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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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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이 꿈꾸는 교회상

▶ 그렇다면 이제, 민중신학에서 꿈꾸는 이상적 교회라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이 자연적으로 나오게 됩니다.

글쎄? 가령 라틴아메리카에서의 basic community, 그런 말이 생각나는군요. 밑바닥 공동체! 밑바닥 공동체라는 것은 개념이 아니고, 라틴아메리카 사회현실에서 산부가 하도 모자라니까 신부 없이 평신도들끼리 이끌어가는 교회를 지칭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도 목사 없는 미조직교회가 밑바닥 공동체라고 할까? 평신도들끼리 모여 성경을 읽고 해석을 하고, 이렇게 예수에 대해 이해하다보면 기존의 해석이나 이해와는 점점 다른 면모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그들끼리 자생적인 물음으로 보는 성서해석이 새로운 것을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나도 어릴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때를 회상해보면 무식한 집사, 장로 둘이 엉뚱한 해석을 엉터리처럼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시 주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을 내 입장에 서서 조소를 했었는데, 저들이 어떤 삶의 조건에서 성서해석을 했던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돼요. 자기가 선 자리에서 지적(知的) 유산의 빛에 조명하여 거르지 않고 절실하게 성서를 보는 눈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 있었던 경우이고, 대부분은 교회에서 세뇌되었기 때문에 몇 가지 교리적인 전제를 그대로 반복했다고 기억돼요. 소위 '밑바닥 교회'라는 것은 기존체제 신학이 들어가지 못했거나 들어가지 않은 데서 또는 교권이 침투하지 않은 영역에서 자급자족하는 속에서 자라나는 공동체(Gemeinde)인데, 바로 그런 조건이 민중교회로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이것은 본의 아니게 가톨릭의 중앙집권체제를 거부하고 나온, 꼭 있어야 될 개혁의 표본이 될 수도 있다는 가상을 해봅니다.

민중교회는 성직자가 독점했던 성서해석권을 민중의 삶 속에 되돌려주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교역자나 신학자는 '내가 가르친다', '내가 가르치는 것이 옳다' 하는 데서 후퇴하여 아주 단순한 눈으로 성서를 읽고, 생활(삶) 속에서 형성되는 민중의 느낌과 생각을 신학적 언어화하며, 교회지도층은 그것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봐요. 그들의 애환과 그들의 한(恨)에 찬 눈에 성서가 어떻게 보이는가, 그리고 그들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되며 용기를 주는가를 찾는 일이 더 중요하지요. 논리적 설명으로 지적으로 세뇌시키고 군림하려고만 하던 잘못을 중단해야지요. 제도가 있는 한 지도층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성직자를 위시한 지도층은 삶의 한가운데서 고투하는 민중을 존중하고, 저들이 고뇌 속에서 성서를 어떻게 읽고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계시만큼이나 존중하는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또 저들이 그렇게 자기 소리를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제도적으로 만들어야 해요.

다음으로 떠오르는 민중교회의 태동은 노동자들의 현장이라고 봅니다. 우선 그곳은 산업선교에 의해서 노동자들이 많은 문제를 안고 정해진 장소에 모여서 기존사회의 비리에 대한 자기들의 울분과 하소연, 그리고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면서,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고하면서 절규도 하고 함께 노래하되 일치된 호흡으로 당장 새 세계가 온 듯한 축제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입니다. 그것을 보면, 저들이 비록 하느님이나 예수의 이름 한 번 들먹이지 않아도 그 절규가 진실한 기도요, 그 노래가 믿음을 담은 찬송으로 들려요. 성직자는 새삼 저들에게 기존의 교리로 그들의 문제를 처리하지 않고 그것들을 있는 그대로 수렴하여 다른 언어로 기도하고 축복하여주면, 그것은 정말 산 제물을 드리는 예배요, 바로 그 자리가 교회이겠지요. 우리는 지난 2~3년 간 이같이 움트는 교회의 싹을 도처에서 봤습니다. 금요기도 회, 목요기도회, 갈릴리 교회 그리고 당면 문제를 안고 모인 집회들에서, 이런 경험에서 발전한 산정신을 기성교회는 도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요소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기존의 질서와 체제들을 과감히 개혁할 용의와 용기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모델로 생각되는 것은 우리의 민중 전통에서 나타난 예배형식입니다.

