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은 이스라엘 민족사이기도 하다. 저들은 한 민족으로 형성되는 기점을 출애굽으로 삼는다. 그런 의미에서 저들은 출애굽의 원인이 되는 야곱을 저들의 조상으로 삼는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야곱을 '이스라엘'이라고 부른다. 한편 아브라함을 그들의 조상으로 삼는 갈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분히 야곱의 역사에서 소급된 인위적인 부분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저들은 "제 선조는 떠돌며 사는 아랍인이었습니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을 거느리고 에집트로 내려가서 거기서 몸붙이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강대한 민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에집트인들은 우리를 억누르고 괴롭혔습니다"(신명 26, 5 이하)로 시작되는 민족사적 고백에서 저들의 출애굽 사실을 밝힌다. 이러한 고백이 구약성서 전체에서 계속 반복되는데, 저들은 절기 때마다 이렇게 고백함으로써 저들의 민족의식을 계승해 왔던 것이다.
에집트제국 밑에서 소수집단으로 노예와 같이 착취당하는 계급으로 있던 저들이 마침내 이 제국과 대결했다. 에집트는 신정제국으로서 그 왕을 신격화하여 창조신인 호루스(Horus)의 화신으로 파라오(Pharao)라고 명명하고, 주변국 침략에 몰두하였다. 한편 이 제국 안에서 착취당하는, 가장 밑바닥에서 노예생활을 하는 계층을 '합비루'(그것은 민족의 이름이 아니라 계층을 뜻한다)라고 했는데 바로 이 합비루의 일부가 이 제국과 싸우다가 마침내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주독립을 위해 탈출한 것이 출애굽사건이다(성서에는 '히브리'로 표기되어 있다).
이 민중이 앞에 내세운 자가 바로 모세라는 사람이었다. 땅이 없는 합비루, 탈출은 했으나 정착지를 갖지 못한 합비루, 그러므로 저들은 오랫동안 정처없이 방황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은 처음부터 가나안이란 일정한 땅을 자신들의 정착지로 정하고 출발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지금의 팔레스틴인 가나안은 에집트에서 도보로 며칠 거리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지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40년의 광야생활이 다양하게 묘사된 것을 보면 그런 전제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40년 광야생활은 이 민중(합비루)이 하나의 민족으로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광야생활 40년에는 많은 파란곡절이 있었고 내적 분열과 밖으로는 다른 부족의 공격에 의한 투쟁도 있었고 굶주림과 집 없는 고통에 시달렸으나 그런 난관을 거치면서 저들은 공동체의식을 심화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저들 사상의 중심을 아룬 야훼의 신앙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저들이 어느 때부터인가 야훼를 상징하는 '법궤'를 앞세웠다는 것은 저들이 한 극점을 가짐으로 하나의 질서를 가진 민족적 공동체가 되었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