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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성전종교의 포로가 된 신

▶ 그러면 예수에게서 나타난 신의 모습과 구약성서에 나타난 신의 모습에 어떤 차이나 변화가 있습니까?

구약의 신과 예수에게서 나타난 신의 차이를 물었는데, 그 질문의 폭을 넓혀서 구약과 신약을 개관하면서 예수에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구약과 신약에 나타난 신의 차이를 묻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신약의 신은 구약의 신을 대전제로 한 것이지, 어떤 다른 신을 말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신약 어디에서나 의도적으로 새로운 신 개념을 정립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신에 대한 표상은 상당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구약에서만도 이른바 J자료, E자료 또는 P자료 등으로 밝혀진 대로는 각기 다른 모습의 신상(神像)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차이들은 역사전개에 수반되는 지정학적인 조건, 그에 따른 생활양식의 차이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나는 구약의 신의 표상을 일단 크게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시대적으로 구분하면 다윗왕조 아전과 이후입니다. 아는 바대로 구약경전들이 다윗왕조 역사가들에 의해서 편집되었기 때문에 문서 자체는 시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게 되어 있으나 전승사 연구에서 어느 정도 그 구분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다윗왕조 역사가들이 고대 여러 전승이나 왕조 이후의 역사도 왕 중심적으로 편집해석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정신적 전통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창작하거나 픽션화한 것이 아니라 자료를 근거로 했기 때문에 사료의 단편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다윗의 얘기를 들 수 있습니다.

다윗은 군주국의 창시자로서 그와 하느님과의 계약에 의해서 축복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제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사실은 다윗이 이스라엘을 이끌던 법궤의 위치를 수소문하여 그것을 찾아내 예루살렘에 안치하였으며, 또 그의 후계자인 솔로몬은 신전을 세워서 예루살렘을 성역화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야훼는 다윗왕조의 이데올로기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세계의 창조자, 역사의 주재자가 한 왕조의 수호신이 되고 한 도시, 더 좁게는 성전에 감금된 신이 된 것입니다. 이로부터 구약의 신의 표상이 달라졌지요. 그 신은 성전 밖에서는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흩어진 이스라엘인들이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야 했으므로 '순례'라는 풍습이 생겼습니다. 예루살렘에 와서도 신을 '배알'하려면 제물을 바치는 등 사제계층에 의해 부과된 많은 제의적 의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서 신을 만나는 일이 지역적으로 제한되고, 경제적 조건이 붙고, 의식(儀式)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것은 물론 종교가 권력의 시녀화된 대표적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왕권에 도전하는 사제는 원칙적으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왕권이 사제임명권을 보유했지요.

제사종교화되므로 인간사회를 계층화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실례로서 '정결법'을 들 수 있습니다. 정결법의 기준으로는, 현대적인 개념으로 보면 '위생법'이 큰 역할을 합니다. 바로 그것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부리는 자와 피고용인을 구분하게 했습니다. 노동자는 언제나 정결한 상태에 있을 수 없으니까요. 병자도 그래요. 특히 하루 이틀에 제거되지 않는 악취가 몸에 밴 노동자들은 자동적으로 부정(不淨)한 자가 됩니다.

하여간 이렇게 해서 해방의 신이 구속하는 신이 되고, 세계에 편만한 신이 성전의 신이 되고, 사랑의 신이 정죄의 신이 됐습니다.

한편 이에 항거한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예언자들입니다(예언자 nabi라는 통칭은 물론 단순하지는 않다. 그 진상은 J. 브라이트의 예레미야 주석 서설 「이스라엘 예언자들」을 참조하라. J. 브라이트, 『예레미야』, 한국신학연구소, 국제성서주석 제27권). 참예언자는 제도내의 종교귀족이 아닙니다. 저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왕권을 남용하거나 아니면 타락하여 민중을 착취하는 권력자들과 싸웠습니다. 그중에는 현체제를 인정하고 비판하는 이도 있고, 그 체제를 근본적으로 문제삼는 이도 있었습니다. 전자의 대표는 '이사야'라는 인물 이고, 후자는 '아모스'로 대표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자비를 원하고 제물을 원치 않는다"라는 외마디 소리는 예언자들의 반(反)제사 종교적 자세를 드러내는 것으로 신약에도 인용되고 있습니다(마르 12, 33).

한편으로는 집단적으로 저항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전종교를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종교지도자들이 권력과 야합하여 성전을 착취의 수단으로 아용하고 권력유지의 도구로 삼는 데 분개해서 예루살렘을 장악한 지배층을 배격했습니다. '하시딤'이라는 일파가 이미 마카베오 봉기 전에 나타나 탈(脫)예루살렘했고, 그 뒤로 '에쎄네파'나 '세례자 요한파'도 이에 속합니다. 이에 대해서 '바리사이파'라는 신앙동지들도 저항하고 일어섰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파는 이 저항운동을 율법의 생활화 또는 국민운동으로 실천했습니다. 이들의 노력은 적극적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세력권에 들어감에 따라서 크게 변질되었습니다.

