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그리스도인의 과제
내가 뼈에 사무치게 느끼는 것은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기 이전에 한국인이어야 합니다. 속속들이 서구화된 것, 이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서구적인 기술문명사회로 되어가겠지요. 정신세계마저도, 사고의 패턴,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마저도 모두 서구화돼가고 있는 이것과의 싸움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서구화에 제일 앞장섰던 것이 그리스도교였고, 신학 자체가 너무나도 서구적 사고와 전통에 맹종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전체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하면 우리 한국 민중의 그리스도교로 갱신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큰 과제 앞에서 신학은 학문으로서의 신학, 상아탑의 신학에 머무르면 안 되고 민중현장에서 하는 신학, 운동으로서의 신학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으로서의 신학도 아직은 슬로건 단계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신학이 학문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에서 해방되어 평신도들의 손에 주어지고, 그들의 나날의 삶에 방향을 제시하며, 목회현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살아 움직이는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신학운동의 비전을 내가 혼자서 다 생각할 수는 없지요. 이것은 한국 그리스도인 모두의 과제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그리스도교가 어떤 모델을 제시해서 제3세계의 그리스도교, 나아가 세계의 그리스도교가 본받을 수 있는 신학운동의 모델,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귀감을 만드는 일, 이것이 한국 신학과 교회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