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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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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적 염원

74의 폭탄적인 정치적 발표에 얻어맞은 머리가 제 정신이 돌아오기도 전에 또 83 경제 정책 발표에 또 다시 꽝 하고 얻어 맞고 국민은 휘청거린다.

그 엄청난 정치적 사건 발표 뒤의 방향은 어디로 가는지 오리무중인 채 신문 등 보도기관이나 민심은 전부 제2타(第二打)에 쏠려서 남북 문제는 꿈을 꿨던 양 잊어버린 실정이다. 이러고야 정신을 차릴 수 있나! 그러나 그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모두가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자신들의 사활문제들인데 국민은 계속 피동적이어야만 하나?

주변의 몇 아는 이들은 몇푼 모은 돈에 목숨을 걸고 있었는데 이번 통에 너무도 충격이 커서 보기에도 딱하다. 반면에 나 자신만 생각하면 그달 그달 남김없이 가계부를 메우는 처지가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 것은 아이러니다.

그래서인지 내 머리는 남북 문제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떤 제한된 적은 모임에서 하루 종일 남북 문제를 놓고 토론을 계속했다. 이때야 말로 세계사에 없는 능동적인 이념과 민족의 지혜로써 민족적 분열을 극복할 수 있는 시기라고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아무런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관론도 대두했다.

한 발제자는 남북공동성명을 자기나름대로 분석하면서 낙관론을 폈는가 하면 다른 이는 그 언어의 양식을 분석함으로 비관론을 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 그 성명 전문을 놓고 소박한 풀이를 해봤다. 전문은 7항으로 돼 있는데 첫 항이 벌써 방향을 결정했고 나머지 항은 그것을 위한 구체적 실천 항목들에 불과하다. 일항은 셋으로 구분됐다. 첫째는 철저히 자주적으로 통일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우리 일은 우리가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것은 3 또는 4대강력(四大强力)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되는 듯한 국제 정세의 한복판에서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할 터이니 간섭하지 말아달라는 민족적 선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해명에서 "이것은 결코 우방과도 상의하지 않고 진정 한반도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풀어보겠다는 염원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국회에서의 답변에 정부측은 외세란 무엇이냐는 정의(定義)에서 UN군은 외세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니 외세란 무엇이냐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를 그대로 남겨놨다. 북한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응수하는지 못 들었으나 뻔하다.

다음 통일은 평화적 방법으로 한다고 했다. 전쟁을 지양하자는 말이다. 이것도 시대적으로만 봐도 현명한 결론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서로 제 입장을 그대로 안고 입씨름할 여지를 그대로 두고 있다. 평화 방법은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는다고만 했으니, 그 외의 방법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가령 공산당의 폭력적 공산 혁명의 기도(企圖)는 평화적인가? 아닌가? 군대 사이의 무력 충돌은 피하는 대신 민중 봉기를 획책하는 것의 시비는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 반면에 평화적 방법으로 한국 정부가 내세운 주장은 인구비례의 총선거였다. 사실상 평화통일은 그길 뿐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단서는 빠져 있다.

셋째로 사상과 이념 제도를 초월한다고 했다. 정말 그것이 가능한 가? 우선 북한에서 이 셋을 빼면 곧 공산주의 포기를 뜻한다. 그것을 버릴 수 있다면 우리는 물러날 터이니 당신들이 해보시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마저도 초월해야 하는 지상명분(至上命分)은 바로 민족의 대단결이다. 정말 그 성명대로라면 우리는 민족의 단결을 위해서 공산주의도 포기하겠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기대하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공산주의 국가가 돼도 좋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 양측이 상대방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면 현실적으로는 어떤 결과가 될까? 우선 군사적 충돌을 피하자는 것이고 그리고 피차 과민한 긴장 관계에서 어느 정도 풀려나서 현재 계획하는 실력 배양에 정력을 더 바칠 수 있도록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정된 범위에서 교류도 하고 외교적 협상으로 피차 실리를 노리는 정도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산당이 현재의 기득권에서 만족하고 있을까? 그럴 까닭이 없다. 그러면 결국 사상전으로 돌입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통일에의 희망은 비관할 수 밖에 없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위한 모색을 포기할 수는 없다. 까닭은 사람은 희망에 의해 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희망은 일종의 신앙적인 것이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발판 위에 성립되기 때문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우리 나라 속담이 바로 희망이다. 그것은 일종의 신앙이다. 모름지기 우리 민족의 통일(統一)에의 염원도 이런 신앙 위에서 만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통일 문제를 놓고 나는 새삼 아브라함을 생각하게 됐다. 백 세가 되도록 자식이 없으면서도 그 자손이 하늘의 별과 땅의 모래와 같이 번성하리라는 약속을 믿은 아브라함! 그래서 그는 믿음의 조상이다. 그런데 그의 이 신앙은 바로 그 아들마저 받침으로써 절정에 이른다. 그 아들 이삭은 그의 희망을 건 유일한 거점이다. 그런데 그를 제물로 바치란다. 만일 그의 믿음이 손 안에 들어온 어떤 거점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이것으로 그의 믿음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마저 바치면서 그 약속을 그대로 믿었다면 그 믿음은 백척간두에 진일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북통일을 생각할 때 바로 이삭마저 바치는 아브라함이 생각된다. 참 민족적 통일을 믿는다면 양쪽에서 바로 '이삭'을 제물로 바칠 각오가 돼있어야 할 것이다. "이 조건만은" 절대라고 하는 바로 그것이 '이삭'이다.

