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모두 위기라고 야단들이다. 참에서 깨어나라는 경종이 갑자기 진동한다.
바울로는 "이때가 어느 때인지 압니다"고 한다. 그것은 이때가 위기임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인 줄 알면서도 자고 있었다. 그러므로 "잠에서 깨어야 할 때가 벌써 왔다"라고 재촉한다.
위기인 줄 알면서 왜? 어떻게 자고 있을 수 있을까?
경제적 파동이 온다는 경종을 들을 때 재빨리 매점이 붐빈다. 그로 인해 이웃이야 얼어 죽든, 굶어 죽든 나부터 살기 위한 준비에 분망하다. 이런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삶이 방해받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자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위기가 있다는 경종과 함께 갑자기 성령, 구령의 소리가 높아진다. 잠에서 깨어나는 소음인가? 아니면 밖의 아우성 소리를 듣기 싫어 자던 방을 밀봉하고 더 깊은 잠의 세계로 도피하자는 수작인가?
이때가 어느 때인 것은 알았기에 분주하다. 그러나 매점한 물질로 고뇌와 차단하고 안일의 잠을 계속하자는 것이오구 '외계'의 소음이 시끄러워 잠자리를 피안에 옮겨서라도 계속 깊이 자려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야 할 때가 벌써 왔다. 깨어라! 그 자던 잠에서 깨어났으면 자던 자리를 박차고 네 방문을 활짝 열어라! 그리고 저 암흑에서 고통받는 형제들의 대열에 참여하라!
밤이다. 깊은 밤이다. 싫은 밤이다. 밤이 싫어 네 방을 밀폐하면 그 밤이 지나고 동이 트는 새 아침에도 참여할 수 없을 것이다.
밤이 영원히 지속하면 위기가 아니다. 악만이 있는 곳에 위기는 없다. 밤과 낮이 마주한 그 대치의 시공이 위기이다. 악과 선의 대결의 순간이 위기의 장이다. 그러므로 낮이 올 것을 아는 자, 새것이 오는 것을 보는 자만이 이 밤이, 이 낡은 것이 지배하는 이때가 위기 임을 안다. 그래서 비록 어두우나 잠에서 벌떡 일어나고 비록 밤이나 낮처럼 행동한다.
(1974. 1. 『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