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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4 |
예수의 이야기
(한길사)
8. 신약성서 성립

신약은 주후 50년대에서 120년 사이에 성립된 문서로서 구약보다는 그 전승과정이 훨씬 단순합니다. 구약은 민중의 갈망을 반영하는 신(神)이 중심이면서도 그 주제와 관심이 다양하고 또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된 것임에 비해, 신약의 주제는 한 초점에 맞추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의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여러 저자에 의해 씌어진 글들이 모아졌어도 예수를 중심으로 한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약 역시 그 시대적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책들마다 그 시대의 사조에 도전하거나 타협한 흔적이 농후하며, 전승주체에 따라 예수에 대한 해석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졌습니다. 앞에서 거듭 말해 온 대로 마르턴 루터는 신약해석의 '사도적 권위'를 기준으로 내세웠으나 예수와 더불어 행동한 이른바 사도들의 글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만 그들을 따른 자들은 각기의 그룹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양적으로 가장 많은 것은 바울로의 편지들입니다. 초기에는 13개까지를 그의 편지로 알고 있었으나, 많은 비판적 과정을 거쳐서 그의 편지는 일곱 개뿐이라는 것이 정설(定說)로 되었습니다. 그 외에 바울로의 이름으로 된 짧은 편지들은 바울로의 영향을 받은 교회의 지도자들이 그 글의 권위를 위해서 바울로의 이름을 빌린 것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바울로의 이름으로 된 2차적인 편지들을 편의상 '제2바울로서'라고 부릅니다. 히브리서마저도 내용에는 바울로의 이름이 단 한 번도 적혀 있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바울로의 편지로 간주된 것으로 보아, 비록 초기에 그의 편지들을 경전에 포함하는 문제에 대해 시비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찍부터 상당한 무게를 가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야고보서는 묵시록과 더불어 오래도록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경전 속에 포함된 후에도 늘 냉대를 받았습니다. 가령 루터는 야고보서를 지푸라기 같은 글이라고 격하했으며 묵시록은 경전으로서는 거부하지 않았으나, 자주 그의 신약목록에서 제외해버리거나 아예 묵살해버리는 것으로 그 책을 노골적으로 경시하거나 경계했습니다.

바울로의 편지로 공인된 것들은 그 내용이 하나같이 그리스도교리를 확립하는 부분과 그리스도인의 생활규범을 틀잡아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기이한 것은 바울로가 역사의 예수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집요한 반(反)율법론을 전개할 때에도 또 구약을 유다교와 전혀 다르게 해석할 때도 예수의 권위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그의 입장이 바로 예수의 입장이라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예수의 생애에 대해서는 거의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는 갈릴래아의 생활이라든지, 민중과 더불어 살면서 그들의 고통과 애환에 참여한 얘기라든지, 심지어는 왜 그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체포처형됐는지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예수 때문에 그의 생애에 일대 전환을 가져왔고 예수에게서 일어난 사건을 선포하는 것을 사명으로 안 그가 왜 그렇게 침묵했을까요?

침묵할 수밖에 없을 만큼 어떤 강력한 압력을 받고 있어서였을까요? 아니면 어떤 특수한 목적을 관철하는 데 역사의 예수에 대한 이야기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기피한 것일까요? 하여간 바울로는 복음서들이 전하는 내용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내용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른바 제2바울로 서신을 위시해 베드로의 이름으로 된 편지들, 요한의 이름으로 된 편지들, 그외에도 묵시록에 이르기까지 주후 100년 전후에 씌어졌다고 추측되는 글들도 그 성격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커다란 의구심을 갖게 된 사람들은 바울로를 기점으로 갈릴래아 예수와 상관없는 새로운 그리스도교를 창시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생기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된 데는 깊은 연구를 통한 긴 설명이 필요하지만 우선 몇 가지 이유를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아직도 역사의 예수의 사실을 목격한 1세대의 생존자들이 엄존했고 독자들의 기억에도 생생히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을 또다시 서술할 필요가 없었다.

