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도 저물어 마지막 주일이 됐다. 일 년을 회고하면 감개무량하고 또 무상하기도 하다. 이해의 처음에 우리는 여러 가지 다짐 도하고, 희망도 걸고, 슬픔도 안고 맞이했다. 그러나 그 무엇이었든지 간에 1969년은 영영히 지나가고 있다. 지난 일 년 우리가 영리했든, 둔했든, 이겼든, 졌든, 즐거웠든, 고통스러웠든 아무런 차이가 없이 영영 지나가려고 한다. 무엇이 남았는가? 무얼 붙잡고 70년대로 넘어가려고 하나? 또 같은 연쇄작용의 파동을 안고 그 뒤처리나 하기 위해 1970년을 향한다면 참 비참하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안고 온 과제다.
"하늘과 땅은 없어지리라!" 이것은 마르코복음 13장에 나오는 종말론적 한 구절이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거나 나의 날과 나의 밤이 지나므로 영영 세상을 떠나야 하건 간에 내 가진 것은 다 없어질 것이다. 60년대를 영영 송별하듯이 우리는 이 세계 전부와 송별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마음 깊이 잠재한 인식으로서 우리 알 수 없는 예수의 원인일 수 있다.
불교가 무상으로 인생을 설교하고 있지만 인간은 정말 불가해(不可解)다. 그러나 성서는 무상을 노래하지 않는다. 아니 그 무상 속에서 영원의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주여, 우리는 죽어야만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을 배우게 하여 우리를 현명하게 하소서"라고 시편 39장 5절은 노래하고 있다. "주여 나는 끝 날을 가졌고 한정이 있음을 알게 하소서. 그래서 나의 약함을 알게 하소서. 나의 날은 한 손 넓이만큼 되게 하시어 나의 삶은 당신 앞에 없는 것 같으리라. 확실한 듯이 사는 사람도 모두 허사뿐입니다. 진실로 모든 사람이 그림자같이 다니고 허황한 일에 분주하며 모으나 그것을 우리가 취할지 알지 못했노라." 이것은 시편 90장 12절 대목이다.
이것은 영원의 소리를 듣는 마음의 노래다. 이 무상(無常)은 참(眞) 것을 찾게 하는 노크 소리와도 같다. 그럼으로써 이 무상함 자체, 지나가고 있는 이 현재는 동시에 소중하고 값비싼 것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무상을 슬퍼함으로 현재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파스칼은 "우리는 현재에 머물 때가 없다. 우리는 미래를 미리 앞당긴다. 마치 그것이 더디 오기라도 한 듯이, 또 그것을 앞당겨 올 듯이 또는 우리는 과거를 기억한다. 마치 그렇게 해서 그것을 붙잡아 두기라도 할 수 있는 듯이 마치 그것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듯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해가 지나면서 내 생이 지나가는 마당에 이 무상 속에서 참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정말 무슨 소리,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것을 들어야 할 것이다. "내 말은 결코 없어지지 않으리라"라는 그 소리 말이다.
우리에게 모든 것을 영영 손에서 놓아야 할 때가 온다. 꼭 온다. 그러나 그 날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 오직 아버지 하나님만이 안다. 그래서 "조심해서 깨어 있으라"라고 한다. 이 말씀은 영원한 말씀이다. 나를 언제나 깨어 있도록 하시는 말씀이 바로 <나의 말>이다. 지나갈 것에 잡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상함에 침몰되지도 않게 하는 그 소리1 내가 어떤 상태에 있든지 언제나 나를 소스라치게 하는 것이 그의 말씀이다.
날이 가고 모든 것이 변해도 나를 점점 더 생생하게 끌어 주고, 나는 참 젊은 심장으로 해서 언제나 그것으로 새 사람처럼 용기가 나고, 활기가 생기고 무덤이라도 헤치고 나오게할 그런 힘을 갖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런 것을 가졌는가? 없다면 죽은 사람이다. 그러한 이는 잃어버린 것을 슬퍼할 줄 모르고 언젠가는 지나갈 것을 잃지 않으려고 그것에 목매어 있으면 정말 슬픈 존재다.
다 지나간다! 그러나 그의 말씀만은 안 지나간다. 이것을 믿는 믿음이 내게 살아 있으면 남는 건 그것뿐이다. 그러나 이 영원한 것은 소리 없고 보이지 않게 내 앞에 있다.
W. Raabe는 다음과 말했다.
우리는 저물어가는 이 연대 말에 조용히, 조용히 그만이 내게
Das Ewige ist stillde
Laut die vergänglichkeit
Schweigend gehtgottes Wille
Über den Erdenstreit
Die Dunkelheit ist da unt alles schweigt
Mein Geist Vor dir, o! majestät sich beugt
Ins Heiligtum ins Dunkel kehr ich ein.
Herr, rede Du! laß mich gang stille sein!
영원한 것은 조용하다.
지나갈 것은 소란하다.
침묵 속에 하나님의 뜻은 이루어진다.
땅 위의 싸움 재난을 넘어서, (우리는 이 소리를 들어야 한다.)
어두움만이 있고 모든 것은 침묵뿐인데,
내 영혼은 오! 전능한 이여 당신에게 무릎을 꿇고
거룩한 데로, 보이지 않는 데로 나는 돌아갑니다.
주여, 나를 끝없는 고요 속에 있게 하소서.
그리고 당신만이 말씀하소서.
말씀할 기회를 갖자. 그러므로 낡은 것은 낡은 때와 함께 지나가게 하고 새 아침을 맞자. 이 새 아침을 맞기 위해 우리는 조용히 준비하자. 새 개인, 가정, 교회생활의 새 출발을 위해서.
하늘과 땅은 없어지리라. 그러나 내 말은 결코 없어지지 않으리라!
그러나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하늘에 천사들도 모르고, 아들도 모르고, 아버지만 아신다. 조심하고 깨어 있으라. 그렇다. 우리는 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다 함 없는 고요 속에서 기다리자.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