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
오늘은 세진이가 분신자살한 1주기를 기념하기 위하여 여기 모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죽은 세진이에게 조의를 표명할 마음은 없습니다. 비록 세상의 모든 것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뒤집히는 일이 많아도 세진이가 나의 죽음을 생각하며 조의를 말하는 자리여야 제대로의 순서가 아니겠습니까? 나는 그의 죽음의 사건을 통해서 예수에게서 일어난 사건을 증언하려는 것뿐입니다.
세진이는 평범한 한 가정에 태어난 이름없는 학생일 뿐 그 개인이 특히 중요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에게서 일어난 사건은 엄청난 것입니다. 그 사건은 한 학생이 '죽었다'거나, '분신자살했다'거나 하는 말로 흘려버릴 수 있는 한 토막의 과거가 되어서는 안 되고, 그에게서 일어난 사건을 역사의 궤도에 그 자리를 찾아줌으로써 두고두고 우리 안에 살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 역사의 정신과 방향이 예수사건에서 잉태되었다고 보는 위치에서 예수사건과 세진이의 사건이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물으려고 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