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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4 |
예수의 이야기
(한길사)
제3부
성서해석권은 민중에게
성서해석권은 민중에게
1. 한 책에 대한 두가지 이름

우리는 한 책을 두고 '성경'(聖經)이라고도 하고 '성서'(聖書)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이 책이 선교사들을 통해 들어왔을 때, '성경'이라 부른 이래로 아직도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에 미련을 가지는 분들은 '성경'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 말에 대해서 반성을 한 결과로 '성서'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히브리의 구약은 원래 단순히 '책'(biblia)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리고 영어권에서는 이것을 그대로 'bible'이라는 말하나로 통용하는데, 서구 전체가 그러합니다. 단지 그 말 위에 '거룩한'(holy)이라는 형용사를 덧붙여 다른 책과 구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가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이 책을 성경이라고 이름지었습니다. 동양에서는 책 뒤에 '경'(經)이라는 글자를 붙여 그 책의 위상(位相)을 높였습니다. 불교의 많은 저서들이 공적(公的)으로 인정받으면서 경이라는 말을 붙였고, 중국의 고전(古典)에도 그런 것들이 있는데, 삼경(三經) 또는 오경(五經)이 바로 그것입니다. 보통 사서삼경(四書三經)이라 할 때 논어를 위시한 맹자, 중용, 대학 등은 '서'(書)라고 하는 반면 그보다 고전은 '경'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이것들을 단순히 '7권의 책들'이라고 하지 않고 '서'니 '경'이니 하는 것은 각각의 책들이 지닌 위상의 차이를 나타낸 것입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처음부터 '성서'라고 불렀습니다. 일본은 모름지기 불교가 완전히 지배하는 사회였기 때문에 그것과 구별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서 일본과는 다른 입장에서 '경'이란 말을 피하고 '서'를 채택하는 교파나 개인도 많습니다.

또한 '경전'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경'이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경전'이라고 하면 우선 그 권위가 절대에 가깝습니다.그냥 '책'이라고 하면 누가 읽어도 좋고 거부해도 상관없으나, '경전'이라고 하면 '그 책을 만인(萬人)이 삶의 척도로 삼아야하고, 그뜻에 복종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며 또 그렇게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이것은 마치 법전(法典)이라고 부르는 법(法)의 해설서와 기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니는 것과 같습니다.

서구 그리스도교에서는 경전에 해당되는 말로 '카논'(canon)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카논'이란 희랍어의 '표준', '규정' 또는 '먹자'와 같은 뜻입니다. 목수들이 나무에다 어떤 모양을 그릴 때 먹 묻은 줄을 치는 것이 먹자입니다.

성서가 카논화되는 시기에 그리스도교의 성격도 변질하였습니다. 성서는 4세기에 이르러 비로소 카논화됐습니다. 카논화를 추진한 주체는 물론 교회이며 교회 성격의 변천과 카논화과정이 병행됐습니다. 맨 처음에는 이런저런 동기로 여러 곳에 흩어진 그리스도인들이 그 나름대로의 크고 작은 공동체를 형성했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구약만 경전으로 인정했습니다.

구약 외에 그들에게 예수의 사건이 파급된 것은 구전(口傳)이었습니다. 또한 교회 지도자들은(그중에는 예수와 더불어 살거나 어떤 사건의 목격자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들의 목격담이나 전해 둘은 얘기를 증언하거나 그들이 알고 있는 예수의 사건을 바탕으로 공동체 회원들의 현장에 부합되는 설교를 했습니다. 이런 구전시대가 적어도 30여 년이 계속됐습니다.

