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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의 맥 1 |
구원에 이르는 길
(한국신학연구소)
우주의 품으로
—영원의 휴식
시편 8,3 이하
 

이 고대(古代) 시인은 밤하늘을 쳐다보면서 명상에 잠겼다. 쪽빛 하늘에는 달이 뜨고, 무수한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무한광대(無限廣大)한 우주의 크기와 신비에 도취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무한대로 뻗은 황홀한 광경에 도취됐다가 다시 정신을 차려 자기에게로 돌아왔을 때, 이 시인은 한없이 초라하고, 있으나마나 한 자신을 새삼 실감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달과 별들을 내가 보니 사람이 대체 무어냐?"(시 8,3-4)고 노래한다.

우리는 아직도 이 우주가 얼마나 큰 지를 상상도 못하고 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이 지구는 우주에 속해 있는 극히 작은 별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이같은 작은 지구 안에서도 내가 점유한 영역이란 광대한 우주에 비한다면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정도 밖에는 안 된다. 이같은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한없이 초라한 존재다.

또 시간이란 측면에서 볼 때 우리는 '하루살이'보다도 더 짧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존재다.

그런데도 그 공간,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아귀다툼만 계속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니체의 말처럼 '인간은 지구에 돋아난 종기(腫氣)와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에 동의하게 된다. 비록 우주 개발이라고 야단해야 겨우 달에 올라봤을 뿐인데, 이것은 우주의 광대함에 비한다면 지구에서 굵은 모래알을 넘고 우쭐대는 개미의 자기 도취 정도밖에 못된다.

그러나 반면에 인간을 개나 돼지 그리고 곤충들과 나아가서는 미생물과 자신을 비교해 볼 때, 인간은 끝없이 위대하게 보인다. 인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본 이 시인은 "인간은 영화와 존귀의 관을 쓰고 모든 만물을 다스릴 권리를 가진"(시편 8,5-6) 희열을 느낀 모양이다.

1. 파스칼의 중간존재 인식

역사적 현상을 한번 보자. 아무리 잘난 놈일지라도 이 역사가 흘러가는 추세를 막을 길이 없다. 영구한 듯 하던 장벽도 이 역사의 추세 앞에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공산주의의 문호개방도 역사 앞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요, 우리나라의 반공의 철문도 역사의 추세 앞에 굴복하여 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떤 이데올로기나 정책이거나 정권도 그다지 무서울 것이 없다. 그런 것들은 모두 역사의 추세에 곧 굴복하고야 말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것도 '영원'의 측면에서 보면 '순간'과도 같은 것으로서, 그 영역 안에 인간의 생명을 좌우하며 대권을 행사한다. 그렇게 보면 그것은 거의 절대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도를 바꾼다.

그래서 인간은 언제나 불안정하다. 지금을 지배하는 힘들을 절대시하고 그것에 충성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급변해서 반역자가 되기도 하고, 또 큰 안목에서 지금에 대해서 초월하면 현순간의 반역자가 되기 때문이다.

동구 어느 나라의 반체제작가이며 연출가 한 사람이 스탈린을 비판하는 작품을 상연하기로 결정했다. 이 정보를 들은 정보부 요원들이 연극이 시작되자 객석의 앞자리에 턱 버티고 앉아 예리하게 그 연극을 주시했다. 예상대로 이 연극은 스탈린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연극이 끝나자 밖으로 나타내지는 못하고 속으로 열광한 청중은 그의 운명을 걱정하고 무대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정보부 요원들은 예상대로 기민하게 드나들며 전화를 받고, 보내는 등 야단이다. 결국 현장 체포할 모양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정보 책임자가 등장하더니 그 연출가의 손을 번쩍들고 청중 앞에 나와서 '민족 영웅'이라는 칭호를 내세우며 이 작가를 위한 박수를 청중들에게 요청했다. 그것은 물론 연극이 아니었다. 그는 진짜 영웅훈장을 받은 것이다. 웬 변덕이냐? 이유는 간단했다. 방금 전파를 통해 스탈린을 비판, 격하하는 흐루시초프의 연설이 끝났기 때문이다.