둘째, 그리스도교인들이 이미 대부분 팔레스틴에서 쫓겨나, 헬레니즘을 위시한 여러 종교와 그 사조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기 정체를 스스로 다질 뿐 아니라 세상에 바로 알리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셋째, 아직도 예수를 처형한 로마제국이 위세등등한 시대였고, 그들과 야합하여 예수를 처형한 유다교의 지도층이 엄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反)체제적이거나 로마와 충돌하는 역사적 사실은 되도록 피하고, 그 의미만을 해석함으로써 비역사화하기 위해서이다.

끝으로 그리스도교가 완전히 새로운 종교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유다교 틀 안에서 자기 위치를 설정하려는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유다교 중의 한 분파이면서도 유다교가 아니라는 교리적 설명에 급급하여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는 등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주장들은 일면 타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보다는 신약전승 과정을 더듬으면 그 대답은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 안병무전집4 |
예수의 이야기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예수는 논하지 않았다
   
제1부 민중의 언어, 이야기
   
1. 성서라는 책의 성격
2. 성서의 서술양식
    1) 구약성서
    2) 신약성서
    3) 민중언어
   
제2부 예수의 이야기(비유)
   
1. 만성병에 걸린 세대
    1)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2) 이 때를 모르는 세대
    3) 악마가 악마라는 죄목으로 박해하는 세상
    4) 어둠에서 썩어가는 세대
2. 잃어버린 자를 찾아서
    1) 목동과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
    2) 잃은 돈 찾은 여인
    3) 돌아온 아들의 아버지
3. 가치의 전도
    1) 누가 ‘그’의 이웃이냐?
    2) 오! 하느님!
    3) 부자의 돈과 과부의 돈
    4) 말만 하는 자와 실천하는 자
    5) 자신을 철저히 비운(空) 자
4. 집요한 투쟁(간구)
    1)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2) 닫힌 문
    3) 빚진 자의 엉뚱한 마무리
    4) 한 과부의 투쟁
    5) 친구를 위한 투쟁
5. 심판
    1) 공존의 때와 심판의 때
    2) 그물 안에 든 고기
    3) 심판과 맡은 분깃
    4) 심판과 대비
    5) 너무도 어리석은 부자
    6) 한 부자와 거지
    7) 뜻밖의 심판의 기준
    8) 심판은 바로 관용의 한계
    9) 이미 문이 영원히 닫혔을 때
6. 하느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
    1) 제 손으로 심은 씨가 어떻게 자라는지 알지 못하는 농
    2) 겨자씨 이야기
    3) 조용한 혁명(누룩의 이야기)
    4) 그만이 아는 숨겨진 보화
    5) 한 장사꾼의 모험
    6) 해방의 기쁨
    7) 밥상공동체
    8) 손익계산이 없는 세계
    9) 절망과 희망(씨 뿌리는 농부)
   
제3부 성서해석권은 민중에게
   
1. 한 책에 대한 두 가지 이름
2. 성서의 열쇠는 주머니 속에
3. 성서의 전승을 위한 노력들
4. 종교개혁시대와 성서해석
5. 다시 빼앗긴 성서해석의 권리
6. 성서해석권을 되찾으려는 평신도운동
7. 성서의 전승모체
8. 신약성서 성립
    1) 민중과 '지도층'의 상충
    2) 마르코복음의 성립
9. 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주인
   
제4부 역사의 예수
   
1. 역사의 예수
    1) 역사의 예수 추구
    2) 자료
2. 예수의 시대상
    1) 정치적 상황
    2) 유다 사회상
3. 공생애의 출발
    1) 세례자 요한
    2) 세례자 요한이 잡힌 후
    3) 갈릴래아로
4. 갈릴래아의 예수
    1) 민중과 더불어
    2) 제자 선택
    3) 예수의 시선이 머문 대상
    4) 자유를 위한 투쟁
    5) 하느님 나라의 선포
5. 예루살렘의 예수
    1) 예루살렘
    2) 예루살렘행
    3) 예루살렘 입성
    4) 죽음의 전야
    5) 심문과 처형
6. 그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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