그러한 구전시대에 사람들 앞에 드러내놓고 증언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습니다. 첫째로 이들의 동향을 주목하는 감시자의 눈이 있었습니다. 로마제국이 팔레스틴을 지배하는 총독의 입석하에 예수를 반란자로서 십자가에 처형했습니다. 그런데 그 예수가 부활했다고 주장하고 그 세가 날로 증가일로에 있었으니 저들이 감시하는 데 게을리했을 까닭이 없습니다. 둘째는 로마제국에 예수의 운동을 고발했거나 이에 동조했으며 유다교의 권위를 추락시켰다고 믿고 있는 유다교 지도층의 부단한 감시가 그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적으로나 조직상으로 미약한 새로운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공적으로 설교를 하려 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제시대나 독재체제 밑에서 익히 체험한 것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손에까지 전해진, 초기에 씌어진 글들은 모두 편지형식인데, 그 안에는 아직도 그들의 뇌리에 생생한 예수의 민중 운동이나 처형사건을 언급하지 않고 벌써 예수사건의 교리화와 공동체원들의 생활강령을 제시하는 데 그쳤습니다. 또 예수사건을 기록한 단편들 그리고 그의 말씀만 비망록처럼 모은 것도 유포됐습니다. 그러나 아직 각 그리스도교회가 유기적으로 결집되지 못했고, 또 소통이 어려운 때였으므로 그런 것들이 골고루 퍼질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종이는 물론 없고, 갈대잎을 엮거나 짐승가죽을 익혀 종이를 대신했기에 그 부피가 무척 커서 웬만한 것은 지고 다녀야 했고 또 그런 것들을 사본으로 만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각 교회마다 입수된 것이 모두 같을 리가 없습니다. 또 어느 누구도 어느 문서에 절대권위를 내세우지 못하는 처지인지라 교회마다 입수된 것들을 취사선택했을 것이며 또 경중(輕重)을 가르는 평가도 달랐을 것입니다.

1세기말쯤부터 개개의 교회가 '하나의 교회'를 이루려는 운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즉 교회들을 하나의 유기체로 묶는 운동입니다. 그것을 공교회화(公敎會化, katholic)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로 묶는 데는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예수가 중심이지요. 그러나 문제는 예수가 이미 생존하고 있지 않기에 예수를 증거하는 통일된 문서가 필요했습니다. 복음서 중에서 루가, 마태오 그리고 요한 등은 주후 90~100년 사이에 씌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들 외에도 예수에 관한 여러 가지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런 증거를 우리는 루가복음서의 서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가운데서 일어난 많은 사건에 대하여 여러 사람이 글을 썼는데, 그들은 처음부터 그 사건들을 목격하고 말씀을 위하여 몸바쳐 일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대로 썼습니다."

그 사건들이란 바로 예수를 통해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또한 그것에 대해 쓴 사람들은 '목격자'라는 것입니다.

루가의 내용으로 보면 그가 마르코복음과 예수의 어록(Q)집을 갖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마르코서의 저자는 직접 목격자는 아닙니다. 그 외에도 '그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전승이 여럿 있었을 텐데 우리에게는 전승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당시로서는 어느 것을 정본(正本)으로 인정하느냐도 큰 문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였습니다. 그러므로 여러 문서들을 선정해서 경전으로 받아들이는 일과 '하나의 교회'를 만드는 것은 떼어놓을 수 없는 과제였습니다. 여기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따랐습니다.

여러 선각자들이 개인적으로 그때 유포되던 복음서들을 위시해서 바울로의 편지들과 그외의 서신들을 어떤 기준을 세우고 가려내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2세기 말엽에야 비로소 지금의 사복음서가 결정되었습니다. 우리들이 이미 보다시피 이 사복음서들은 각각 차이점들과 특색을 가지고 있는 독립된 책들입니다. 그래서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이 많고 같은 내용에도 각기 다른 결론을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내용은 일치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내용은 고유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참으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차이점들과 독립적인 내용, 중복된 내용들을 엮어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려는 시도들이 있어왔습니다.

그 차이점들을 보완하면서 하나의 책으로 만들려고 시도한 이들 중의 한 사람이 타티안(Tatian)인데, 그가 종합한 책을 『디아데사론』(Diatessaron)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처음 경전제정을 시도한 사람은 타티안이 아니라 마르시온(Marcion)이라는 사람입니다. 마르시온은 복음서 중 루가만을 인정하고 바울로의 이름으로 된 서신 10개와 함께 경전이라고 하고, 구약은 전적으로 배격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교회에서 수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은 로마교회에 의해 파문을 당했습니다.

