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러(G. Fohrer)가 예언자의 메시지를 설명하는 항목에서 우리는 '현존'에 대한 새 의미를 배우게 된다.
예언자는 결단을 두고 하느님과 그 뜻에 "긍장"(Ja) 혹은 "부장"(Nein)으로써 대답하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다. 이러한 결단을 일단 하게 되면, 그는 전적으로 다른 인물아 되든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생존에 안일하게 머무는 옛 인간으로서 처세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이때 어느 한쪽으로 결단하게 될 때, 예언자는 보통사람으로서의 존재 양식에서 결별하게 된다. 따라서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에 "Ja"(긍정의 태도)를 취하게 된 그 때부터는 보통 사람이 추구하는 안전, 휴식, 배부름 등을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으로 떨어버리고 기쁜 마음으로 오직 하느님 한 분에게만 자기를 맡기게 된다. 이때의 자기 헌신이야말로 하느님이 예언자에게 요구하는 새로운 '현존'의 조건이 된다. 예언자들이 일단 이 새로운 현존 속에 들어가면 그는 그 현존이 가져다주는 결과에 대하여서는 관심하지 않는다. 다만 하느님의 명령에 순응하고 "Ja" 할 일에 "Ja" 하고, "Nein"(아니라)할 일에는 대담하게 "아니라"고만 한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모두 "Ja" 해도 하느님이 "Nein" 하면, 그는 하느님의 "Nein"의 심부름꾼이 되고, 사람들이 다 "Nein" 해도, 하느님이 "Ja" 하면, 그는 하느님의 요구대로 "Ja"를 관철한다. 이 경우 사람들과 충돌하는 일로, 신체적인 고통, 정신적인 고통이 따른다고 해서 이 "Ja"와 "Nein"을 임의대로 바꾸어버리지 아니한다.
이것은 예언자의 눈과 생각이 현실적인 모든 현상에 상부상응(相符相應)하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역사의 지평선저 너머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졌고, 현실적인 것의 밑바닥에 덮여져 있고 "애써 감추려는 것이 무엇이냐, 또는 누구에 의하여, 어떤 목적 때문에 겉만 번지르하게만 보여 주려고 하는가"를 깊이 통찰하는 영감에 의한 지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은 항상 "Nein!"의 성격이 강하고, 또 그들의 발언은 항상 문젯거리가 되도록 현실에 타협하는 "Ja" 보다는 "Nein!"을 강하게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파괴 분자가 아니라 참된 의미의 건설자이다. 누구나 오늘의 무교동 거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Ja!" 보다 "Nein!"이 얼마나 새롭고 아름답고 시원한 거리를 만든 것을 볼 것이다. "현존"의 사람은 바로 이 "Ja"와 "Nein"을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다.
(1976. 9. 『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