하느님 품, 자연에 안겨 이 시인은 중심적 존재로서 교만에 빠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참한 데서 컴플렉스에 빠지지도 않는다. 왜? 그것은 시간이나 공간과의 관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에서 자기를 인식하지 않고 그 시간, 그 공간에서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이와 마주 서 있기 때문이다. 그 시인은 늘 무한광대한 하늘 자체에 빨려들어가지 않고, 그것을 통하여 그것을 만든 이의 손길을 보았다. 거기서 하느님의 솜씨를 보았다. 또 그 시인은 만물을 다스리고 있고, 그럴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도취하지도 않았다. 그러한 만물과 자기와의 관계 속에서 그렇게 되도록 한 하느님의 뜻을 읽었다. 즉 그 시인은 "주의 손으로 만든 것 안에서", 주의 뜻 안에 할 일을 주신 사실에 감격하고 있는 것이다(시편 8,6).

인간의 지혜에 스스로 자만하여 교만한 자연과학자도 있으나 오히려 우주의 신비에 놀라서 그것을 이끄는 한 의지 앞에 경탄해서 하나의 설교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아는 이로는 '바이젝커' 같은 세계적 물리학자가 그런 경우이다.

우리는 지금 남북협상의 성명을 듣고 들떠 있다. 금방 남북의 경계선이 열려 파라다이스라도 올듯이 앞당겨 축제분위기에 젖은 이들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국민 몰래 정권들이 오고가면서 무슨 꿍꿍이 짓을 해서 우리도 모르는 동안 대격변의 와중에 휘말려들지나 않을지 오히려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어느 것에도 가담할 수 없어 오히려 눈치만 보는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영구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역사의 추세 앞에서 어쩔 수 없다는 것과, 그 역사의 추세 속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끼기 때문에 그의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의 꼭두각시 이상이 아님을 인식해야만 한다. 반면에 인간에게 인간의 운명의 대권이 쥐어졌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 숙연한다. 그러나 그 대권 앞에 자만하지 않는 것은 그 앞에서 그것을 주는 이의 손길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이제 여름의 휴가를 앞두고 이 인위적 도시생활을 벗어나서 자연에 묻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많은 이들을 생각하면서 이 본문을 택했다. 휴가를 가지는 이들은 오늘의 본문에서 배울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선 이 서울을 떠나서 얼마만 가면, 이 '서울'이라는 분위기의 중압감에서 놓여날 것이다. 서울 안에 있을 때는 '서울'이라는 것이 절대처럼 군림했다. 그래서 서울을 떠나면 마치 산소마스크를 뗀 환자처럼 안절부절 못한다. 그러나 정작 서울을 떠나고 보면 그것은 하찮은 것으로, 아귀다툼하는 곳으로 보인다. 비행기로 외국을 향해 본 이는 안다. 이 작은 땅에서 복딱거리는 것이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 때문인가를!

서울 안에서는 한푼을 다투고, 매일의 신문과 라디오의 보도를 놓치면 뜬 눈이라도 뽑혀 버리기라도 한다는 듯이 긴장한다. 그러나 일단 서울을 떠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그런 것은 아랑곳 없이 우리를 안아주는 품이 있다. 10여 일 지나고 서울로 돌아오면 벌써 서울이 생소해진다. 그러나 자신이 서울을 비운 사이에 서울은 별 일도 없고, 그 10여 일을 내 생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별로 대수로울 것이 없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휴가 때에 라디오를 듣고 신문을 보는 놈은 가장 미련한 놈이라고 한다. 서울을 떠났으면 이 자연에, 그 넓은 바다, 그 숲 속에 깊이 묻혀보라!

자연, 하느님의 품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고뇌와 희열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가를 경험할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인위적인 권리의 세계, 정치 경제계의 엄숙성이란 얼마나 속물적인 때가 묻은 것인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쉽게 염세주의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순수자연을 보면 어쩐지 '나'는 없어지고 '죽음' 같은 것 '무'(無) 같은 것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러한 현실을 경험하기 싫어서―그것은 지루해서―지금의 삶을 연장시키거나 그저 향락에 빠져 모든 것을 잊으려고 한다.

