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집

전집은 OCR 스캔 잡업으로 진행되어 오탈자가 있습니다.
오탈자를 발견하면 다음과 같이 등록해 주시면 관리자가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1. 수정 요청을 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2. 본문을 읽는 중에 오탈자가 있는 곳을 발견하면 앞뒤 텍스트와 함께 마우스로 선택합니다.
3. 그 상태에서 [오른쪽 마우스]를 클릭하여 나타나는 창에서 수정 후 [수정요청]을 클릭합니다.
4. 각주의 경우에는 각주 번호를 마우스오버하여 나타난 창을 클릭하면 수정요청 창이 열립니다.

※ 컴퓨터 브라우저에서만 가능합니다.
|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한으로부터의 해방

어제 서남동 선생의 강연집을 받아서 밤에 조금 읽어보았습니다. 거기에서 서남동 선생은 '한'(恨)이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한'의 반대 개념은 '죄'와 관계가 있다고 말하더군요. 서남동 선생은 죄라고 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강한자, 위에 있는 자, 또는 지배계급이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내려먹이는 말인데 그것을 아래에 있는 자, 수세에 몰린 자, 눌려 짜부라진 자, 학대당하는 자의 입장에서 보면 '한'이라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말했더군요. 어떻게 보면, '한'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적 심리상태를 나타낸 것으로서 그것을 설명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한문으로 말하면, '한'은 마음이 닫혀진 상태를 말합니다. 마음속에 불만이 있고, 학대받고 상처 입은 울분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 가슴에 곽 차 있으되 말할 수 없는 그런 상태인 것입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다 못해 발병하면 '울화병'이 됩니다. 이것은 특히 여성들에게 많은 병이지요. 남편이 난폭하여 아내를 학대하고 자기 권리만 주장하는 경우에 아내의 마음속에 한이 쌓여 결국 병이 됩니다. 발광하든가 아니면 내적인 병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표면화한 것이 '화'(火)인데, 이것은 '한'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것은 독일어의 'Klage'(비탄의 호소)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Klage라는 것은 표현할 수 있는 것,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을 스스로 말로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그것을 말할 수 없는 상태가 '한'인 것입니다.

'한'을 서양적인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서양의 '비극'을 예로 들 수가 있겠지요. 키에르케고르는 비극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그 하나는 '왜 비극이 일어나는가' 하는 이유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비극 앞에서 놀라는 가운데 멸망해가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그 이유를 전혀 알지 못하는 채로 내적으로 점점 더 비극적으로 되고 불안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죽어가는 것입니다. '한'은 바로 이 두 번째 경우에 속하는 것입니다.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그러면서도 억눌린 울분이 속에 가득 차 있는 상태입니다.

얘기가 좀 빗나갑니다만, 한국에서는 한에 얽힌 이야기가 많습니다. 밤이 이슥해지면 흰옷을 입은 유령이 머리를 풀고 피를 흘리면서 칼을 물고 나타납니다. 유령의 이야기는 대부분 여자에 관한 것입니다. 여자는 '한'에 사무쳐 억울하게 죽었기 때문에 죽은 뒤에 원귀가 되어 나타나서, 이 '한'을 풀어달라고 간청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과 샤머니즘의 무당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샤머니즘의 무당은 이 원귀를 '한'으로부터 해방시킵니다. 이런 의미에서 '무당'은 그리스도의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교회는 이것을 무시해왔습니다만, 이제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예수는 이른바 '한의 사제(司祭)'로서의 그리스도가 아니었던가요! 한에 사무친 사람들을 해방시키는 역할을 무당이 해왔다면 이런 의미에서 예수도 무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당은 환상의 세계에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그것으로부터 해방됩니다. 죽은 자의 유령이 무당에게 잡아먹혀서 무당 속에 들어가, 살아 있을 때 말하지 못했던 것을 전부 토해내는 것입니다. 그 결과 병도 낫습니다. '한'을 푸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이 타오르는 불처럼 발병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질서도 무엇도 안중에 없게 되고 전부를 파괴해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한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민중신학에서 '한'이라는 것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성직자는 '한'의 사제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어떠한 의미에서건, 넉넉한 자도 가난한 자도 부지불식간에 '한'에 사무쳐 있습니다. 목회자들은 알고 계시겠지만, 아무리 겉으로 명랑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단둘이 마주앉아 진지하게 속사정을 이야기하게 되면 거의 예외 없이 웁니다. 그럴 정도로 슬픔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인간의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소외된 민중과의 관계에서 예수가 행한 가장 중요한 일은 이 '한'으로부터의 해방이었습니다. 병으로 인해 자기의 생애가 한에 사무친 인간, 누구도 그를 돌아보지 않고 병 때문에 신자로서의 생활도 할 수 없는 인간, 문둥병 따위에 걸려 인간세상으로부터 추방된 경우 또는 병 때문이 아니라 직업과도 관계가 있겠지요. 어쨌든 소외된 인간은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민중신학의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세리도 그 당시의 사회로부터는 소외되고 있었기 때문에, 예수는 '한'에 사무친 세리조차 맞아들였다고 이해합니다.


