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은 일명 다윗의 왕도이다. 그것은 다윗에 의해 왕도가 되었고 그후 다윗왕조의 중심일 뿐 아니라 유다사의 중심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후부터 유다인은 모든 것을 예루살렘 중심으로 사고했다.
다윗은 유다 민족의 왕권을 확립한 위인이다. 그의 '위업'의 상징 이 바로 예루살렘인 것이다. 다윗 이전에 사울이 처음 왕권을 수립할 때 이에 대한 반론이 사무엘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왕이 너희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알려주겠다. 그는 너희 아들들을 데려다가 병거대나 기마대의 일을 시키고 병거 앞에서 달리게 할 것이다. 천인 대장이나 오십인 대장을 시키기도 하고 그의 밭을 갈리거나 추수를 하게 할 것이며 보병의 무기와 기병의 장비를 만들게 할 것이다. 너희 딸들을 데려다가 향료를 만들게도 하고 요리나 과자를 굽는 일도 시킬 것이다. 너희의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밭에서 좋은 것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줄 것이며 곡식과 포도에서 10분의 1세를 걷어 자기 내시와 신하들에게 줄 것이다. 그때에 가서야 너희는 너희들이 스스로 뽑아 세운 왕에게 등을 돌리고 울부짖겠지만, 그날에 야훼께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다(삼상 8, 10).
이것은 왕권 통치의 적나라한 현실을 경고한 것이다. 그러나 가나안 땅에 많은 왕국이 있어 거듭 침해받고 있는 이스라엘민은 그 길을 선택했다. 사울이 바로 그 첫 왕으로 선택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양식은 사사들의 통치방법에서 진일보한 것일 뿐, 완벽한 왕조라고 할 수 없었다.
이에 유다 지방 출신 다윗이라는 무인(武人)이 게릴라부대를 구성하여 산굴을 거점으로 세력을 구축하여(삼상 22, 1~2) 사울의 왕국인 이스라엘에도 고용이 되고 이스라엘의 숙적 불레셋에 고용되기도(삼상 27장) 하면서 약탈을 일삼다가(삼상 27, 8~11ᆞ25) 마침내 유다 지방에서 왕권을 수립하고(삼하 2, 4) 계속 사울왕조와 싸웠다. 사울이 죽은 후에도 계속 싸우다가(삼하 3, 1) 이스라엘의 반역자를 유인해서 암살하고 강제로 이스라엘을 통일함과 동시에 여부스족의 성 예루살렘을 강탈하여 사유지로 만들고, 그곳에 웅장한 궁전을 세웠다.
그는 그의 왕조의 이념으로 삼기 위해 출애굽 당시의 인도하는 야훼의 상징인 법궤를 이 성에 안치하여 정치와 종교를 한 손에 장악하고 통일국가를 다스리는 장소로 삼은 것이다.
그로부터 예루살렘은 다윗왕조의 상징일 뿐 아니라 왕권적 사고의 터전이 되었다. 이 사고는 다윗을 미화했고, 후대에 국권을 남에게 빼앗겼을 때 예루살렘 회복과 다윗왕조 재건이 바로 나라를 찾는 상징이 되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국권뿐 아니라 하느님의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올 메시아의 통치 중심지로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사고가 예수가 메시아라면 다윗의 후예여야 한다는 신념으로까지 점화되었다.
그러나 예루살렘 중심주의는 예루살렘에 성전을 세움으로써 야훼 신앙에 근본적 변질을 가져오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했다. 야훼는 '히브리'를 해방시킨 광야의 하느님이다. 그는 천지를 창조하고 역사를 지배하는 이로서 어디나 그의 임재의 장(場)이요 통치영역이었다. 그런데 예루살렘 성전을 절대화한 나머지 뜻밖의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은 야훼가 사실상 성전(예루살렘)에만 임재하는 제약받은 신이 된 것이다. 극단의 표현을 쓴다면, 하느님이 정권에 감금된 셈이고, 사제계층의 전유물이 된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지역에 흩어진 유다인은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 축제에 참여해야 했다. 그것은 순례라는 전통으로 이어지고 그 순례를 위해서 사람들은 재산을 날리고, 그로 인해서 인간의 계층이 생기는 결과까지 파생했다.
예수시대까지 국권을 빼앗긴 동안에도 유다 지도층의 관심의 초점은 예루살렘과 성전을 수호하는 것을 최대의 궁극적 목표로 알았기에 로마의 지배세력은 예루살렘 성전을 미끼로 유다 지배층을 어용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어용화된 성전의 사제들은 외세가 던져준 특권의 혜택을 누리는 종교귀족이 되었고 내적으로 부패해갔던 것이다. 예수 당시에 예루살렘 사제계층과 산헤드린 의원들 중에 엄청나게 치부한 사람들이 많았고, 대사제는 영달의 끝이었기에 침략세력에 아부 또는 뇌물을 바쳐서 대사제직을 매매하는 일마저 생겨났다. 그리하여 하느님 앞에 진실하려는 사람들은 뜻을 모아 예루살렘을 떠났으며, 그들의 첫 과제는 이 예루살렘을 더럽히는 자들의 손에서 예루살렘을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에쎄네파나 젤롯당이 다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