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 없으면 못 살겠어요." 창기의 사랑의 고백이다. 그리고 이름도 단심, 진심이니, 일심이니 하여간 미래 귀중한 말들을 자기 이름에다 붙이고 그런 말들을 함부로 쓰고 거기에 표정도 어조도 어색하지 않게 쓰여지는데, 분한 것은 방랑아들이 그 말에 희롱되는 것보다는 그 아름다운 말 자체와 더불어 그 말에 담긴 뜻이 유린되는 일이다. 그런 말들은 생명을 바침으로 남겨진(지어진) 한 마디, 또 표정인 것이다. 이 귀중하다기보다 엄숙한 말들과 표정으로 매일 밤 오는 손님의 몇 푼 돈을 노려 유린한다는 것은 차라리 한 사람의 상처 구멍에 입을 대고 피 빨아 먹는 것보다 잔인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기막힌 일이 종교계에서 횡행하는 것은 모른 척할 수 없다. 하느님이니, 사랑이니, 십자가니, 은총이니, 감사니, 무엇보다 "예수의 이름으로"란 말은 글자 그대로 피 흘려 얻어진 무서운 말씀들이고, 또 전승된 어조나 표현도 어떤 성도들의 가슴이 터짐으로 되어진 모습일 텐데 그 용어, 태도가 교회 안에서, 밖에서, 기도에, 대화에, 아무런 느낌도 없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은 기막힌 일이며 이 말씀들이 더욱이 인기나 금품을 노리는 협잡꾼들에게 사로잡혀 유린 당하고 있으니 정말 그리스도의 살에 붙어 피 빨아먹는 빈대새끼같은 것들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의 중심인 '심'(心)자가 창기에게 유린당해 무색해지고 인민이니 동무란 좋은 말이 공산당에게 사로잡혀 어색해졌기에 그 말을 피하게 됐는데, 우리가 정말 그 귀중한 말들이 저들에게 저렇게 유린당해 회복 못할 바에는 부득이 다른 말이라도 발견해 내야겠다. 어떤 교파는 예수와 그리스도로 갈라졌는데, 종당에는 예수니 그리스도교란 이름조차 저들이 끝끝내 잡고 희롱한다면 그것조차 주어버리면서라도 순수함을 유지하고 싶다.
나는 저들을 종교적 창기라고 부른다.
(1956. 1. 『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