어진 땅에 새 봄이 오게 하소서. 그리하여 가난한 자들과 눌린 자들이 해방과 소생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부활의 주님, 우리는 당신과 더불어 영원히 살 것을 믿습니다.
(1974. 5. 『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