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관념의 노예?
신학을 전공한 사람은 교리에 대해서 무관심할 수 없다. 교리사는 성서의 해석이기도 하지만 교회의 자기 방위 또는 입장의 표명을 위해서 이루어진 흔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교리에 대한 정당한 처리가 없이 지나가 버릴 수 없다. 그런데 그리스도의 문가에 선 사람들에게 교리가 관념화되어 일보도 전진 못하는 것은 놀라운 현상이다.
나는 한 달 사이에 대구 계명대학, 서울여대, 이화여대 등에서 연속적인 집회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그런데 성서를 직접 삶과 관련시킬 때에는 쉽게 납득하다가도 질문에 들어가면 거의 80% 이상이 교리적인 질문에 쏠린다. 많은 청년들은 교회, 아니 그리스도교에 대해서 퍽 회의적이고 등한하다.
그런데 언젠지 모르게 교리적인데 사로잡혀서 거기에서 정지돼 있거나 또는 절대처럼 고수하고 있다. 그 교리가 당신에게 의미가 있느냐고 물으면 말이 없다. 나는 지금 내게 의미 없는 재고품 같은 것은 버려 버리라고 해도 좀체로 납득하려 하지 않는다. 삶과는 유리된 교리가 관념화되어 의식구조의 한 구석에 자리잡혀 화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건드리면 생동한다. 그런 것을 좀처럼 버리지 못한다. 그들이 그런 교리에서 풀려나게 하는 길은 역시 그 교리를 재해석해 주는 길밖에 없는 것 같다. 그것에서 풀어 놓이지 않고서는 다른 것이 받아지지 않는다. 그런 질문 중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으며, 이 질문은 많은 청년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예로 생각한다.
(196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