이 같은 결단이 정치나 경제적 차원에서 가능한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것은 '죽여도 살리리라'는 신앙적 차원에서만 가능하다. 공산주의 체제만이라든지 자본주의 체제만이라는 것을 고집하는 한 평화적 통일은 불가능하고 그런 것 아니고도 살 수 있다고 할 때만 가능하다. 그것은 "자유 아니면 죽음을!" 한 프랑스 혁명처럼 민족의 통일 아니면 죽음을! 하는 각오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때는 이 민족의 통일만이 아니라 이 민족의 오랜 치욕적 역사를 청산하고 세계사적 무대에 앞장설 수 있는 때이기도 할 것이다.

(『현존』 197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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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냐 구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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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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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교회의 선교적 과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교회상
예수공동체의 신앙고백
한국 교회는 민족의 과제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1부 메시아를 기다리며
때 (시편 39, 5-13)
진통하는 역사 (로마 8, 18-27)
밤이 오면 (로마 13 , 11-14)
아침을 기다리며 (로마 13, 11-14)
밤과 새벽의 분계선 (로마 13, 11-14)
당신의 나라가 임하소서 (루가 11, 2)
내가 속히 오리라 (묵시 22, 12-13)
마라나타 (묵시 22, 10-20)
성탄절에 보내는 글 (요한 1, 14)
미래의 크리스마스 (루가 2, 1-38)
 
제2부 넓은 문과 좁은 문
해방자 예수 (루가 4, 18-19)
우리는 모두 사찰당하고 있다 (마르 3, 1-6, 22)
"악마!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마르 5, 1-15)
분단의 극복 (요한 4, 21-23)
다 팔아 보화를 산다 (마태 13,44-46)
평화와 칼 (마태 10, 34-39)
좁은 문 넓은 문 (마태 7,13-14)
우리에게 일용할 배고픔을! (루가 11, 3)
기도의 사건화 (루가 18, 1-8)
인간봉화(人間峰火) (마르 8, 31-38)
"십자가를 지고"의 뜻 (마르 8, 34-38)
신의 침묵은 심판이다 (로마 1, 18-32)
복음의 전진 (필립 1, 12-18)
사건의 신학 (고후 11, 23-33)
 
제3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
오늘의 그리스도 (마르 15, 27-37)
오늘을 사는 청년 예수 (마르 2, 15-17)
그리스도 (마르 8, 27-33)
우리를 지키시고 구해 주시는 이 (고후 1, 8-11)
새로운 존재 (요한 3, 1-12)
이제 다 끝났다 (요한 19, 28-34)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마태 6, 32-33)
예수 그리스도一세상의 생명 (로마 8, 18-28)
문 두드리는 소리 (묵시 3, 14-22)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인가? (고전 6,1-11)
권위와 행동 (루가 20, 8)
현존의 그리스도 (히브 13, 12-13)
 
판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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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옳은 민족 옳은 역사
서양사람 한국사람
구라파에서 본 조국
사상의 주체성
세계 속의 한국
   
제2부 한국의 민족 감정
민족 감정
아키히토 방한과 민족 감정
히로히토가 엄존하는데
민족적 염원
'조국 근대화'와 민족문화
민족 정신 문화 불식시키는 외래 종교
   
제3부 한국의 민족 운동
3•1절과 민족사적 고백
8•15와 해방
3•1 운동과 기독교
민중 운동의 새 기원
4•19혁명과 민주주의의 갈망
4•19의 혼
4•19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제4부 한국 민(民)과 종교
민족적 과제와 교회
그리스도교와 민족 공동체
개화기의 한국 교회의 위치
한국 사회와 기독교 대학의 방향
주체성과 신앙
더 이상 종교는 침묵일 수 없다
   
제5부 민족 자결
민족 자결의 민족주의
민족 문제와 민중신학
혼선된 역사
   
제6부 분단과 평화
해방은 통일로써만
한국전쟁과 평화
6•25전쟁은 언제 끝나나!
이 땅에 평화를
분단의 장벽을 넘어서
   
제7부 통일의 주체
민족 통일 문제의 성서적 조명
통일 운동의 주체는 누구인가?
통일은 민(民)의 손으로
씨알과 민족 통일
   
제8부 평화의 길
평화와 칼
아시아 평화와 일본
함석헌의 평화 사상
통일을 위한 민족 교육의 방향
평화의 실현
분단 극복과 평화
새 국면에 선 민족 통일과 기독교
희년 선포와 통일 헌법
   
판권
제1부 절망 속의 희망
실락원 (창세 2-3장)
종주권과 민중의 투쟁 (창세 4, 1-16)
카인의 후예 (창세 4, 1-26)
아브라함과 종주권 (창세 16, 3-12)
종주권에 도전한 민중 야곱 (창세 25, 19-24)
야곱의 후예와 종주권 (창세 37, 1-11)
탈-향(脫-向)의 인간사 (창세 12, 1.7)
절망 속의 희망 (창세 22, 1-13)
   
제2부 지성소
바벨탑 (창세 11, 1-9)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창세 18, 22-33)
지성소(至聖所) (출애 3, 5)
나는 나다 (출애 3, 13-15)
탈향(脫向)의 기수 (출애 3, 7-10)
지평선 너머 (신명 32, 48-52)
   
제3부 최후의 소원
역사의 행렬 (신명 32, 48-52)
고대 이스라엘 종족 동맹 (사사 5, 1-8)
신앙고백과 역사 (신명 26, 5-9)
최후의 소원 (판관 16, 28-31)
믿음의 조상 (히브 11, 17-19)
히브리적 비극 (욥기, 23, 1-9)
민족사적 고백 (신명 26, 5-9)
   
제4부 남은자의 믿음
다윗 왕권의 죄 (삼상 8, 4-18)
불의의 온상 (삼상 12, 7-14)
절대 권력은 절대 악이다 (열상 11, 1-13)
바알 세력과의 투쟁 (열상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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