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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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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방한과 민족 감정

60년대를 넘어선, 사람들에게 전혀 해결되지 않는 신화적 숙제가 있다. 그것은 히로히토라는 한 인물에 관한 것이다. 소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소화천황인 히로히토가 현존의 신이라고 교육받았다. 일본 국민은 물론 한국, 대만의 국민들까지 그의 이름 밑에서 수없이 죽어 갔으며 피를 빨렸다. 우리 민족은 이 히로히토의 적자가 되기 위하여 성씨를 바꾸고 우리말 대신 일본말을 쓰도록 강요받았으며 황민으로서 히로히토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자원하여 전선에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많은 우리 청년들이 지원병 또는 학병이라는 명목으로 전쟁에 끌려가서 한에 찬 혼백들이 되어 버렸다. 또한 병역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노동 착취 대상으로, 우리의 딸들은 정신대라는 이름으로 끌려가서 한에 찬 혼백들이 되어 버렸다. 그의 이름으로 만주사변을 위시한 중국 침범, 마침내는 전 아시아의 침공을 감행하여 말로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고 그곳이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이다. 그때 그와 제휴했던 히틀러도, 뭇솔리니도 종전과 더불어 이제는 아득한 옛 이야기로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의 추종자들은 전범자로 처형되었고 이스라엘 민족은 전쟁이 끝난 지 40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당시의 전범자들의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그처럼 엄청난 허구 위에 선 천황으로서의 히로히토가 오늘날도 엄존하여 그 당시의 머물렀던 그 자리에, 아니 그뿐만 아니라 일본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 때와 변함없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일 수 없는 신화 같은 수수께끼이다. 어떻게 명약관화한 이 전범자가 오늘도 천황의 자리에 그대로 당당하게 머물 수 있는가?

그뿐인가! 금년은 히로히토의 취임 60주년으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천황을 둘러싼 세력들이 날로 득세하며 현 수상 나까소네는 지금까지 쉬쉬해 왔던 것도 아랑곳없이 전 내각을 이끌고 전범자들의 위령소인 '야스꾸니'신사에 '참배'했으며 국민들 사이에 천황조의 법적 복권 운동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현상인가?

