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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론 |
한국 민족 운동과 통일
(한국신학연구소)
더 이상 종교는 침묵일 수는 없다
한국 종교의 특수성과 사회

기자: 바쁘신 중에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요즘같이 어수선한 정국에서 오늘날 과연 종교인들의 바람직한 현실 참여는 어떤 것인가하는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선 한국에서 종교, 특히 기독교가 유입될 당시의 그 성격과 배경을 말씀해 주십시오.

안병무: 한국 기독교의 유입은 우리 민족사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단순한 종교로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길의 모색으로 능동적 수입을 했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식민지 정책에 따른 선교활동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 예로 신교 같은 경우, 우리 나라에 들어왔을 때 이를 수용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 당시 사회에서 대우받지 못했던 지식인과 몰락하는 나라에 대한 한을 지니고 신천지를 바라던 민중들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기자: 기독교의 양적 팽창과 그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병무: 한국에 들어온 외국 종교들은 기독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교세의 확장에 있어서는 관권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불교 같은 경우도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급성장했고, 교세를 누렸습니다. 유교 같은 경우는 더욱더 그러한 것이, 국가 이데올로기로서 채택되어 강제력을 띠고 전국에 침투되어 오늘의 우리 문화에까지 이르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 기독교는 처음부터 민중의 자발적 참여로 수용된 것입니다. 그래서 현실의 기독교의 양적 팽창은 사회학적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 첫째 이유는 우리 나라가 근대화가 되면서 많은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되었고, 그 사람들은 농촌의 소부락 등에서 가졌던 소속감을 도시의 교회에서 찾게 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도시화된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사람들, 즉 인간적 대우의 결핍의 해소를 위해 교회를 찾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현대인들의 자기 콤플렉스 현상입니다. 자기 혼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이 콤플렉스로 말미암아 어떠한 집단 속에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구현시키려하는 경우도 교회를 찾게 되는 이유였습니다.

기자: 그런 이유 등으로 양적으로 커진 교회 내에서도 현실에 안주하려는 측과 현실을 적극적으로 개혁하려는 측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떤 이유라 생각하십니까?

안병무: 이것은 기독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군요. 흔히 집단이 클수록 온건적이고 작을수록 급진적이지 않습니까?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기득권이 많을수록 정의를 위해 싸우는 데에는 약해집니다. 반대로 가진 것이 적을수록 자신이 포기해야 할 기득권이 적으므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또 자기가 택한 교파에 따라 현실에 대처하는 성격도 다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민중신학이나, 우리 것은 아니지만 남미의 해방 신학 등을 택한 사람들은 한층 더 급진적이라 볼 수 있죠.

기자: 하지만 요즘 발표되고 있는 시국 성명서는 급진이다, 온건이다, 하기가 곤란한데, 이 종교인들의 시국 선언문의 의미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병무: 아직까지는 현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혁명을 요구한 것은 없어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전제하고 거기서 온건과 강경의 차이밖에는 없습니다.

종교계의 통일 논의

기자: 그렇다면 종교계에선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한 방법을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 통일의 의미는 현실 모순 구조의 타파와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의미로 현실 모순 극복의 총체적 목표라 생각되는데요.

안병무: 통일 문제는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민족적 과업입니다. 그런데 이때까지 남한에서는 반공 사상이 투철했어요. 그래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가진 북한과 얘기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나라도 많이 개방되었으니 공산주의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보고 대화를 통해서 통일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또 지금과 같은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아닌 남이 우리 민족을 통일시켜주리라는 생각은 배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기독교가 이제까지 해왔던 통일 논의를 보면, 평화 통일 운동과는 영 거리가 먼 방향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기독교가 해방 전까지 비교적 불우한 계층이 많았던 북한에서 많이 선교가 되어 있었어요. 평양을 예루살렘으로 부를 만큼 활발했죠. 한데 해방 후 북한에 공산주의가 들어와서 기독교인들이 발 붙일 땅을 내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자연스레 극렬 반공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 기독교인들은 공산주의자들과 공존하리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기자: 우리 나라 구세대들이 흔히 갖고 있는 '빨갱이 콤플렉스'에 종교인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군요.

안병무: 그렇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는 1차적으로 이런 것들을 타파해야 하며, 통일을 위한 적극적인 비전이 있어야 할 것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굳어진 의식에서 해방되어야 할 것입니다.

오도된 종교인의 현실 참여

기자: 현실 상황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각 대학별로 학생 운동권과 원리 연구회란 통일교 종교단체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학생 운동의 사상은 우리가 잘 알고 있으니 차치하고, 원리 연구회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시죠.

안병무: 통일교는 신비주의로 출발하여 종교로써 세계를 통일시킨다는 전략이 있습니다. 이들이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정치적 야심을 표출시키는 데 들고 나온 사상이 '반공주의'입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극우주의이고 이들의 무기 역시 '반공' 이념이며, 세계에서 보수적 우익 세력의 많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 우익의 보스 격인 미국으로 그 활동무대를 옮겼습니다. 또 이들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이들은 언제든지 위정자의 편에 선다는 것입니다. 박정권 시대에도 그들이 한 반공 활동의 대가로 경제적 이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학생 운동의 이념에 관한 그들의 반대는 그들의 속성으로 보아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들로 보아서는 오히려 늦은 셈이죠.

그들의 논리는 앞서 말한 맹목적 반공과 정치 권력자의 편에 서는 것이기 때문에 논박의 대상도 되지 않습니다.

종교의 원칙과 현장

기자: 현실의 부조리를 타파하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노동농민운동, 혹은 인간 평등을 위한 종교 운동에서 종교인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한계성 같은 것은 혹시 없습니까?