그후 많은 교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던 오리게네스(Origenes)가 친히 여러 지방을 순방하면서 문헌들을 조사하여 경전 선정의 기준을 제공했는데, 2세기말에 와서 마태오복음, 루가복음, 마르코복음, 요한복음, 사도행전, 바울의 편지들과 베드로전서와 요한1서를 경전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후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Clement), 유세비우스(Jusebius) 등이 노력한 결실을 바탕으로 360년에 라오디게아회의에서 구약 39권과 산약 26권을 경전으로 선언했습니다. 그 선언에서 계속 배제돼 오던 묵시록이 제외되었다가 그후 칼티지회의(397년)에서 묵시록까지 받아들이기로 결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어거스틴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전으로 인정되고 받아들인 지역은 물론 교회의 권위가 인정되는 지역에 국한되었습니다. 시리아 지방이나 동방 지역은 이 결정에 따르지 않고 맨 처음 경전 결정을 시도한 마르시온파도 이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후에도 교권(敎權)이 약화될 때마다 경전 구성에는 약간씩 이론(異論)이 있었습니다만, 애당초부터 경전화에는 민중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가 없었고, 교권의 주관(主觀)에 의해 결정됐습니다. 그뿐 아니라 경전화되면서 그 해석권도 거의 자동적으로 교권이 독점하게 된 것입니다.


| 안병무전집4 |
예수의 이야기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제1부 민중의 언어, 이야기
   
1. 성서라는 책의 성격
2. 성서의 서술양식
    1) 구약성서
    2) 신약성서
    3) 민중언어
   
제2부 예수의 이야기(비유)
   
1. 만성병에 걸린 세대
    1)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2) 이 때를 모르는 세대
    3) 악마가 악마라는 죄목으로 박해하는 세상
    4) 어둠에서 썩어가는 세대
2. 잃어버린 자를 찾아서
    1) 목동과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
    2) 잃은 돈 찾은 여인
    3) 돌아온 아들의 아버지
3. 가치의 전도
    1) 누가 ‘그’의 이웃이냐?
    2) 오! 하느님!
    3) 부자의 돈과 과부의 돈
    4) 말만 하는 자와 실천하는 자
    5) 자신을 철저히 비운(空) 자
4. 집요한 투쟁(간구)
    1)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2) 닫힌 문
    3) 빚진 자의 엉뚱한 마무리
    4) 한 과부의 투쟁
    5) 친구를 위한 투쟁
5. 심판
    1) 공존의 때와 심판의 때
    2) 그물 안에 든 고기
    3) 심판과 맡은 분깃
    4) 심판과 대비
    5) 너무도 어리석은 부자
    6) 한 부자와 거지
    7) 뜻밖의 심판의 기준
    8) 심판은 바로 관용의 한계
    9) 이미 문이 영원히 닫혔을 때
6. 하느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
    1) 제 손으로 심은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하는 농
    2) 겨자씨 이야기
    3) 조용한 혁명(누룩의 이야기)
    4) 그만이 아는 숨겨진 보화
    5) 한 장사꾼의 모험
    6) 해방의 기쁨
    7) 밥상공동체
    8) 손익계산이 없는 세계
    9) 절망과 희망(씨 뿌리는 농부)
   
제3부 성서해석권은 민중에게
   
1. 한 책에 대한 두 가지 이름
2. 성서의 열쇠는 주머니 속에
3. 성서의 전승을 위한 노력들
4. 종교개혁시대와 성서해석
5. 다시 빼앗긴 성서해석의 권리
6. 성서해석권을 되찾으려는 평신도운동
7. 성서의 전승모체
8. 신약성서 성립
    1) 민중과 '지도층'의 상충
    2) 마르코복음의 성립
9. 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주인
   
제4부 역사의 예수
   
1. 역사의 예수
    1) 역사의 예수 추구
    2) 자료
2. 예수의 시대상
    1) 정치적 상황
    2) 유다 사회상
3. 공생애의 출발
    1) 세례자 요한
    2)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
    3) 갈릴래아로
4. 갈릴래아의 예수
    1) 민중과 더불어
    2) 제자 선택
    3) 예수의 시선이 머문 대상
    4) 자유를 위한 투쟁
    5) 하느님 나라의 선포
5. 예루살렘의 예수
    1) 예루살렘
    2) 예루살렘행
    3) 예루살렘 입성
    4) 죽음의 전야
    5) 심문과 처형
6.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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