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기자는 묘한 데서 중요한 진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그리스도가 성문 밖에서 처형됐다는 사실에서이다(히브 13, 10-14).
참 것은 성문 안에 있지 않고 성문 밖에 있다.
이기주의자는 성문 안에만 갇혀 있다. 저들은 달팽이처럼 언제나 자기 숨을 곳을 지니고 다닌다. 이기주의자는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 밖으로부터 오는 새 것은 모조리 원수로 안다. 그래서 폐쇄적이고, 그래서 그 시야는 자기가 만든 그늘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다. 이러한 이기주의는 개인, 정치계, 경제계 그리고 종교계에 도사리고 있다. 한국에서 되어지는 모든 일은 성문 안에 자기를 가둔 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역사의 숨결에 귀가 어둡고, 세계의 동향에 눈을 감게 된다.
우리의 살길은 성문 밖으로 나가는 일이다. 갇힌 데서 뛰쳐나와 저 지평선 너머를 보라! 아침의 태양이 이제 막 뜨려고 한다. 잠자리를 걷어차고 문을 열어라! 그리고 대기를 힘껏 들여 마셔라! 성문을 열어젖히고 성문 밖으로 뛰어 나오라! 저기 새로운 신랑이 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지고 다니는 달팽이 집을 내동댕이쳐라! 새로 건설된 내 머물 곳이 저기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그리스도교회여! 성문 안에서 무얼 그리 꾸물거리고 있는가? 새 것을 맞이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나간 대열은 지금 역사의 첨단에 접근하는데 너는 성문 안에서 죽은 자의 장례에 여념이 없단 말이냐! 하느님은 성문 안에는 없다. 내 구원, 내 복만 희구하는 그 성문 안에는 시체만이, 해골이 되어 됭굴 뿐이다. 하느님은 이 역사의 저 앞에 가신다. 그를 정말 따르려느냐? 그러면 성문 밖으로 나오라!
(1974. 9. 『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