안병무: 기독교 출발의 원천을 보게 되면 타종교에 비해서 가장 현실 참여적 종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 혹은 하나님이라는 신을 부르는 뜻 중에서는 "인간 위에는 오직 하나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인간 위에는 인간이 없으므로, 지배 예속 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사상이 짙게 내포되어 있습니다. 구약의 출애굽기 같은 경우도 "히브리"라는 말로 이스라엘 민족을 칭하는데, 이 "히브리"라는 말은 오늘날의 계층개념에 속하는 합비루라는 말에 어원을 둡니다. 억압받던 "히브리" 계층이 압박자 이집트로부터 탈출한다는 것입니다.

예수의 출현도 그런 맥락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는 성서에서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지금을 깨부수려 왔다"고 하셨습니다. 이렇듯 예수의 의미도 억압당하던 민중의 해방자로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독교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한다면 억압당하는 자의 편에 서서 그 억압과 압박을 타파하려 하는 데 거리낄 것이 없고, 오히려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또 우리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기자: 피치 못하게 '폭력'이라는 벽에 당면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 김수환 추기경의 발표문에 의하면 학생들이 각목과 돌을 버리고 나설 때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였고 또한 대부분의 종교계에서도 폭력을 부정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안병무: 폭력을 부정한다는 것은 종교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모두 부정하는 것입니다. 하나 폭력의 대부분은 강하고 힘있는 자에 의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폭력의 원흉은 권력이 있고 권세가 있는 자입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발표문 같은 경우는 나는 전술적 의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가불 무력을 써야 할 때를 제외하고 물리적 힘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폭력이죠. 그러나 폭력을 쓰지 말라고 호소했을 때는 전술적 측면에서, 상대가 현대적 무기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데 각목이나 돌 따위를 갖고 상대가 되겠느냐는 말입니다.

또 그것은 관료들에게 구실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학생 운동에만 국한시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 혹은 폭력으로 정권을 잡고 유지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칼로 일어난 자는 칼로 망한다는 논리입니다.

기자: 마르쿠제 같은 사람은 "혁명에 있어서의 폭력은 강한 반혁명의 폭력에 대항하는 방어적 의미의 폭력이다"라고 하였는데요…….

안병무: 그렇습니다. 폭력이냐 방어냐에 대한 의미는 상당히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돌팔매나 각목이 폭력이냐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원칙적으로 폭력을 쓰지 말자고 해도 당장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최소한의 저항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듯 원칙과 현장은 다릅니다. '학생 운동의 폭력'이라고 규정짓는 부분도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종교인의 바람직한 현실참여

기자: 그런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보면 종교 지도자쯤 되면 모두 이 땅의 압박 받는 자들을 위해 나설 것 같은데, 며칠 전 일간지에서 개신교 지도자 76명이 "교회는 정치에 이용되어서는 안 되고 교회가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배제되어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시국대책협의회라는 단체도 결성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안병무: 지금 소위 기독교 지도자 협의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의 중심 인물들은 일제 시대부터 권력에 밀착했던 인물들입니다. 자유당 시대, 박정권 때도 그랬습니다. 기독교계에서는 이것에 추호의 가치를 두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에 현혹되어 혼란을 일으키면 안됩니다.

기자: 그럼 우리 나라 종교인들도 필리핀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혁을 꾀하여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안병무: 현실적으로 우리의 종교 지도자들이 개혁 사상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는 하나 대다수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는 지도자가 있다면 기독교도를 이끌고 기꺼이 같이 나갈 태세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자: 대학 내에서 종교인들이 해야 될 일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병무: 대학 내의 기독교인들은 교조적인 마음을 풀고 원래 의미의 기독교 해방자로서 예수가 세운 기독교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불의에 맞서 대항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고, 억압된 자를 해방시키려할 것입니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아직 진정한 기독교도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외대학보」 제443호)


| 평론 |
한국 민족 운동과 통일
(한국신학연구소)
List of Articles
표지
 
제1부 옳은 민족 옳은 역사
서양사람 한국사람
구라파에서 본 조국
사상의 주체성
세계 속의 한국
   
제2부 한국의 민족 감정
민족 감정
아키히토 방한과 민족 감정
히로히토가 엄존하는데
민족적 염원
'조국 근대화'와 민족문화
민족 정신 문화 불식시키는 외래 종교
   
제3부 한국의 민족 운동
3•1절과 민족사적 고백
8•15와 해방
3•1 운동과 기독교
민중 운동의 새 기원
4•19혁명과 민주주의의 갈망
4•19의 혼
4•19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제4부 한국 민(民)과 종교
민족적 과제와 교회
그리스도교와 민족 공동체
개화기의 한국 교회의 위치
한국 사회와 기독교 대학의 방향
주체성과 신앙
더 이상 종교는 침묵일 수 없다
   
제5부 민족 자결
민족 자결의 민족주의
민족 문제와 민중신학
혼선된 역사
   
제6부 분단과 평화
해방은 통일로써만
한국전쟁과 평화
6•25전쟁은 언제 끝나나!
이 땅에 평화를
분단의 장벽을 넘어서
   
제7부 통일의 주체
민족 통일 문제의 성서적 조명
통일 운동의 주체는 누구인가?
통일은 민(民)의 손으로
씨알과 민족 통일
   
제8부 평화의 길
평화와 칼
아시아 평화와 일본
함석헌의 평화 사상
통일을 위한 민족 교육의 방향
평화의 실현
분단 극복과 평화
새 국면에 선 민족 통일과 기독교
희년 선포와 통일 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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