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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5 |
민중과 성서
(한길사)
3. 하느님의 나라

끝으로 그 나라는 어떤 것이냐 하는 물음이다. 그런데 공관서에 전승된 예수의 말씀에서 직접 그 대답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까닭은 그는 그 나라의 도래 앞에서의 인간의 행위 또는 결단을 촉구했지 그 나라에 대한 사변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나라에 대한 여러 비유가 있기는 하지만 하나같이 그 나라 전체를 직접 이야기한 것은 없다. 이것이 묵시문학파의 종말론과 다른 점이다. 그러므로 이런 관심을 추구하려면 다각도로 간접적인 자료를 찾아 접근하는 길밖에 없다. 가령 하느님 나라가 예수의 행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전제할 때 예수의 행태에서 그 나라를 추리해보는 것 등이 그중 하나의 가능성이다. 이 글에서는 그런 시도는 불가능하고, 단지 루가복음 기자가 제시한 한 항목을 제시하는 것으로 그치려고 한다.

루가가 제시한 것은 저 유명한 예수의 선언이다. 그것은 구약을 인용한 것으로 요는 자기는 가난한 자에게 기쁨을, 포로된 자에게 해방을, 눈먼 자에게 빛을, 눌린 자에게 석방을 이루기 위해서 세상에 보냄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도 그 나라 도래 전야에 처리되어야 할 일이라고 볼 수 있고, 그것이 곧 그 나라의 프로그램 자체는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이 그 나라의 현실과 무관하리라는 단정도 불가능하다. 그 나라가 정말 임하는 것(comming)이라면 어떻게든 역사적 형태를 떨 것이며, 이 역사의 과정에 개입해 들어올 것임이 틀림없는 한, 그 나라는 우리의 기대와 완전히 단절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전제에서 예수의 선언에서의 마지막 말은 비중이 크다. 그것은 "주의 은혜의 해 선포"라는 말이다.

루가에서는 마르코(마태오도)에서 가장 중요한, 예수의 설교가 집약된 "하느님 나라가 임박했다……"는 구절을 뺐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라고 보았을 때, 루가만이 고유하게 사용한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기 위해 왔다는 예수의 말씀은 주목할 만하다. 단적으로 말해서 루가는 그 나라를 바로 '은혜의 해'로 대치시키지 않았나하는 것이다. 만일 그런 짐작이 사실이라고 하면, 이 대치된 표현은 우리에게 중요한 열쇠를 던져주는 셈이다.

'은혜의 해'란 다름 아닌 희년을 말하는 것이다. 희년이란 단순히 기쁜 날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 프로그램을 실현하는 해이다. 그 프로그램은 모든 것의 원상회복이라는 것이 중추적인 정신으로 되어 있다. 즉 노예 해방, 포로 석방, 빚에서의 해방, 편중된 토지의 재분 배, 심지어는 자연(土地)의 회복을 위해서 그 경작을 금지할 정도로 역사가 흐름에 따라 인위적으로 축적된 일체의 비리와 악순환의 요소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서 원상복귀시키자는 것이다.

이것이 구약에 이미 제정된 제도였다. 그러나 그것이 제대로 실현된 일이 없다. 그 까닭은 언제나 가진 자, 강자들이 기득권을 고집하여 그것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는 악순환을 계속했으며 가난한 자는 점점 더 가난해지고, 악한 자는 점점 더 교활해지기만 했다. 이런 긴 한의 역사에 지친 민간 속에서 메시아 대망의 싹이 터서 점점 강렬해졌다. 그 대망이 행동으로 옮겨지거나 그 메시아에 의해서 이루어질 그 나라에 대한 사변이 날로 발달했다. 전자는 민중에게서, 후자는 지식층에게서 발달했다. 그 메시아는 처음에는 패왕적 인간이었다. 그러나 기존세력이 강할수록 문제가 복잡해짐에 따라서 절대능력이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메시아는 점차 산격화되었다. 그래야만 기존의 부조리를 깨끗이 청산하고 "정의가 강같이 흐르는 세상"(아모 5, 24)을 구현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루가는 바로 예수가 이러한 메시아라고 본 것이다. 그리고 그 나라도 예수가 온 목적과 무관하다고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면 예수가 자기의 사명을 제시한 내용이 그 나라의 성격과 완전히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나라를 기존의 어떤 것과 함부로 일치시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우상으로 전락하기 쉽다. 그러므로 그 나라는 유토피아와는 엄격히 구별해야 할 것이다.


| 안병무전집5 |
민중과 성서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예수의 민중사건 : 『민중과 성서』를 내면서
   
