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요한과 루가의 죄이해를 살펴보려 합니다. 요한의 죄이해는 바울로의 죄이해와 비슷합니다. 우선 용어사용에서 비슷합니다. 죄인(hamartolos)이라는 말을 바울로는 8회, 요한은 4회 쓰고, 죄(hamartia)라는 말을 바울로가 64회, 요한이 17회 쓰고 있습니다. 바울로서신과 요한문서의 분량을 감안하면, 바울로와 요한이 죄인과 죄라는 용어를 비슷하게 사용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에게 있어서 대전제는 인간이 원래 죄에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죄 안에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아마 요한이 영지주의(靈知主義)적인 발상을 많이 수용한 점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그에 따르면 영이 육에 갇혀 있다는 영지주의적 사고와 마찬가지로 영이 육체에 머물러 있는 것 자체가 인간의 저주스런 상태라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어떤 개인이 죄를 저지르는 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자체가 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한은 죄가 없다고 하는 것은 자신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요한 1, 8).
죄인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사람은 루가입니다. 루가는 죄인이라는 말을 18회(죄라는 말은 11회)씁니다(마르코는 6회, 마태오는 5회). 루가가 죄인이라는 말을 쓸 때 소위 '죄인'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기존체제가 규정한 그대로의 입장에서 죄인을 가리킵니다. 루가는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식으로 말하지 않고 어떤 구체적인 사람들을 지칭하여 죄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의인들보다도 회개한 죄인들을 더 기뻐한다고 봅니다. 이를 통하여 볼 때 바울로나 요한이 죄의 보편성을 중시한 데 반해 루가는 체제에 의해 소외된 죄인들의 문제를 중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