저들이 주동이 되어 율법'주의'가 확정됐습니다. 저들은 라삐들과 결탁해서 율법을 생활규율화함으로써 마침내 율법화된 체제가 신의 뜻 그대로 되고, 그것을 실행하고 못하는 것에 따라 의인과 죄인을 갈라놓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죄인이란 다름 아닌 '신으로부터 벌 받는 자'인데, 내용상으로는 율법체제 중의 의무를 어떤 아유에서건 이행하지 못한 자들입니다. 특히 가난하고 병들고 억압받고 있는 자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원래는 가난한 민중의 편이었던 신이 지금은 바로 저들의 심판자로 둔갑한 셈입니다.

예수의 출현은 다음의 역사적 변혁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그 변혁은 성전종교의 뿌리가 뽑힌 사실을 그 절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동시에 어용적인 예루살렘 중심의 지배체제가 무너진 것과 함수관계에 있습니다. 이 사실은 예수가 직접 행동으로 옮겼거나 직접 지시했던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는 A.D. 66년에 일으킨 유다 민중의 봉기가 초래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예수사건을 제외하고 그런 사건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 결과로 그리스도교는 유다주의에서 지역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완전 해방되어 팔레스틴 밖에서 발전해갔습니다. 팔레스틴 밖이란 바로 로마 통치권입니다만 문화적으로는 헬레니즘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전쟁의 결과 팔레스틴에서 추방되어 이방 세계에서 유리 방황하던 그리스도인들은 다른 유다인들과 함께 문자 그대로의 민중이 된 것입니다. 그중에 예수운동에 가담한 민중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세계구원의 주역이라는 사명감을 지니고 '전염병같이'(바울로의 표현) 퍼져나갔습니다. 아무런 사회적 보장도 받지 못한 저들이었지만 로마라는 세계제국을 좀먹듯 파고들어 마침내 그것을 붕괴시켰는데, 그 중요한 계기는 노예 제도를 파괴한 데 있다고 합니다.


|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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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나의 체험 민중의 신학
변명
   
‘민중’을 발견하기까지
    간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 一민족과 그리스도의 발견
    민중신학의 뿌리
    독일 신학과 ‘역사적 예수’
    민중현실에 바탕을 둔 신학
    ‘사건의 신학’과 신학을 위한 신학
    예수는 민중이고, 민중은 예수다
    ‘성문 밖’에 현존하는 예수
    민중의 염원과 민족통일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의 과제
민중의 책 성서
    한국 교회의 재래의 성서이해
    성서의 통일성 一그 민중신학적 의미
    예수一‘야훼만’을 지켜온 예언자 전통의 절정
    전통적 성서해석 방법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컨텍스트’와 ‘텍스트’의 긴장
    민중신학의 컨텍스트는?
    성서는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할 뿐
    민중신학이 본 성서의 맥
민중 예수
    극복되어야 할 서구 신학의 그리스도론
    고난의 종 그리스도
    구원은 민중을 통해서 온다
    예수는 오늘의 민중현장에 계신다
    제도적 교회는 민중현장에 계신 그리스도를 포기
    민중사건은 예수사건이다
    ‘구원’은 물질적 언어로 표현되어야
    성령의 역할은 인류해방에 있다
민중의 하느님
    신이 죽었다?
    서구 신학의 신관(神觀)
    동양인의 신관
    성서는 신을 어떻게 말하나
    해방의 신
    성전종교의 포로가 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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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 하느님
    하느님 사건의 전거
민중의 공동체 一 교회
    교회의 주인공은 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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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공동체에서 예배공동체로 전락
    교회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민중신학이 꿈꾸는 교회상
    제도적 교회론을 넘어서자
    해방공동체 구현과 교회의 계층성 극복
    교회의 이상一하느님 백성의 평등공동체
죄와 체제
    죄의 뿌리
    기존의 죄이해는 교권을 강화시킨다
    유다교는 죄를 어떻게 보았나
    바울로는?
    요한과 루가는?
    사탄은 구조악이다
    죄의 뿌리 一 공(公)의 사유화
민중해방과 성령사건
    이단으로 박해받은 성령운동
    이원론에 빠진 전통적인 성령 이해
    성서의 성령론의 성격
    성령은 민중사건이다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 과연 성서적인가
하느님 나라一민중의 나라
    하느님 나라 一 민중의 갈망과 한
    예수는 하느님 나라를 규정할 필요가 없었다
    민중이 주인 되는 새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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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나라 신앙은 민중해방운동 속에 성육신해야
민중에 의한 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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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클로스’와 ‘마제타이’
    교회의 제도화와 사제계급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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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이 잡힌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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