제1부 복음서와 민중
   
예수와 민중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전제
    2. 마르코복음 안의 오클로스
    3. 마르코복음에 나타난 오클로스의 성격
        1) 오클로스의 성격
        2) 오클로스에 대한 예수의 행태
        3) 종합
    4. 예수를 따른 자들
    5. 마르코복음 안에 있는 어록
    6. 오클로스의 언어학적 의미
        1) 라오스와 오클로스
        2) 오클로스와 암 하 아레츠
    7. 종합
마르코복음에서 본 역사의 주체
    1. 전제
    2. 마르코의 삶의 자리
    3. 마르코의 민중신학의 기조
        1)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14a절)
        2) 갈릴래아로 가다
        3) 하느님 나라의 도래 선포
    4. 민중의 행태
예수사건의 전승 모체
    1. 문제 제기
    2. 케리그마의 성격
        1) 고린토전서 15장 3~8절
        2) 필립비서 2장 6~11절
        3) 사도행전에 나타난 케리그마
    3. 민중언어의 성격
    4. 수난사
    5. 예수의 행태 일반
        1) 기적 이야기와 예수의 행태
        2) 아포프테그마와 예수의 행태
        3) 로기온(Logion, 어록)과 예수의 행태
    6. 결론
가난한 자 : 루가의 민중 이해
    1. 가난한 자
        1) 통계적 고찰
        2) 루가의 특수자료
        3) 예수의 탄생설화와 나자렛 선언
        4) 마르코와 Q자료
    2. 루가복음서의 청중
    3. 결론
마태오의 민중적 민족주의
    1. 문제 제기
        1) 마태오의 신학적 주제에 대한 논의들
        2) 문제 제기
    2. 마태오가 처한 현실
        1) 마태오와 그의 시기
        2) 민족적 와해 위기
    3. 마태오의 현실인식
        1) 이스라엘 : 길 잃은 양들
        2) 길 잃은 양이 놓여 있는 현실
    4. 민족동일성 재확립
        1) 뿌리 찾기
        2) 바리사이파가 주도하는 라삐 유다교와의 대결
    5. 마태오의 민중 이해
        1) 언어적 성격
        2) 의식화된 민중
    6. 맺는 말
민중신학의 성서적 근거 : 마르코복음을 중심으로
    1. 예수사건의 재발견
    2. 마르코복음과 민중
    3. 민중은 수단이 아니다
    4. 민중은 객체일 수 없다
    5. 십자가는 민중수난의 극치다
민중신학의 어제와 오늘
    1. 독재와 대항하므로
    2. 민중을 만나므로
    3. 민중과 더불어
   
제2부 민중운동사
   
민중사건과 언어사건
    1. 성서에서 본 말의 성격
        1) 그 말의 현장은 어떤 것이었나
        2) 예수의 경우
        3) 예수사건에 관한 전승
        4) 오순절의 말 사건
    2. 무엇으로 말하는 것인가
    3. 해야 할 말은 무엇인가
    4. 우리가 해야 할 말
미래는 가난한 자의 것 : 루가 6장 20~26절
    1. 축복과 저주
    2. 가난한 자와 부요한 자
    3. ‘지금’과 ‘장차’
    4. 우리의 선택
나라가 임하옵소서
    1. 예수의 기도
    2. 그의 기도를 전달받은 자들
    3. 하느님의 나라
고향 잃은 민중
    1. 피난민
    2. 성서에서 본 피난민문제
    3. 게르(GER) 문제 해결의 시도
    4. 이방인에 대한 관용의 한계
    5. 당면한 과제
        1 ) 새로운 인식을 위한 운동
        2) 실천에 대한 몇 가지 제언
이스라엘 민중사
    1. 머리말
    2. 출애굽
    3. 고대 이스라엘 종족동맹
    4. 민중을 배반하고 세워진 왕권
    5. 분단시대의 고난
    6. 민중운동의 여러 계열
    7. 예수의 민중운동
    8. 맺는 말
   
제3부 민중과 체제
   
민중사실의 증언
    1. 민중신학의 전제들
    2. 민중사실의 증언
고난과 고백
    1. 수난자와의 일치
    2. 마르코의 민중
    3. 수난사와 고난
    4. 더불어의 고난
    5. 맺는 말
갈릴래아 민중에 항복한 바울로
    1. 바울로의 위치
    2. 사울은 어떤 사람인가
    3. 그리스도교 박해
    4. 예수를 만남
    5. 전향
    6. 맺는 말
소명(召命)
    1. 바울로의 소명
    2. 사도 됨과 소명
    3. 이방인에게로
바울로와 역사의 예수 I
    1. 머리말
    2. 예수에 대한 바울로의 말
    3. 예수냐 바울로냐
    4. 왜 예수가 아니고 케리그마인가
선택받은 민중: 고린토전서 1장 26~31절
    1. 고린토교회 구성원의 사회계층
    2. 공동체원의 가치 판단 기준
    3. 민중을 보는 눈
    4. 택함을 받은 민중
   
제4부 예수의 희망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낙원 이야기
    2. 아담一인간
    3. 실락원은 공을 사유화함으로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마르코 16장 1~8절
    1. 제3의 자리
    2. 갈릴래아
    3. 갈릴래아에서 만나자
예수의 희망
    1. 새 세계에의 희망
    2. 희망과 세계혁명
    3. 바른 인간공동체의 희망
    4. 맺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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