|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List of Articles
표지
나의 체험 민중의 신학
변명
   
‘민중’을 발견하기까지
    간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 一민족과 그리스도의 발견
    민중신학의 뿌리
    독일 신학과 ‘역사적 예수’
    민중현실에 바탕을 둔 신학
    ‘사건의 신학’과 신학을 위한 신학
    예수는 민중이고, 민중은 예수다
    ‘성문 밖’에 현존하는 예수
    민중의 염원과 민족통일의 길
    한국 그리스도인의 과제
민중의 책 성서
    한국 교회의 재래의 성서이해
    성서의 통일성 一그 민중신학적 의미
    예수一‘야훼만’을 지켜온 예언자 전통의 절정
    전통적 성서해석 방법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컨텍스트’와 ‘텍스트’의 긴장
    민중신학의 컨텍스트는?
    성서는 우리에게 결단을 요구할 뿐
    민중신학이 본 성서의 맥
민중 예수
    극복되어야 할 서구 신학의 그리스도론
    고난의 종 그리스도
    구원은 민중을 통해서 온다
    예수는 오늘의 민중현장에 계신다
    제도적 교회는 민중현장에 계신 그리스도를 포기
    민중사건은 예수사건이다
    ‘구원’은 물질적 언어로 표현되어야
    성령의 역할은 인류해방에 있다
민중의 하느님
    신이 죽었다?
    서구 신학의 신관(神觀)
    동양인의 신관
    성서는 신을 어떻게 말하나
    해방의 신
    성전종교의 포로가 된 신
    예수 이후의 하느님
    민중의 하느님
    하느님 사건의 전거
민중의 공동체 一 교회
    교회의 주인공은 민중이다
    예수공동체는 밥을 나누어 먹는 공동체였다
    생활공동체에서 예배공동체로 전락
    교회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야
    민중신학이 꿈꾸는 교회상
    제도적 교회론을 넘어서자
    해방공동체 구현과 교회의 계층성 극복
    교회의 이상一하느님 백성의 평등공동체
죄와 체제
    죄의 뿌리
    기존의 죄이해는 교권을 강화시킨다
    유다교는 죄를 어떻게 보았나
    바울로는?
    요한과 루가는?
    사탄은 구조악이다
    죄의 뿌리 一 공(公)의 사유화
민중해방과 성령사건
    이단으로 박해받은 성령운동
    이원론에 빠진 전통적인 성령 이해
    성서의 성령론의 성격
    성령은 민중사건이다
    한국 교회의 성령운동, 과연 성서적인가
하느님 나라一민중의 나라
    하느님 나라 一 민중의 갈망과 한
    예수는 하느님 나라를 규정할 필요가 없었다
    민중이 주인 되는 새 나라
    요한의 저항一물(物)이 되신 하느님
    주의 기도一하느님 나라 운동의 노래
    하느님 나라 신앙은 민중해방운동 속에 성육신해야
민중에 의한 전승
    민중신학의 출발점
    역사의 예수와 케리그마의 그리스도
    마르코복음서의 제자 비판
    ‘오클로스’와 ‘마제타이’
    교회의 제도화와 사제계급의 승리
    제도적 교권주의자
    민중과 민중언어
예수의 민중전기
    마르코와 예수
    한으로부터의 해방
    예수의 말과 행태
    마르코복음서의 과제
    민중의 현장에서 본 예수상
    예수의 수난과 죽음의 의미
    요한이 잡힌 후에
    야훼신앙의 정점
    예루살렘으로
밥상공동체의 실현
    공동체
    밥상공동체
    밥상공동체를 파괴한 자들
    내 살을 먹으라
민중의 부활사건
    어떤 부활을?
    사건으로서의 부활
    현존하는 부활사건
   
판권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위로
텍스트를 수정한 후 아래 [수정요청] 버튼을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