내가 경험한 것과 들은 것 가운데 두 가지 경우만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하나는, 내가 어릴 때 유랑민으로 만주 땅에서 사는 한국인 동리에서 경험한 부락제라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일 년에 한 번씩 부락제를 지내요. 저들은 집집마다 일정한 돈을 걷어 돼지를 몇 마리 잡아요. 그리고 각 가정에서 하얀 밥을 지어와요. 동리 대표들이 정해진 지점을 제단으로 삼고 이것들을 전부 진열해놓고 정해진 주문을 외우는 등 제사행사를 치릅니다. 그러고 나서 그 제물들을 나누어 먹습니다. 한 신에게 바친 음식을 나누어 먹는 나눔의 모임, 그것은 글자 그대로 '하나 되는 축제'입니다. 이 원리는 집에서 조상을 모시는 경우와 같습니다. 식사 때마다 조상의 제단에 음식을 바쳤다가 식구들이 그것을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나는 이것에서 도식화된 새크러먼트에서 받는 것 이상의 감격을 했다고 기억돼요.

또 하나는 샤먼, 즉 무당굿입니다. 서남동 교수가 한의 사제(司祭)라는 발상을 했지만, 무당들의 주된 역할은 억울한 자들의 한을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 동기야 어쨌든 상관없어요. 무당은 한 맺힌 사람, 그 가족, 마침내 청중과 혼연일체가 되어 혼신을 쏟아 한풀이를 하여 그들을 원망이든, 복수심이든, 슬픔이든 그것에서 해방시켜요. 그 분위기는 도식화된 기성교회의 예배와 비교가 안 됩니다. 나는 여기서도 또 하나의 산 교회의 모델을 봅니다. 우리 민속의 탈춤도 중요한 민중교회적 성격을 다분히 지녔습니다. 현영학 교수가 이 점을 집중 연구하고 있지요. 탈춤은 특히 눌린 계층이 해학과 흥겨운 축제로 절망을 극복하면서, 신분적 억압자에 대한 저항을 승화하면서 삶을 영위하게 합니다.


List of Articles
    1)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2) 이 때를 모르는 세대
    3) 악마가 악마라는 죄목으로 박해하는 세상
    4) 어둠에서 썩어가는 세대
2. 잃어버린 자를 찾아서
    1) 목동과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
    2) 잃은 돈 찾은 여인
    3) 돌아온 아들의 아버지
3. 가치의 전도
    1) 누가 ‘그’의 이웃이냐?
    2) 오! 하느님!
    3) 부자의 돈과 과부의 돈
    4) 말만 하는 자와 실천하는 자
    5) 자신을 철저히 비운(空) 자
4. 집요한 투쟁(간구)
    1)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2) 닫힌 문
    3) 빚진 자의 엉뚱한 마무리
    4) 한 과부의 투쟁
    5) 친구를 위한 투쟁
5. 심판
    1) 공존의 때와 심판의 때
    2) 그물 안에 든 고기
    3) 심판과 맡은 분깃
    4) 심판과 대비
    5) 너무도 어리석은 부자
    6) 한 부자와 거지
    7) 뜻밖의 심판의 기준
    8) 심판은 바로 관용의 한계
    9) 이미 문이 영원히 닫혔을 때
6. 하느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
    1) 제 손으로 심은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하는 농
    2) 겨자씨 이야기
    3) 조용한 혁명(누룩의 이야기)
    4) 그만이 아는 숨겨진 보화
    5) 한 장사꾼의 모험
    6) 해방의 기쁨
    7) 밥상공동체
    8) 손익계산이 없는 세계
    9) 절망과 희망(씨 뿌리는 농부)
   
제3부 성서해석권은 민중에게
   
1. 한 책에 대한 두 가지 이름
2. 성서의 열쇠는 주머니 속에
3. 성서의 전승을 위한 노력들
4. 종교개혁시대와 성서해석
5. 다시 빼앗긴 성서해석의 권리
6. 성서해석권을 되찾으려는 평신도운동
7. 성서의 전승모체
8. 신약성서 성립
    1) 민중과 '지도층'의 상충
    2) 마르코복음의 성립
9. 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주인
   
제4부 역사의 예수
   
1. 역사의 예수
    1) 역사의 예수 추구
    2) 자료
2. 예수의 시대상
    1) 정치적 상황
    2) 유다 사회상
3. 공생애의 출발
    1) 세례자 요한
    2)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
    3) 갈릴래아로
4. 갈릴래아의 예수
    1) 민중과 더불어
    2) 제자 선택
    3) 예수의 시선이 머문 대상
    4) 자유를 위한 투쟁
    5) 하느님 나라의 선포
5. 예루살렘의 예수
    1) 예루살렘
    2) 예루살렘행
    3) 예루살렘 입성
    4) 죽음의 전야
    5) 심문과 처형
6. 그는 누구인가?
   
