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볼 때, 우리는 여기에 커다란 긴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제자들과 이름도 없는 자들 사이의 긴장입니다. 그들은 누구일까요? 2장에서는 1절부터 6절에 걸쳐서 많은 사람들과 군중이 예수의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을 몇 번이나 말하는데, 그때 사용 된 단어는 '오클로스'입니다. 이 말은 지금은 일반화되어 널리 알려졌습니다만, 그리스어로는 경멸적인 뜻을 담은 말입니다. '라오스'라면 '국민'이라고도, '백성'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만, '오클로스'라고 하는 것은 가장 경멸받는 '천민' 또는 '불가촉천민'(신체적 접촉을 하면 안 되는 천민) 등의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 주변에 있었던 사람은 대개가 다 '오클로스'였습니다. 마르코복음에는 '오클로스'라는 말이 36회나 나옵니다. 라오스도 2회 나옵니다만, 이것은 구약성서를 인용한 문장에서만 나옵니다. '오클로스', 이것이 '마제타이'(제자들)와 대칭을 이루는 자들로 등장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예를 한두 개 들어보지요. 마르코복음 4장 34절에 보면 예수가 오클로스와 함께 있을 때에, 그들이 예수의 어머니와 형제들 이 오고 있다고 예수에게 알립니다. 그러자 예수는 오클로스를 보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나의 어머니고 나의 형제인가?" "바로 이 오클로스다"라고, '마제타이'가 아니라 '오클로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예는 14장 3절 이하입니다. 이름도 없는 한 여인이 예수에게 기름을 붓는 장면입니다. 여기에는 예수가 다른 누구를 향해서도 말한 것이 없는 상찬(賞讚)의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서나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이 여자의 행한 일도 전해져서 이 여인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칭찬의 말을 예수는 오직 이 여인에게만 했을 뿐, 베드로나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 예수의 케리그마의 중심 사건인 수난의 현장에는 여자들밖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남자들, 곧 제자들은 전부 도망쳐버리고 단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 무덤을 발견하는 권리도 여자들에게만 있었습니다. 제자들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없었습니다. 제자들과 긴장관계에 있는, 이름도 없는 사람들이 바로 여자들이었다는 것이 여기서 밝혀집니다. 이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은 마르코복음을 마태오나 루가와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