자연 자체는 내게 휴식을 주지 못한다. 까닭은 그것은 인간을 양극(兩極)으로 몰아넣어서 오히려 초조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그러나 이 자연 속에서 그리고 자연 속에 서 있는 '나'에게서 정말 그것을 이끄는 한 뜻, 한 손길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참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한 밤, 저 하늘을 오래오래 쳐다봐라! 저 자연 속에 돋아난 초목과 거기 웅거하는 곤충들의 생태를 주목하라! 그것 그대로를 그 저 겸손히 보라! 거기서 어떤 잊었던 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참 휴가의 비결을 주님에게서 본다. 시간, 공간의 측면에서 볼 때 예수의 짧은 삶은 격동 그 자체이다. 그는 굶주림, 근심, 걱정으로 가득해야 할 자리에 서 있다.

그런데 들에 핀 꽃 한 송이, 하늘로 날으는 새 한 마리를 보고 하느님 아버지의 품과 사랑을 느끼고 보는 그 눈! 그 마음! 그것이 바로 동중정(動中靜)의 비결이 아닌가! 대결 속의 평화가 아닌가! 시간 속의 영원이 아닌가!

자식 잃은 아버지, 아버지를 버린 아들, 돈잃은 과부, 양잃은 목자, 싸움하다 재판하러 가는 두 사람, 씨 심는 농부와 새들, 포도원 주인과 고용인의 갈등, 잔치와 초대 손님, 왕과 신하, 가난한 자, 우는 자, 배곯은 자, 목마른 자와 뺏는 자들, 박해하는 자와 박해받는 자, 이러한 격동의 현실 속에서 비장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밟으면서도 깨어지지 않고 영원한 안식을 동시에 지닌 것은 바로 그 어떤 것에서나 그것 자체에 머물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들에서 영원한 품을 체감하기 때문이리라.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는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마태 11,28)고 하신 말씀이 때로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우리는 너무 피곤하다. 떠나거나 안떠나거나 이 영원한 휴식의 비결을 배우자!


| 성서의 맥 1 |
구원에 이르는 길
(한국신학연구소)
List of Articles
표지
 
제1부 절망 속의 희망
실락원 (창세 2-3장)
종주권과 민중의 투쟁 (창세 4, 1-16)
카인의 후예 (창세 4, 1-26)
아브라함과 종주권 (창세 16, 3-12)
종주권에 도전한 민중 야곱 (창세 25, 19-24)
야곱의 후예와 종주권 (창세 37, 1-11)
탈-향(脫-向)의 인간사 (창세 12, 1.7)
절망 속의 희망 (창세 22, 1-13)
   
제2부 지성소
바벨탑 (창세 11, 1-9)
의인 열 사람만 있어도 (창세 18, 22-33)
지성소(至聖所) (출애 3, 5)
나는 나다 (출애 3, 13-15)
탈향(脫向)의 기수 (출애 3, 7-10)
지평선 너머 (신명 32, 48-52)
   
제3부 최후의 소원
역사의 행렬 (신명 32, 48-52)
고대 이스라엘 종족 동맹 (사사 5, 1-8)
신앙고백과 역사 (신명 26, 5-9)
최후의 소원 (판관 16, 28-31)
믿음의 조상 (히브 11, 17-19)
히브리적 비극 (욥기, 23, 1-9)
민족사적 고백 (신명 26, 5-9)
   
제4부 남은자의 믿음
다윗 왕권의 죄 (삼상 8, 4-18)
불의의 온상 (삼상 12, 7-14)
절대 권력은 절대 악이다 (열상 11, 1-13)
바알 세력과의 투쟁 (열상 18, 17-24)
바알 (열상 19, 18)
남은 칠천 명 (19, 7-18)
민중의 손으로 통일되는 날 (아모 9, 11-15)
겨울은 가고 (에제 37장)
에제키엘이 무등산에서 절규한다 (에제 24, 6-8)
포로에서의 탈출 (이사 66, 1-8)
위정자와의 대결 (이사 7, 10-14)
   
제5부 새로운 존재
일상성과 비일상성 (루가 10, 38-42)
그래도 다시 낙원에로 환원시키지 않았다 (창세 3, 1-10)
새로운 인간상 (창세 12, 1-9)
믿음의 조상 (창세 22, 17-18)
두 사이 에 손을 얹을 판결자 (욥기 9, 25-35)
하느님으로부터의 도피 (시편 139편)
하느님의 웃음 (시편 2편)
잠과 신앙 (시편 127편)
교회란 무엇인가 (로마 8, 9-30)
인간을 말한다 (마르 12, 28-34)
존재 근거 (시편 42편)
우주의 품으로 (시편 8,3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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