판권
표지
예수를 예수로 만든 힘의 담지자
머리말
   
첫째 마당 一 예수의 수수께끼
    예수를 향한 추구
    너무도 평범한 사람
    예수의 수수께끼
    전권을 이양받은 자
둘째 마당 一 예수의 시대상
    마카베오의 봉기와 하스몬왕권
    로마·헤로데 왕조시대
    헤로데왕가
    총독정치
    경제적 상황
셋째 마당 一 세례자 요한과 예수
    세례자 요한은 누구인가
    세례자 요한과 예수의 관계
넷째 마당 一 갈릴래아로:예수의 소명
    석가와 공자와 예수
    갈릴래아로!
다섯째 마당 一 하느님 나라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 나라 도래를 위한 투쟁
여섯째 마당 一 예수와 민중
    유다 사회의 민중
    예수가 만난 사람들
    오클로스
    하느님 나라와 민중
일곱째 마당 一 사탄과의 투쟁
    치유
    민중사건으로서의 기적
    반로마 민중운동의 한 예
여덟째 마당 一 예수와 여인
    유다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
    여인에 대한 예수의 관심
    예수를 움직인 여인들
아홉째 마당 一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公) : 회개
    땅은 하느님의 것
    물(物)의 사유화에서 해방
    권력의 사유화로부터 해방
    카이사르의 것과 하느님의 것
    예수를 따라서
열째 마당 一 체제와의 충돌
    예수운동의 적대자들
    예루살렘세력
    예루살렘세력과의 대결
    정치권력과의 충돌
열한째 마당 一 수난사
    그리스도교와 십자가
    복음서와 예수의 수난
    예수의 수난의 맥락
    예수의 민중운동
    처형
열두째 마당 一 민중은 일어나다:부활이야기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난 예수
    부활이야기 분석
    부활의 의미
    예수의 고난에서 찾은 부활의 현실
    우리의 수난, 우리의 부활
   
판권
표지
나의 체험 민중의 신학
변명
   
‘민중’을 발견하기까지
    간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 一민족과 그리스도의 발견
    민중신학의 뿌리
    독일 신학과 ‘역사적 예수’
    민중현실에 바탕을 둔 신학
    ‘사건의 신학’과 신학을 위한 신학
    예수는 민중이고, 민중은 예수다
    ‘성문 밖’에 현존하는 예수
    민중의 염원과 민족통일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의 과제
민중의 책 성서
    한국 교회의 재래의 성서이해
    성서의 통일성 一그 민중신학적 의미
    예수一‘야훼만’을 지켜온 예언자 전통의 절정
    전통적 성서해석 방법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컨텍스트’와 ‘텍스트’의 긴장
    민중신학의 컨텍스트는?
    성서는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할 뿐
    민중신학이 본 성서의 맥
민중 예수
    극복되어야 할 서구 신학의 그리스도론
    고난의 종 그리스도
    구원은 민중을 통해서 온다
    예수는 오늘의 민중현장에 계신다
    제도적 교회는 민중현장에 계신 그리스도를 포기
    민중사건은 예수사건이다
    ‘구원’은 물질적 언어로 표현되어야
    성령의 역할은 인류해방에 있다
민중의 하느님
    신이 죽었다?
    서구 신학의 신관(神觀)
    동양인의 신관
    성서는 신을 어떻게 말하나
    해방의 신
    성전종교의 포로가 된 신
    예수 이후의 하느님
    민중의 하느님
    하느님 사건의 전거
민중의 공동체 一 교회
    교회의 주인공은 민중이다
    예수공동체는 밥을 나누어 먹는 공동체였다
    생활공동체에서 예배공동체로 전락
    교회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민중신학이 꿈꾸는 교회상
    제도적 교회론을 넘어서자
    해방공동체 구현과 교회의 계층성 극복
    교회의 이상一하느님 백성의 평등공동체
죄와 체제
    죄의 뿌리
    기존의 죄이해는 교권을 강화시킨다
    유다교는 죄를 어떻게 보았나
    바울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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