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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에세이 1 |
불티
(한국신학연구소)
제2부
성서가 사람을 죽여?
성서가 사람을 죽여?

지난번 어떤 종파에 속한 한 가족이 자기들의 신앙이 옳다는 것을 증거하기 위해서 독약을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신문을 통해 알려짐으로써 파문을 던진 일이 있다. 저들은 설교를 통한 그들의 지도자의 주장을 믿고 안 죽을 것으로 알고 음독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었다. 저들의 신념대로 하면 저들의 신앙이 틀렸거나 아니면 하느님이 틀렸거나 둘 중의 하나가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 이 일이 있은 후 여러 차례 여러 학생들로부터 '저들의 신앙태도가 옳지 않느냐? 또는 성서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기에 그대로했는데 무엇이 나쁘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또 신문보도에 의하면 경찰에서 그들의 지도자를 불러서 수사한 결과 그저 성경에 있는 대로 설교했을 뿐이라고 해서 그대로 석방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그가 자살로 유혹하려는 살인의 의도가 있었을 리 없으니 법으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단순한 종교심을 가진 사람에게 '만일 신앙이 강하면 독을 먹어도 죽지 않는다. 먹어 봐라, 이 말씀이 거짓말인지를!'이라는 식으로 강조했다고 하면 그것은 악마의 소리와 다를 바 없다.

마태오복음에 예수를 시험하는 기사가 있다. 그런데 두번째 유혹에서 예수를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명하라고 하면서 그래도 다치지 않는다는 증거로 시편 91장 11-12절을 내대는 것이다. 그 구절은 '너를 붙들어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로다'로서 거기에는 떨어지라는 말도 없거니와 또 위에서 내리 떨어질 때 그를 받들어서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한다는 말도 아니고, 단지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한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유혹은 '이 돌에 부딪히지 않는다'는 말은 고정해 놓고 그를 높은 데서 떨어지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예수는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씀도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고 응수한다. 정말 두 말씀이 다 구약성서 안에 있다. 유혹의 소리는 발이 돌에 부딪히지 않게 하리라는 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해서 고정시키고 그것을 권위(미끼)로 이용하여 유혹의 도구로 하려는 데 대해, 예수의 그것에 대한 응수는 그 성서의 구절과 상반되어 보이는 구절을 내세움으로써 '네 말이 옳다손 치더라도 이 다른 말씀 때문에 할 수 없다'라고 한 셈이다. 그런데 이 응수의 중요한 사실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하느님을 시험한다는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시편의 말씀의 중심은 여호와가 어떤 위기에서도 보호할 것이니 무서워 말라는 용기를 주는 말씀인데, 이것을 역이용해서 그것을 자기의 권리로 만들고 '하느님은 이렇게 해 주어야만 된다'에서 '그대로 실행하는지 해 보자'는 시험에로 유혹한 것이다.

마르코복음에는 '뱀을 쥐거나 독을 마실지라도 결코 해가 되지 않겠고'(마르 16, 18)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그러니 뱀을 잡아 보고 독을 먹어 봐라. 그것으로 네 신앙이 증명된다'고 한다면 위와 꼭 같은 악마의 유혹에 휘말려든 것이다.

그런데 누가 이런 악마적인 유혹을 한다면 '뱀 같이 지혜로우라'라는 말씀도 성서에 있다고 응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이미 자기 안에 형성된 고집(신념)을 고정시키고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성서를 부분적으로 그것도 문자주의적으로 내대는 따위의 행위가 지금도 많은 것은 딱한 일이다.

가령 '공중에 나는 새도 기르시는데 하물며 너희야!' 하는 데서 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고 '일 안 해도 먹게 되나 보자'해서 요행을 향해 눈감고 입 벌리는 사람들, '새 한 마리도 하느님의 뜻 없이 떨어지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자기가 자기를 지켜야 할 책임을 버릴 뿐 아니라 나아가서 일부러 자기를 위험한 고비에 놓고 하느님의 섭리를 시험해 보는 그런 따위의 신앙의 자세가 있다. 이것은 삶을 멍들게할 뿐이다. 이러한 과오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성서연구(암송이 아님)를 하며, 성서를 분석해서 그 본질적인 것을 가려내는 일을 신학자들이 한다.

우리는 마르코복음 16장 1-18절을 함께 보고 그 말씀의 중심이 어디 있는가? 하는 것을 찾아야 하겠다. 이 구절은 누구나 복음을 전파하라는 것이며, 그러한 사명 앞에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데 있다고 할 것이다. 이것은 마태오복음 28장 6-10절과 루가복음 장 36-49절을 비교하면 더 확실해질 것이다. 마태오복음, 루가복음에는 '독을 마실지라도'라는 말이 없다.

이 구절들은 다시 말하면 이 복음을 전하는데 그것을 위해서 능력이 주어졌으니 무서워하지 말라는 것을 여러 가지 표현으로 나타냈을 뿐이다. 이 구절을 강조하는 그 설교자도 이렇게 이해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구절을 강조하면서도 자기는 음독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성서에 이렇게 쓰여져 있지 않느냐? 그러니 …' 하고 자신만만하게 문자주의를 고수하는 자들은 실은 꼭 남에게 무엇을 요구하거나 비판할 때만 휘두르는 칼로서 성서를 이용할 뿐이고, 자기를 위해서는 문자주의를 사용하지 않는다. 성서의 일점일획도 다 지켜야 한다면서 구약성서의 대부분의 율법을 안 지키는 것은 고사하고 신약성서에서 구체적으로 바울로가 교회에서 머리에 수건을 쓰라고 한 따위의 말씀은 위반해도 가만히 있다. 아마 이런 요구는 성서에 있어도 그것은 바울로의 시대적인 것의 반영으로 상대화해 버려도 좋다는 결론에서 그럴 것이다. 이처럼 자기에게 기정사실이 된 것에는 성서의 이해가 해석적인데 남에게는 왜 율법적으로 둔갑해 버릴까? 저들은 신앙 때문에 양심이 둔해졌나?

하여간 그 한 식구의 집단 사망은 무엇보다 한국의 성서 문자주의의 제물로 바쳐진 것이다.

(1969. 11.)


| 성서에세이 1 |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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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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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의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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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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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2부 성서가 사람을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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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를 찾는 마음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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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늦었다
우상화
삶의 모순율
자유와 예속
무상과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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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이르는 병
어린이 같지 않으면!
보물을 담은 질그릇
휴식에의 초대
편리라는 유혹
기술사회의 도전
전체주의와의 투쟁
현대의 욥
자다가 깰 때
 
제3부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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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만물을 새롭게 한다는 의미
이 때는 잠에서 깰 때
사람은 떡으로만 살 수 없다
물질은 하느님의 것
봄의 찬가
고백
증인
의식은 죽음인가?
사랑의 저항
민주주의 제일장
거짓증거
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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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우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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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영원
휴머니즘의 한계
죄란 무엇인가?
정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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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常道)
현존의 의미
야도(夜禱)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회개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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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주여!
성문 밖으로
 
제4부 남은자의 윤리
종교적 창기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인상
어떤 의미에서 그리스도인인가?
오늘의 그리스도론
정치신학
평등추구의 기독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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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가 잘못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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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들의 수난사를 들으며
수도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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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일치운동
교회 분화론
그리스도 교회의 진통
그리스도교적 교육
남은 자의 윤리
목사 후보생들에 준 말
젊은 목사에게
신학의 길
인간은 관념의 노예?
하느님의 동역자
역사의 핏줄을 만드는 마술사
그리스도교의 목표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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