전후에 미국은 이른바 조정위원회를 통해서 일본에 대한 점령 정책을 맥아더 사령부에 지시했는데 그 조항 중에 점령 목적 달성을 위해 천황의 권위를 이용한다는 항목이 있고 뒤이어 만일 이 목적에 반하는 경우 천황을 포함한 일본 정부의 변경 또는 직접 통치를 행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천황제에 대한 찬반론이 있었는데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 천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른바 천황제의 여왕봉설이 설득되어 천황제를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 이것은 여왕벌을 제거하면 벌집이 붕괴되어 대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은 전범자 지명 명단의 제1호로 히로히토를 꼽았으며 필리핀 변호사회에서는 트루먼에게 천황을 전범자로서 법정에 회부해야 된다고 간청했으며 재일 중국인 임어당은 천황제는 일본 극우 국가주의의 바탕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면 이것을 제거해야만한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일본 내에도 양식있는 일부 지식층에서는 천황제 철폐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히로히토는 종전은 선언하면서도 패전이라는 말 한마디하지 않았으며 한국을 위시한 피해 국가에 대해서도 사죄의 뜻을 일언반구 전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패전 43일만인 1945년 9월 27일 극비리에 수행원을 대동하고 맥아더를 방문한 것이다. 그때 대화 내용은 비밀에 부칠 것을 조건부로 했다. 그런데 점령군이 발행하던 잡지인 『성조지』의 사진반이 거구의 전투복 차림의 당당한 맥아더와 그 곁에 초라하게 왜소할 뿐만 아니라 몸둘 바를 모르는 듯하게 서있는 사진을 보도하였다. 이에 당황한 일본 정부는 성조지 배부 금지, 그리고 일본 신문의 취급 엄금령을 내렸다. 이에 대해서 맥아더는 즉각 언론 보도의 절대 자유를 선포하고 그것을 금지시킨 내상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의 수상은 "천황은 여전히 현어신이므로 불경죄는 당연히 적용시켜야 한다"는 선언으로 맞섰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맥아더는 마침내 이 같은 전제 관념을 거부하고 천황 거부 토론의 자유를 선언하기 위해서 치안 유지법 폐지령을 내리게 되었다. 그후 맥아더 사령부에 의하여 히로히토의 인간 선언이 작성되어 공포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일본인의 머리 속에는 전후 초대내각의 입장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이번 아키히토의 방한은 히로히토를 대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히로히토가 방문한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무엇 때문에 오는 것인가? 한국에 처음 왔던 일본 외상, 나까소네 수상 그리고 전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히로히토의 말은 한결같이 두 나라 사이에 있었던 불행한 과거를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 표현은 책임의 소재를 전혀 모호하게 한 것이다. 한마디로 저들의 전쟁 범죄를 고백하지 않았다. 아키히토에게도 그 이상의 표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그가 사죄를 위해서 온다고 해도 무의미하다. 전후 40년 저들은 여전히 우월감을 가지고 재일 교포를 차별, 천대해 오고 있으며 우리의 불황이었던 625동란이 경제 발전의 계기가 되었음에도 구체적으로 무역 역조로 뚜렷하게 노출되고 있는 경제적 침범을 시정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우리 민족 분단의 비극을 역이용하여 이른바 정경분리론으로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태를 확대시키는 도상에 있으면서 외교적인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저들은 우리 국민의 대일본 감정을 전혀 계산에 넣고 있지 않다. 아키히토 방문이 발표되자 일본 외무성 측에서 한국 안에 뿌리깊은 반일 감정으로 인해 방한에 대한 "반발이 확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선수를 쳐서 공식 기구 간에 재빨리 기정 사실화해야 한다(아사히신문 3.12자)"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을 알고 있다. 이 말은 한국국민이 아키히토의 방한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제휴로 그의 방문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감정을 짓밟아도 좋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단순한 방문이 아니다. 어떤 정치적 흑심을 강행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밖에는 볼 수 없다.

우리 국민은 가령 이스라엘 등과 비교할 때 바보이거나 아니면 관대하다. 우리는 일본 전범자에 대해서 별로 추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전범자가 이 땅을 다시 도도하게 밟는 것까지 묵인할 수는 없다. 까닭은 아직도 그에게서 받은 우리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로회보』 198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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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평화
6•25전쟁은 언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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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통일의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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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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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면에 선 민족 통일과 기독교
희년 선포와 통일 헌법
   
판권
제1부 절망 속의 희망
실락원 (창세 2-3장)
종주권과 민중의 투쟁 (창세 4, 1-16)
카인의 후예 (창세 4, 1-26)
아브라함과 종주권 (창세 16, 3-12)
종주권에 도전한 민중 야곱 (창세 25, 19-24)
야곱의 후예와 종주권 (창세 37, 1-11)
탈-향(脫-向)의 인간사 (창세 12, 1.7)
절망 속의 희망 (창세 22, 1-13)
   
제2부 지성소
바벨탑 (창세 11, 1-9)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창세 18, 22-33)
지성소(至聖所) (출애 3, 5)
나는 나다 (출애 3, 13-15)
탈향(脫向)의 기수 (출애 3, 7-10)
지평선 너머 (신명 32, 48-52)
   
제3부 최후의 소원
역사의 행렬 (신명 32, 48-52)
고대 이스라엘 종족 동맹 (사사 5, 1-8)
신앙고백과 역사 (신명 26, 5-9)
최후의 소원 (판관 16, 28-31)
믿음의 조상 (히브 11, 17-19)
히브리적 비극 (욥기, 23, 1-9)
민족사적 고백 (신명 26, 5-9)
   
제4부 남은자의 믿음
다윗 왕권의 죄 (삼상 8, 4-18)
불의의 온상 (삼상 12, 7-14)
절대 권력은 절대 악이다 (열상 11, 1-13)
바알 세력과의 투쟁 (열상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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