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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성서는 신을 어떻게 밀하나

이에 비해서 성서에는 신에 대한 다양한 서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격을 집약해서 말한다면 '사건'을 일으키는 신이라고 하겠습니다. 사건은 바로 역사 안에서 일어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삶 속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성서의 신은 삶과 결코 유리되지 않습니다. 바로 삶 안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힘이니까 사변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즉, 사람이 이 사건 속에서 사니까 사건을 객관화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이 삶 속에서, 사건 속에서 신음하고 절규하는 경우 그 절규의 피안(彼岸)에서 응답자 또는 해결자로 존재하는 이가 신이 아니라, 그 삶의 절규 속에 바로 신이 존재한다고나 할까요. 그러니까 성서의 하느님은 우주 또는 삶의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이 아니라 삶 자체의 갈등과 모순으로 묻는 '물음'입니다. 그래서 성서의 하느님은 결코 완전하거나 조화스러운 것이 아니고 갈등 자체이며, 모순 자체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조화시키기보다 오히려 문제를 일으켜요. 사건을 자꾸 일으켜요. 그리고 모순을 완전히 극단화시키고 있어요. 아담의 이야기, 카인과 아벨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모든 이야기가 모순덩어리입니다. 또 성서의 신은 편견이 많고, 화도 잘 내고, 기뻐하기도 잘하고 슬퍼하기도 하니 그런 의미에서 갈등 자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사람 혹은 세계와 야훼의 모습이 상통하고 있는 점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야훼의 이같은 성격을 다른 시각에서 말한다면 기존 가치관이나 윤리의 틀 속에서 완전한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자유로운, 말하자면 '초월한' 것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요. 왜 아벨을 죽게 했는지, 왜 에사오보다 야곱을 더 사랑했는지, 왜 에집트에서 해방시켰으면 약속한 땅으로 빨리 가게 하지 않고 광야의 긴 배회기간을 두었는지, 왜 이스라엘인을 특별히 '내 백성'이라고 하면서 계속 고난의 역사로 점철하게 했는지는 기존 윤리나 가치관으로는 설명될 수 없어요.

그런데 이같은 야훼의 원모습이 다윗왕조 체제가 형성됨에 따라 이데올로기화되면서 탈바꿈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그것은 야훼 자신이 아니라 신관(神觀)의 탈바꿈이란 말입니다. 그것이 신약시대에 와서 희랍적 사유방식으로 설명됨으로써 도그마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신에 대한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 결과 갈등 자체, 모순 자체인 신, 모순 속에서 절규할 때 모순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신 대신 언제나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고 해결해주는 자로서, 우리의 당위(Sollen)의 대상으로서의 신이 되고 말았다고 생각해요. 가령 마태오복음 5장 48절에 "하느님이 완전한 것처럼 너희도 완전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완전하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가 문제이긴하지만, 이것은 희랍의 우주론적 신관에 뿌리를 둔 표현이지 본래 히브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거예요(루가에는 '완전' 대신에 '자비'라고 했다). 이와 같이 희랍적 사유방식에 의해 변질된 신관을 벗어버리고 본래의 성서적 신을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과제라고 봅니다.

▶ 선생님께서 이미 말씀하신 내용에서 시사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만, 성서 내지 헤브라이즘에서의 신은 갈등과 모순 속에서 얘기되는 것이며 그것은 역사나 사회의 모순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면, 히브리즘 내지 구약성서의 신관은 여타 동양세계나 헬레니즘 세계의 신과는 달리 어떤 사회적 계층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요? 다시 말해 그 신을 말하는 사람들의 사회적인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고 계신지요?

그렇습니다. 구약의 야훼에는 이스라엘인들의 모순과 갈등이 강력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야훼신은 이스라엘의 사변에서 형성된 신이 아니라 바로 그 역사를 반영합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역사, 그 사회적 조건들과 분리하여 야훼를 이해할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됩니다. 그렇다고 포이어바흐식으로 '신이 인간희망의 투영'이라는 단순도식으로 처리되어서도 안 됩니다.

야훼를 '피동'과 '능동'이라는 말로 성격화한다면 그는 너무나 능동적입니다. 앞에서 저는 '야훼는 인간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라는 전제는 절대 잘못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인간이 지적 관심에서 우주의 수수께끼를 물으면 응답하거나, 비리와 갈등 속에서 고뇌하는 인간이 삶 한복판에서 절규하면 저 '피안'에 정좌해 있는 자로서 그 정황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이가 아닙니다. 구약에 그러한 서술법이 발견되기는 합니다. 그러나 피안의 그를 환상적으로 서술한 것은 없습니다. 야훼는 전능하지도 않고,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불변의 원칙 같은 이로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그런 것이 신의 속성이라면 구약은 유신론보다 무신론이지요.

현대인은 삶을 옛날처럼 단순화하지 않습니다. 흑백논리로 설명할 수도 없고, 갈등모순 따위는 반평화적(反平和的) 그리고 반신적(反神的)인 현실로 극복되어야 비로소 삶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갈등과 모순 자체는 삶의 일부, 어쩌면 삶을 형성하는 중요한 원동력, 추진력이라고 봅니다. 즉, 그런 것들을 소극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현대인에게 신을 말한다면 바로 이 갈등과 모순에, 바로 그 현실에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는 사실이 먼저 설명돼야 하며, 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래도 구약성서에 보면 신이 모순이나 갈등에만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구원해주고 해방해주는 해방자로서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그런 모습에서 어떤 해답의 실마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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