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 사람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이것은 최초의 인권선언이며 민주주의의 제일 장이다.
유다 사회에서 안식일법은 신의 권위로 선포된 가장 무거운 법의 하나였다. 그것은 신의 질서를 집약한 것으로서 사람은 그 법에 절대 복종해야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사람들은 이 법 밑에 노예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 마당에 이 같은 선언은 혁명적인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인간을 위해 있을 때 의미가 있으며 인간을 억압할 때는 비록 신의 이름을 얻은 것이라도 철폐돼야 한다. 인간을 도구화할 절대의 질서는 없다. 까닭은 인간이 질서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보면 이것은 안식일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안식일법의 본뜻을 규명한 것이다. 그것은 안식일의 제정은 인간을 위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안식일이 먼저 있고 인간이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 있고 안식일이 그를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런데 안식일법의 운영에 있어서 그 본래 뜻과 유리되어 그 자체가 절대화되어 인간과의 관계에서 그 위치가 전도됐기에 이 선언을 해야 했다.
민주 사회란 모든 것이 국민에 의해, 국민의, 국민을 위해 있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그것을 위해 제정된 것이 그 자체로 독립해서 그것을 위해 국민이 존재할 것을 강요할 때부터 비인간화의 경사로 달리게 된다. 질서나 법이 국민의 권리를 준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은 그 이전에 주어진 것이며 저들에 의해 질서가 만들어지고 법이 제정됐다. 그렇지 않은 질서는 질서가 아니며 법 이 아니다. 그런 질서와 법은 인권을 준 신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다. 사람이 국가나 권력, 경제 질서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안식일의 주인이다. 국가의 법이나 어떤 제도도 사람의 주인이 될 수 없고 사람이 그 주인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종으로 삼는 어떤 것도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이 선언을 다시 높이 외쳐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은 이 선언의 뜻이 유린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