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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공동체

나는 여기서 요한복음이 어떤 사회현실을 전제했는지 밝히기 위해서 소로킨(Sorokin)이 구분한 다음의 세 가지 존재양식을 소개하겠습니다.

① 집성적(集成的) 병존

② 간접적 공존

③ 유기적 공동체(운명공동체) 등이 그것입니다.

'집성적 병존'이란 쓰레기동을 연상하면 될 것입니다. 쓰레기통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모여 있습니다. 무기적(無機的)인 잡다한 것으로는 유리조각, 깨진 그릇, 풀라스틱으로 된 각종 기물들, 또 유기적인 것으로는 생선찌꺼기, 썩은 과일 등등 온갖 잡다한 것들이 한데 들어 있지요. 그런데 이런 것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연히 병존하는 것이지, 그 자리에 함께 있어야 될 필연성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또 함께 모여 있다고 해서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질적인 잡동사니들에 단 한 가지 공통된 것이 있다면, 어떤 주인에 의해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당해 내버려졌다는 것뿐입니다. 하나 더 첨가한다면 쓰레기통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곳에 모여진 것뿐입니다. 거기서 부패작용이 일어나 어떤 변화된 현상이 생겨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멸되어가는 과정 이상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이와 같은 병존집단을 많이 봅니다. 적게는 한 가정에서, 크게는 국가형태에 이르기까지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두 번째는 '간접적인 공존양식'입니다. 이 경우도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존하는 것들 상호간에는 그 자리에 함께 있어야 할 필연성은 없습니다. 내가 앉아 있는 이 책상 앞에는 꽃도 있고 연필, 종이, 물컵 그리고 성서 등이 보입니다. 이것들은 꼭 이 책상 위에 있어야 할 직접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단지 지금 여기 있는 나의 필요에 의해서 간접적으로 이 책상 위에 병존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또는 여러분의 호주머니 속을 봅시다. 한번 그 안에 있는 것을 꺼내보시거나 아니면 손으로 더듬어보십시오. 손수건, 수첩, 만년필, 라이터, 여자인 경우에는 화장품, 빗, 또 그가 환자인 경우에는 약품도 들어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 깊숙한 주머니에서 서로 만나 함께 고생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가진 당신 혹은 나의 필요에 의해서로 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그것은 가진 자의 필요에 따라서 함께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병들었던 사람이 건강해지면 함께 있던 약들은 더 이상 거기에 함께 있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담배를 끊었다면 그 라이터는 거기에 있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간접적인 공존관계는 허다하게 일어납니다.

가령 한 가정에 어머니가 있기 때문에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여 살 던 형제들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뿔뿔이 흩어질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물질적 혹은 정신적인 것들이 한 독재자의 취미나 어떤 일시적 목적에 의해서 이합집산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들을 위시해서 모든 것들이 한 방향을 향해서 동원됩니다. 같이 한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들이, 오직 전쟁을 하려는 자의 의지 때문에 강요되어 간접적인 관계로 서로 얽히게 됩니다. 또는 어떤 재해를 만났거나 큰 사건을 통해서 비슷한 운명이 되어 한곳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간접적 관계로 공존하던 상태는 그 주인 또는 그 주원인이 제거됨과 동시에 함께 있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필리핀의 오랜 독재자 마르코스가 쓰러지니까 그를 중심으로 해서 간접적 연대관계를 가졌던 공존체제가 사정없이 무너져가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비인간적인 힘들(가령 자본, 권력 등)에 의해서 인간들이 간접적인 공존을 강요당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세 번째 것은 '유기적 공동체 '인데 '운명적 공동체'라고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외적인 이유에 의해서 강제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공존하는 관계가 아니라 너 없으면 내가 있을 수 없고, 나 없이 네 존재를 생각할 수 없고, 네 기쁨이 내 기쁨이 되며, 내 고통이 네 고통이 되는 관계, 하나의 아픔이 전체의 아픔이 되고, 그중 한 일원이 상실됐을 때 기계의 부속품처럼 교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없어진 대로의 아픔을 지닌 채 살아야하는 그런 공동체 말입니다. 네가 행복하지 않은데 내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네가 배고픈데 나만이 배부르면 편안할 수 있을까? 바울로는 그리스도 공동체를 soma Christi(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운명적 공동체를 잘 표현한 말입니다. 여러분은 '소마'(몸)라고 한 부분들을 자세히 읽어보십시오. 소마, 그것은 살(sarks)이 아닙니다.

'프뉴마', 즉 영에 대한 상반개념도 아닙니다. 바울로는 이 말로 영육 이원론으로 나누어 보는 세계관, 인간관을 극복하려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한 것이 그리스도인이며, 그것이 본래 지향하려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입니다.


| 안병무전집2 |
민중신학을 말한다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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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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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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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 성서해석 방법의 이데올로기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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