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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3. 결단할 때

나는 네 행실을 안다. 너는 차지도 않고 덥지도 않다……네가 덥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토하여내겠다. 너는 '나는 부자다. 나는 풍족하고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하지만 사실 너는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멀고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한다……보라, 내가 문밖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계시 3, 15~20).

이것은 소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의 하나인 라오디게이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준 편지다. 저들은 차지도 덥지도 않기에 구토(嘔吐)의 대상이라고 한다. 저들은 그리스도인들이다. 그러면 저들의 삶의 중심은 그리스도이어야 할 것이며, 그 신앙 안에서 궁극적인 삶의 보장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스스로 부자요, 따라서 부족 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 머무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들은 '이것이냐, 저것이냐?'(entweder oder)가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sowohl……auch)의 처세술을 배웠던 모양이다. 그러므로 저들은 어떤 경우에도 적당한 타협을 삶의 지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황제숭배문제에 있어서도 어떠했으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라오디게이아는 에페소에서 시리아로 통하는 대로(大路)에 자리한 상업과 군사도시로서 소아시아의 은행과 금융의 중심지이다. 저들은 특히 직물과 의류제품을 수출하여 치부했다. 또 그 도시에는 '멘'이라는 의신전(醫神殿)과 더불어 의과학교가 있었다. 그리고 '콜루리온'이라는 안약을 만들어 수출하는 도시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저들은 의류와 안약을 자랑으로 알았으며, 그런 것에서 얻은 삶의 풍요함에서 사리를 판단하고 자기 정체를 찾는 데 눈이 어두웠다. 저들은 그것을 로마제국에서 받은 혜택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로마제국에 의지하여 얻은 삶의 풍요가 저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 그래서 마침내 저들은 그들의 상품, 안약을 팔아 부유해졌지만 그에 반해서 진실을 보는 눈이 어둡게 되었고, 저들을 부유케 하는 직물 때문에 오히려 인간으로서는 헐벗은 초라한 존재들이 되었다.

저들은 지금의 그들의 상태가 마치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데, 그것은 로마제국이 영원불멸의 도성처럼 생각했기 때문 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에 전체를 맡겨 충성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교회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리스도에 의해서 낡은 세계는 지나가고 새 세계가 오고 있다는 것을 믿도록 배운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지식으로 남고, 또한 현실을 벗어나면 죽을 것같이 생각됐기 때문에 그 어느쪽에도 전체를 바치는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마치 어느 때 이스라엘민들이 생산의 신 바알과 야훼신 사이에서 그 어느쪽으로도 결단하지 못하고 둘 사이에서 머뭇거릴 때 엘리야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 작정이냐, 만일 야훼가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라"라고 양자택일을 촉구하던 그때의 상태와 같았을 것이다. 이러한 우유부단한 상태는 결국 구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묵시의 소리는 하느님이 저들을 토해버릴 것이라고 경고하며 하루빨리 결단할 것을 촉구한다.


| 안병무전집1 |
역사와 해석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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